실거주 의무 3년 유예...하지만? [김경민의 부동산NOW]
여야가 진통 끝에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의 실거주 의무를 3년 유예하기로 했다. 실거주 의무는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은 아파트를 분양받으면 입주가 가능해진 시점부터 최대 5년간 거주해야 하는 규정이다. 정부가 지난해 1월 전매제한 완화와 함께 실거주 의무 폐지를 발표한 지 1년 2개월 만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실거주 의무가 적용된 단지는 지난 1월 말 기준으로 77개 단지, 4만9,766가구다. 대표적인 단지가 올해 11월 입주를 앞둔 1만2,032가구 대단지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이다. 최근 청약 흥행에 성공한 서울 서초구 메이플자이뿐 아니라 성북구 장위자이레디언트, 강동구 강동헤리티지자이 등 주요 단지도 실거주 의무 적용을 받는다. 이미 입주가 시작된 곳도 11개 단지, 6,544가구에 달한다.
여야가 총선을 앞두고 3년 유예 방안에 합의한 것은 실거주 의무로 실수요자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고 내다봤기 때문이다. 그동안 실거주 의무 폐지에 반대해 왔던 야당도 실거주 의무로 인한 입주민 불편이 현실화하면서 기존 입장을 고수하는 데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실거주 의무는 투기 수요를 차단하고 실수요자를 보호한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컸다. 자녀 교육, 부모 봉양 등으로 당장 입주가 불가능한 실수요자가 발생하면서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던 것.
정부, 여야는 이미 실거주 의무 적용을 받아 입주를 완료한 이들에게도 소급 적용을 해줄지 논의할 방침이다. 실거주 의무가 완화되면서, 대출이 여의치 않은 수분양자는 전세보증금을 활용해 잔금을 낼 수 있게 됐다. 불법, 미끼 매물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입주를 앞둔 실거주 의무 적용 단지에서는 실거주 의무 유예를 기정사실로 한 미끼 매물이나 세입자가 전입신고를 하지 않도록 요구하는 불법 매물이 나오면서 혼란이 커지기도 했다.
들썩이던 전세시장 안정 효과도 기대된다. 서울 송파구 일대를 중심으로 전세 매물이 대거 풀리면서 가파르게 오르던 전셋값 상승세가 주춤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이번 실거주 의무 유예로 잔금 마련 부담이 사라진 만큼 서울 강남권의 ‘로또 분양’ 경쟁률은 더욱 치솟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한편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잖다. 실거주 의무가 완전히 폐지된 것이 아닌 데다 전세 계약이 2년 단위로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예기간이 끝나는 3년 이후에는 또다시 혼란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세계약갱신권에 따라 통상 2년인 계약기간을 3년으로 맞추기 위해서는 특약사항을 넣어 계약을 진행해야 한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집주인이 거주하려고 하는 경우 임차인이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한다. 혼란을 피하려면 전세 계약에 ‘2+1년’ 특약을 넣어 3년 후 집주인이 실거주 의무를 지키기 위해 거주한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세입자 이주 문제 등으로 입주를 제때 하지 못할 수 있어 실거주해야 하는 집주인과 세입자 간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 상황에서는 실거주 3년 유예가 필요하지만 미봉책일 뿐이다. 정부 정책 방향대로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거나 해당 주택을 매도하기 전까지 실거주 의무를 충족하도록 하는 방안이 더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글 김경민 「매경이코노미」 기자 사진 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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