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생 아들의 이상 행동, 조현병 아니라는 오은영이 찾은 원인

김종성 2024. 3. 9.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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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리뷰]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

[김종성 기자]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의 한 장면.
ⓒ 채널A
 
8일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에는 '긴급 사연'을 갖고 출연한 가족의 이야기가 방송됐다. 착한 모범생 아들이 갑자기 달라졌다는 내용으로, 최근 환청과 망상이 시작됐다고 한다. 금쪽이는 가족을 의심하더니 "(가족이) 살인자"라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했다. 이상 행동을 정리하면, ① 갑작스러운 발작 증세를 보였고 ②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며 괴로워 했다. 게다가 ③ 틱 증상까지 나타났다.

급기야 엄마를 향해 협박과 반항을 했고, 안 쓰던 욕설과 폭력성까지 보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 정도라면 좀 심한 사춘기라고 여겼을지도 모르지만, 금쪽이는 "내 엄마를 왜 죽였냐"며 망상 증세를 보였다. 2023년 초까지만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금쪽이는 5월부터 하루아침에 달라졌다. 엄마는 "제발 도와주세요"라며 눈물을 쏟았다. 과연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오은영 박사는 이번 금쪽이를 과연 방송에서 다뤄야 하는지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금쪽이의 문제를 병원에서 다뤄야 하는 응급 상황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모의 간절한 마음을 외면할 수 없었기에 방송으로 진행하게 됐다며 양해를 구했다. 전문가 관점에서도 금쪽이의 행동은 매우 기괴한 모습이었기에 오은영도 매우 긴장한 모습이었다. 

"증상에 일관성이 없어요" '이해 불가' 금쪽이 상태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의 한 장면.
ⓒ 채널A
 
오은영은 금쪽이의 상태를 먼저 체크했다. 금쪽이의 뇌 MRI 촬영 결과는 '특별한 소견 없음'으로 정상이었고, 어릴 때 경기를 일으킨 적도, 의식을 잃고 쓰러진 적도 없었다. 그렇다면 분명 2023년 5월 전후로 어떤 사건이 있었을 것이라 추측할 수밖에 없었다. 금쪽이가 어떤 아이였는지 파악하는 게 시급했다. 다각적인 이해가 동반되어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금쪽이는 "엄마 원래 말랐어?"라며 난데없는 질문을 던졌다. 그러더니 엄마의 존재를 의심했고, 진짜 엄마인 걸 증명하라며 과거에 대해 취조하듯 물었다. 식사 중에는 가족 전체를 의심하기도 했다. 형제 간의 갈등도 깊어져 있었다. 오은영은 이를 의학 용어로 '지각 이상(정신 작용에 장애가 일어나 감각기관이 정상 상태를 잃는 증상)'이라 설명했다. 평범한 시선도 공포로 느껴지는 상태였다.

조현병 등 정신증(사고 장애)이 하루 아침에 갑자기 생길 수 있을까. 오은영의 대답은 'NO'였다. 그는 전조 증상, 즉 행동과 감정의 일탈 현상이 수개월에서 수년간 지속되기도 한다고 대답했다. 한편, 금쪽이는 조현병을 의심할 증상들을 보였다. 6일 동안 잠을 자지 않고, 엘리베이터에서 문을 여닫기만 반복한다거나, 집 밖으로 나가 하염없이 걷다가 사람이 아무도 없다며 의심하기도 했다. 

또, 손이 멋대로 움직인다며 주먹으로 자신의 팔을 때리기도 했다. 누군가 자신을 조종한다고 말하면서 왼손에 말을 걸기도 했다. 부모 입장에서는 조현병을 염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오은영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금쪽이의 증상에 일관성이 없다(조현병에도 일관된 주요 증상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해 불가'라고 설명했다. 조현병으로 보기에 타당하지 않다는 진단이었다. 

그렇다면 금쪽이는 왜 조현병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걸까.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다행히도 선생님과 친구들이 집으로 찾아왔을 때 한 가지 단서를 찾을 수 있었다. 이상하게 친구들 앞에서는 이상 증상이 멈추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반장 시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도망치듯 자리를 피하더니 "그건 알려줄 수 없지"라며 눈빛이 달라졌다. 

