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압박용? 재소환된 '간호법'... 간호사들, 불신과 기대 엇갈려

김화빈 2024. 3. 9.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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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간호법 재정 논의...간호협회 "의료개혁 뒷받침 위해 필요", 일부 간호사 "정부 들러리" 반발

[김화빈 기자]

▲ 간호협회 ‘의대정원 확대 지지한다’‘ 대한간호협회는 14일 오전 여의도 국회앞에서 ‘의료개혁 적극 지지 및 의료정상화 5대 요구사항 추진 촉구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의대정원 확대를 통한 정부의 의료개혁을 적극 지지한다’는 입장 을 밝혔다.
ⓒ 권우성
정부의 의대증원 반발에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간호사 업무 범위 확대로 맞대응 하고있다. 특히 정부는 의료지원(PA, Physician Assistant) 간호사 제도화를 추진하고,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했던 간호법 제정까지 검토되고 있다.

이에 대해 간호업계는 대체로 환영하면서도, 일부에서는 "대한간호협회(간협)가 정부의 들러리를 서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8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그간 불법임에도 의료 현장에서 수술 보조를 포함한 의사업무를 일부 대신해온 PA 간호사 역할을 제도화 해 합법적 역할을 부여하겠다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거부권 폐기 후 1년도 안 돼 소환된 '간호법'... 당정 "간호계 의견 경청"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세종특별자치시 정부세종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3.6
ⓒ 연합뉴스
 
지난해 4월 국회를 통과한 간호법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가로막혀 국회 재표결 끝에 폐기됐다. 간호법은 현행 의료법 안에 존재하는 간호 관련 내용을 별도의 법안으로 분리하는 것을 골자로 하며, 간호사의 근무환경 및 처우개선을 위한 국가의 의무 등이 담겼다. 지난해 간호법에서는 간호사의 역할을 병원에서 '지역사회'로 확대한 조항이 문제가 돼 대한의사협회 등은 이를 강하게 반대했다. 

그동안 정부의 의대증원을 적극 지지하며 간호법 재추진을 요구해온 간협은 즉각 찬성했다. 간협은 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간호사의 업무 범위는 법으로 정해지지 않아 법의 사각지대에 있다"며 "정부가 추진하는 지역의료 강화와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을 뒷받침하고 논란의 여지를 없앤 새로운 간호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정은 간호법 제정을 다시 논의하자는 목소리를 냈다.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의료개혁 전반을 논의하면서 간호법 문제를 다루는 것이라면 우리 당의 입장과 부합한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을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주재하며 "정부는 국민 보건체계를 강화하는 의료개혁에 간호사들 의견을 경청하고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폐기된 지 1년도 안 된 간호법을 재추진하며 전공의 공백을 간호계 협조로 메우려는 동시에 의사들을 압박하는 카드로 쓰는 셈이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는 정례브리핑에서 "제대로 자격을 갖추지 못한 PA 간호사의 불법 의료행위가 양성화되면 의료인 면허 범위가 무너지게 된다"며 "의료현장은 불법과 저질 의료가 판치는 곳으로 변질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일부 간호사들 "간호협회, 누굴 위한 단체냐... 윤석열 정부에 속아선 안 돼"
 
▲ 의료연대본부, "의협과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은 명분없는 싸움일 뿐"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맞서 의협과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을 하고 있는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노조 게시판에 "의협과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은 명분없는 싸움일 뿐"이라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의 성명서가 게시되어 있다.
ⓒ 이정민
 
정부의 의료개혁 정책에 보폭을 맞추며 간호법을 재추진하려는 간협에 일부 간호사 단체는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누구를 위한 협회'냐는 성토도 쏟아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보완 지침'을 7일 전공의들이 대거 이탈한 전국 수련병원에 배포해 8일부터 시행했다. 지침에는 ▲ 검사 ▲ 마취 ▲ 중환자 관리 ▲ 치료 및 처지 등 10개 영역 총 89개 업무에 대해 PA 간호사 등의 업무 수행을 허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따라 간호사들은 응급환자에 대한 심폐소생술·약물 투여를 PA 간호사는 진료기록 등 초안작성, 전문간호사는 기관 삽관·발관 등의 업무가 허용된다. 다만 대리수술이나 사망진단 등 9가지 의사 고유의 업무는 할 수 없다고 명시됐다.

그러나 행동하는간호사회(행간)는 8일 성명을 통해 "(시범사업 보완 지침으로) 현장 간호사들은 엄청난 혼란과 위기를 겪고 있다"며 "(간호사들이) 구체적 업무 기준도, 교육훈련 과정도 없이 불법 상황으로 내몰리는 상황을 간호협회는 알고 있나"라고 따져 물었다.

행간은 "전공의들의 집단 진료거부로 간호사들은 무급휴가는 물론 강제로 타부서로 내몰리는 등 고통받고 있는데 간협은 회원들의 고통을 제대로 알고 있나"라며 "모든 것은 시범사업이라는 이름의 꼼수로 전공의 빈자리를 메우는 한시적 허용일 뿐, 법적 근거나 구체적인 법적 보호는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뇌척수액 채취, 진료기록 등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인지 아무런 대책도 없이 일단 시키는 대로 의사 업무를 하라는 것은 간호사 면허를 가진 의료인의 자존심도 버리라는 것"이라며 "코로나 팬데믹 시기 영웅으로 치켜세워지다가, (팬데믹이 끝나자) 간호사 인력 배치기준 강화는 내팽개쳤다. 더 이상 윤석열 정부와 복지부에 속아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복지부 장관은 간호인력 배치기준을 1:5로 하겠다더니 묵묵부답"이라며 "의대 정원 증원 또한 공공병원과 지역의료 등 공공의료에 대한 구체적 계획과 의사와 간호사 배치 기준이 없다면 의료시장화만 부추길 뿐"이라고 지적했다.

행간은 "병원 간호사들의 위험과 고통은 외면한 채 윤석열 정부의 들러리 역할을 자처하는 간협에 경고한다"며 "간협은 현장에서 이중 삼중으로 고통받고 위험에 내몰리고 있는 간호사 회원들의 요구를 제대로 파악하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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