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석포제련소, 얼마나 더 죽여야 문을 닫을 것인가?"

정수근 2024. 3. 9.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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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경북 봉화군 영풍석포제련소에서 노동자 사망사고가 또 발생했다.

 지난해 12월 한 하청 노동자가 정액공정의 모터 교체 작업을 하다가 아르신가스(비화수소(AsH₃))에 중독되어 사망한 지 불과 3개월여 만에 또 사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여러 곳의 복합골절상을 입고 응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후송되는 도중 사망했다고 한다.

생태계 파괴에 노동자가 사망하는 중대재해까지 발생하자 시민단체는 목소리를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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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노동자 사망사고 발생한 영풍석포제련소... 시민단체 "즉각 폐쇄하라"

[정수근 기자]

 밤에 본 영풍석포제련소. 밤에도 계속해서 돌아가는 공장. 24시가 계속해서 돌아가는 공장. 아황산가스를 계속해서 뿜어져 나온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영풍석포제련소 전경.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그 시각 필자는 제련소 앞산에 올라 제련소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8일 경북 봉화군 영풍석포제련소에서 노동자 사망사고가 또 발생했다. 냉각탑에서 이물질을 제거하던 중 벽체에서 떨어진 낙하물에 부딪혀 숨졌다고 한다. 지난해 12월 한 하청 노동자가 정액공정의 모터 교체 작업을 하다가 아르신가스(비화수소(AsH₃))에 중독되어 사망한 지 불과 3개월여 만에 또 사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이날 필자는 환경·보건 활동가들과 '악명 높은 공해 공장'으로 알려진 영풍 석포제련소 주변을 탐사하고 있었다. 산 위에서 내려다본 제련소는 조용했다. 탕탕탕 공사 소음만 들려오고 계속해서 뿜어대는 아황산가스만 무심한 듯 하늘 위로 오를 뿐이었다. 사망사고가 난 시각인 오후 2시경에도 별다른 분주함이 감지되지 않고 평온했다.

비보 접하고 다시 간 제련소 앞은...
 
 사망사고가 일어난 제1공장 정문 앞.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비보를 접한 건 산을 다 내려와서 숙소에서 쉬고 있을 때였다. 제보를 받았다는 김수동 안동환경운동연합 의장의 전화를 받고 다시 제련소로 향했다. 제1공장 앞은 사망사고가 났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을 만큼 평온했다. 하나둘 퇴근하며 공장 문을 나서는 노동자들을 잡고 물어도 "저는 모른다"며 황급히 자리를 떠날 뿐이었다. 제1공장 앞 한 관계자에게 물어도 총무과에서 알고 있는 일이라며 답을 피했다. 어렵게 전화로 연결된 총무과 관계자는 사건 발생 후 3시간이 훌쩍 지난 시각임에도 "아직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우리도 답답하다"라고 했다.

언론 보도와 필자가 수소문한 결과를 종합하면 고인은 삼척 출신의 50대 노동자였다. 전해 공정의 냉각탑 청소를 위해 투입됐고 냉각탑에 생성된 석고를 제거하는 작업을 하는 중에 그 석고가 떨어져 고인을 덮쳤다고 한다. 여러 곳의 복합골절상을 입고 응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후송되는 도중 사망했다고 한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동시에 이날 산 위에서 내려다 본 제련소 주변의 수많은 나무 주검들을 떠올린다. 제2공장 뒷산의 소나무들은 거의 전멸 상태다. 제2공장에서 뿜어올리는 아황산가스 탓으로 추정된다. 뿐만 아니라 제련소 주변 모든 나무들이 영향을 받고 있다. 이 일대는 경북 봉화의 첩첩산중 오지에 금강소나무 군락지라 짙은 녹음이 드리운 곳이지만 제련소 주변에 들어서면 녹음은 사라지고 '죽음의 그림자'만 짙어진다.
 
 제련소 공장 뒷산의 나무는 거의 전멸했고, 산 자체가 산성화되어 흘러내리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9일 아침 제련소 주변 풍경이다. 사람이 죽어도 아황산가스를 뿜으며 공장은 돌아간다. 그 아황산가스로 주변 나무들이 누렇게 말라 죽어 거의 전멸했음을 이 사진이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연기가 올라오는 곳이 3공장이고 그 뒤로 협곡을 따라 2공장과 1공장이 들어서 있다. 능선 부위가 누렇게 변한 그곳이 다 나무들이 고사한 현장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비단 나무만일까? 이곳에 사는 수많은 생명들도 사라졌다. 상류에는 바글바글한 다슬기가 제련소를 지나는 순간 사라진다. 생태계 파괴에 노동자가 사망하는 중대재해까지 발생하자 시민단체는 목소리를 높인다. 

"금수강산 우리 산천 다 죽이고, 노동자들마저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있는 영풍석포제련소 즉각 폐쇄하라!"

"영풍석포제련소는 1300남 영남인의 식수원 낙동강에서 썩 물러가라!"

이날 현장 곳곳을 바쁘게 동행한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이렇게 물었다.

"얼마나 더 죽어야 이 위험한 공장이 사라질 것인가? 아니 얼마나 더 죽이고서야 이 위험천만한 공장이 문을 닫을 것인가?"
 
 영풍제련소 문제 해결을 위한 워크숍에 모인 활동가들이 노동자가 사망한 이날 제련소 앞에서 함께 외쳤다. 영풍제련소 낙동강에서 썩 물러가라!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영풍석포제련소만 벗어나면 이렇게 수려한 비경이 나타난다. 이런 경북 오지의 청정지역에 1970년 영풍석포제련소란 위험한 공장이 낙동강 최상류에 들어섰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제련소 주변을 벗어나면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경북 봉화의 낙동강 풍경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제련소 주변을 벗어나면 이렇게 산양이 출몰하는 천정지역이다. 이런 천정지역에 거대한 죽임의 공장이 들어서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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