6학년 1학기 반장을 맡았던 금쪽이는 그 시기에 과도한 책임감을 느꼈던 모양이다. 친구들이 말을 듣지 않아 힘들다며 토로한 적이 많았고, 친구들이 욕을 많이 써서 괴로워했다는 것이다. 오은영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아동/청소년의 주된 불안 요인으로 '친구 관계'로 인한 문제가 가장 많다며, 또래 관계가 심리상태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금쪽이는 현재 극심한 불안 상태였다. 

'꾀병' 의심하는 엄마... 참고 살아야 했던 금쪽이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의 한 장면.
ⓒ 채널A
 
다음 날, 금쪽이와 엄마의 팽팽한 대립이 벌어졌다. 엄마는 끼니도 거른 채 게임을 하는 금쪽이가 계속 말을 듣지 않자 컴퓨터를 강제 종료해버렸다. 화가 난 금쪽이는 엄마의 손목을 꽉 잡으며 공격적 행동을 취했다. 잠시 후, 혼자 방으로 들어간 금쪽이는 엄마를 향해 강한 분노를 표출했다. 오은영은 금쪽이가 부정적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조차 모르는 상태라고 분석했다. 

오은영은 금쪽이가 품고 있었을 힘듦과 뾰족한 감정에 포커스를 맞췄는데, 그동안 '착한 아이'라는 말에 갇혀 힘들 때 힘들다고 말해본 적조차 없었던 금쪽이의 속마음을 헤아렸다. 엄마는 금쪽이를 '긍정적인 아이'로만 여겨 어려움을 알아채거나 표현해주지 못했던 것이다. 오히려 오락가락하는 금쪽이의 상태를 '꾀병'으로 의심해 집요하게 추궁하기 시작했다. 

오은영은 무엇이든 정확해야 하는 엄마의 압박 공세를 안타깝게 바라봤다. 금쪽이가 치료가 필요한 상태인 건 분명했다. 다만, 지금 보이는 모습은 증상을 앞세워 불편한 감정을 표현 중인 것도 맞았다. 오은영은 표현 방법을 모르니 쌓이고 쌓였던 감정이 터져 나온 것일 뿐 꾀병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오히려 이상 행동을 통해서만 힘든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금쪽이가 안쓰러웠다. 

"원래 착한 아이였는데..."

오은영은 엄마가 큰 고민 없이 써왔던 '착한 아이'라는 말에 대해 언급하며, 계속 과거와 비교하는 태도를 지적했다. 생각해 보자. 힘든 마음을 표현하면 나쁜 아이일까. 아이의 밝고 명랑한 모습만 강조하면 힘들 땐 어디에 말해야 할까. 과거 착했던 금쪽이는 엄마의 만족일 뿐이다. 아이는 성장할수록 자기 주장이 뚜렷해지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착한 아이'를 강조한다면 어린 시절로 퇴행하라는 뜻밖에 되지 않는다.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의 한 장면.
ⓒ 채널A
 
타인의 시선을 견디며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왔던 금쪽이는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진 않냐'는 질문에 "말을 못 하겠어요"라며 대답을 회피했다. 모범생으로 살기 위해 참고 지내야 했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불편했던 모양이다. 오은영의 금쪽 처방은 '과도한 책임감 내려놓기'였다. 스스로 책임질 일과 타인의 몫을 구분하고, 마음을 잘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었다. 

1:1 면담에 나선 오은영은 금쪽이에게 친구들이 말을 안 듣는 건 본인의 잘못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확히 설명해주었다. 또, 금쪽이를 위로하며 건강한 자아관을 가르쳤다. 최선을 다해도 결과가 늘 좋을 수는 없다며,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오은영과 만나 고민을 푼 금쪽이는 잔뜩 신이 나 가족들에게 대화 내용을 전했다. 

그런데 엄마는 자신도 과거에 그런 얘기를 한 적 있다며 불필요한 이야기를 늘어놓았고, 금쪽이의 표정은 점차 굳어졌다. 솔루션의 위기가 도래한 것이다. 역시 첫 술에 배부를 리 없었다. 예고편에는 새로운 난관들이 펼쳐졌다. 금쪽이는 솔루션을 거부했고, 분노 조절이 어려운 형은 엄마와 갈등을 빚었다. 엄마는 우울증과 불안 장애를 호소했다. 벼랑 끝에 내몰린 가족들은 과연 다시 웃음을 찾을 수 있을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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