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소녀'의 잔혹동화 [D:쇼트 시네마(68)]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OTT를 통해 상업영화 뿐 아니라 독립, 단편작들을 과거보다 수월하게 만날 수 있는 무대가 생겼습니다.
그 중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부터 사회를 관통하는 날카로운 메시지까지 짧고 굵게 존재감을 발휘하는 50분 이하의 영화들을 찾아 소개합니다.
친구들은 그런 미나를 두고 '능력소녀'라고 말한다.
경쟁 사회에서 어디서부터 왔는지 알 수 없는 이 능력으로 사람을 구분하고, 한 사람이 찬양 받다 바닥으로 떨어지는 과정을 단시간에 확인할 수 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OTT를 통해 상업영화 뿐 아니라 독립, 단편작들을 과거보다 수월하게 만날 수 있는 무대가 생겼습니다. 그 중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부터 사회를 관통하는 날카로운 메시지까지 짧고 굵게 존재감을 발휘하는 50분 이하의 영화들을 찾아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전교 1등으로 학교 존재감을 발휘하는 공미나(김혜준 분)는 언제나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하고 있다. 체육시간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나가서 몸을 움직일 바에 책 한자라도 더 보는 게 이익이라고 생한다. 밤에는 테이프로 눈을 고정시키면서까지 성적에 매달린다. 친구들은 그런 미나를 두고 '능력소녀'라고 말한다.
반면 맹주리(이유미 분)는 학급에서 존재감이 없다. 책상에 엎드려 있으면 친구가 등을 밟는 등 친구들에게 사물이나 한 공간처럼 여겨지고 있는 인물로 '무능력 소녀'라고 불린다. 담임 선생님의 신경질적인 지적마저도 소중할 만큼 주리도 관심이 필요하다.
수업 시간, 선생님과 눈을 마주치고 싶어 계속 신호를 보냈건만, 선생님은 미나만 신경 쓰고 결국 주리를 보지 못했다. 대신 그런 주리를 관찰하고 있는 미나와 눈이 마주쳤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주리와 눈이 마주친 순간부터 눈이 감기지 않는다.
그 때부터 주리는 기술 가정 시간 바느질을 하는 능력으로 친구들의 주목을 받는다. 친구들은 주리의 바느질을 보고 환호해 주고, 담임선생님에게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네?"라는 칭찬을 듣는다. 모두의 관심을 받은 주리는 그 때부터 친구들의 과제인 바느질까지 모두 도맡는다. 그러나 친구들과 선생님은 정말 주리를 대단하다고 생각해서 우러나오는 칭찬이 아닌, 조롱이었다. 그걸 깨달았을 때 친구들의 괴롭힘은 이전보다 더 심해졌다.
모두 주리의 능력을 무시하지만, 눈이 감기지 않는 미나는 주리의 능력이 절실하다. 미나의 눈을 감게 해줄 수 있는 건 주리 뿐이다. 이젠 예상했 듯 그로테스크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
'능력소녀'는 학교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일상에 상상력을 더해 판타지 호러 장르로 만들어졌다. 주리의 바늘은 뭐든지 꿰매버릴 수가 있다. 괴롭히는 친구들의 팔을 엮어 한 몸처럼 만들어버릴 수도 있고, 조롱한 선생님의 입을 꿰매는 것도 가능하다. 미나의 눈도 감을 수 있도록 바느질 할 수가 있다.
경쟁 사회에서 어디서부터 왔는지 알 수 없는 이 능력으로 사람을 구분하고, 한 사람이 찬양 받다 바닥으로 떨어지는 과정을 단시간에 확인할 수 있다. 학생들의 열기가 광기가 돼 한 여름의 학교를 지옥으로 몰아넣었다.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현실에 닿을 수 만든 건 기괴한 분위기와 이미지, 그리고 이유미, 김혜준의 연기다. 2017년 만들어진 이 영화는 출연 배우들이 노 개런티로 출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혜준의 앳된 얼굴에서 나오는 상반된 에너지와 이유미의 광기 어린 연기가 '능력 소녀'가 가진 가장 강한 능력이 됐다.
실험적인 시도와 감독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불친절하지만 우직하게 나아간다. 독립, 단편 영화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만든 작품이다. 러닝타임 25분.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설마'했던 의사들…면허정지 절차 밟자 당황 "진짜 할 줄이야"
- 익혀도 안 죽는다…봄철 '이것' 잘못 먹으면 기억상실
- '3중 고발' 당한 이재명…선거전 본격화에 '입'이 리스크
- 임종석의 회군, ‘엄중 낙연’ 닮은 ‘쫄보’ 행보
- "국회 출근 전 불륜男과 호텔서…" 증거사진까지 나와 '발칵'
- 국민의힘, '이재명 재판 생중계 불허'에 "국민 알권리 묵살 아쉬워"
- 이재명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선고 생중계 안 한다
- '尹탄핵 의원연대' 출범에 "위험천만한 시도"…국민의힘 '일침'
- 식어가던 케이팝에 불지른 '로제' [D:PICK]
- ‘결국 승인’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3연임 첫 관문 통과…공정 없는 공정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