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 의무 유예하자 이 동네 전세 매물 ‘우르르’…전셋값 잡힐까
실거주 의무가 3년간 유예되면서 입주 물량이 몰린 서울 강동구 아파트 전세 매물이 한 달 새 17%가량 늘어났다. 당장 입주가 쉽지 않았던 수분양자들이 전세를 놓을 수 있게 되면서 신축 아파트 입주가 많은 강동구에서 전세 매물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3월 8일 기준 강동구 전세 매물은 2543건으로 한 달 전(2175건)보다 16.9% 증가해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가장 크게 매물이 늘었다. 서울에서 전세 물량 자체가 가장 많은 곳은 강남구(7434건), 서초구(3731건), 송파구(3478건) 등 소위 ‘강남 3구’지만, 이들 지역 전세 매물은 한 달 전보다 각각 11.3%, 7.4%, 8.5%씩 오히려 감소했다. 같은 기간 서울 전체 전세 물량도 3만4345건에서 3만2622건으로 5.1% 줄었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강동구 외에 전세 물량이 두 자릿 수 이상 늘어난 곳은 종로구(14.1%)가 유일하지만, 종로구는 아파트가 매우 적은 지역 특성상 3월 8일 기준 매물이 186건에 그친다. 실질적으로 강동구 전세 물량이 가장 크게, 이례적으로 늘어난 셈이다.
3월 8일 아실에는 옛 둔촌주공을 재건축하는 ‘올림픽파크포레온(1만2032가구)’에서만 572건의 전세 매물이 나와 있다. 이 단지는 내년 1월부터는 입주를 시작한다. 오는 6월 준공을 앞둔 길동 ‘강동헤리티지자이(1299가구)’ 전세 매물도 111건으로 한 달 만에 1.5배 급증했다. 이 밖에 천호동에도 9월 ‘강동밀레니얼중흥S-클래스(999가구)’ 등 준공이 예정돼 있다. 이미 지난 2월부터 입주가 시작된 상일동 ‘e편한세상고덕어반브릿지(593가구)’에선 79건의 전세 매물이 나와 있다.
이들 신축 아파트에서 전세 매물이 늘어난 건 분양가상한제 아파트 실거주 의무가 완화된 영향이다. 앞서 2월 29일 이들 아파트에 대한 실거주 의무 적용 시점을 ‘최초 입주 가능일’에서 ‘최초 입주 가능일로부터 3년 이내’로 완화하는 내용의 주택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바 있다.
이번 개정으로 분양대금 잔금이 충분하지 않거나 해외 이주, 자녀 교육 등으로 당장 이사를 할 수 없었던 사람들은 급한대로 전세를 놔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
강동에서 입주량이 넘치면서 서울 동남권 전셋값도 내리는 모습이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3월 첫째 주(4일 기준) 강동구 전셋값은 전주 대비 0.01% 오르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서울 전체 전셋값 상승률(0.08%)보다 크게 낮다. 직전 주에는 강동구 전셋값이 0.04% 하락하기도 했다.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이 42주 연속 오름세를 보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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