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의 선택에 쏠리는 관심, 임시 감독은 구세주가 아니다
[이준목 기자]
▲ 3월 A매치 기간 국가대표팀을 지휘할 임시 감독으로 선임된 황선홍 23세 이하(U-23) 축구 대표팀 감독이 2월 27일 소감을 밝히고 있다. |
ⓒ 대한축구협회 |
황선홍 대한민국 남자축구대표팀 임시 감독이 오는 3월 11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태국전에 출전할 축구대표팀 명단을 발표할 예정이다. 황 감독은 주말 열리는 프로축구 K리그1 경기들을 점검한 뒤 선수명단을 확정할 계획이다.
축구협회는 지난 아시안컵의 성적부진과 선수단 관리 실패의 책임을 물어 전임 위르겐 클린스만을 경질했고, 이후 황선홍 올림픽대표팀 감독을 임시 감독으로 선임하여 지휘봉을 맡겼다. 당초 협회는 국내파 정식 감독 선임에 무게가 쏠리는 분위기였으나 'K리그 현직 감독 차출설'에 대한 여론의 반발이 격심해지자, 방향을 선회하여 황선홍 감독에게 잠시 대표팀 지휘봉을 잡아줄 것을 제안했다, 황 감독은 고심 끝에 요청을 수락했다.
황선홍 감독은 3월 태국과의 홈앤 어웨이 2연전까지만 지휘봉을 잡는다. 태국과의 북중미월드컵 2차 예선 3차전은 오는 2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며, 이후 원정으로 열리는 태국과의 4차전 리턴매치는 26일 방콕에 있는 라자망갈라스타디움에서 개최된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2차예선 C조에서 2승(승점 6)으로 1위를 달리고 있다. 태국은 1승 1패(승점 3)로 2위다. 1승 1패 승점 3점인 중국은 태국에 골득실에서 밀린 3위, 싱가포르는 2패로 최하위를 기록중이다. 상위 2위까지 최종예선에 진출한다. 황선홍호가 태국과의 2연전에서 전승을 거두면 조기에 최종예선행을 확정할 수 있다.
황선홍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대표팀이 전임 클린스만호와는 얼마나 차별화된 변화를 가져올지 축구팬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아시안컵에서 벌어진 선수단 내분 사태에 대한 후속조치, 그리고 외국인 감독 체제에서 외면받던 K리거와 새 얼굴 발탁 등으로 요약된다.
대표팀은 지난 아시안컵 기간 동안 이른바 '탁구게이트'로 불리우는 선수단 내부의 분열과 충돌이 폭로되며 엄청난 파문에 휩싸였다. 특히 갈등의 중심에 있었던 이강인과 주장 손흥민의 대립은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이강인이 공식사과와 반성의 뜻을 밝혔고 손흥민과도 직접 만나 화해하고 갈등을 봉합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팬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표팀의 기강을 세우기 위하여 징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축구협회는 선수단 내분 사태에 대하여 아직까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관련 선수들의 징계 가능성에 대하여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결국 가장 민감한 문제인 이강인의 대표팀 발탁 여부나 선수단 분위기 수습의 책임은 오롯이 황선홍 감독에게 떠넘기는 모양새가 굳어졌다. 그만큼 축구팬들 사이에서 한국축구의 상징적인 레전드인 '황선홍이라면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큰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황선홍 감독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강인을 뽑아도, 뽑지 않아도 여러 뒷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난처한 상황이다. 황 감독이 여론을 의식하여 핵심선수인 이강인을 발탁하지 않는다면, 그만큼 전력 운용에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반면 이강인을 발탁한다면 선수단 내분사태에 대한 면죄부를 줬다는 오명을 자칫 황 감독이 혼자 뒤집어쓰게 될 수도 있다.
황 감독은 지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이강인을 발탁하여 함께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는 만큼 선수의 성향과 장단점에 대하여 이미 충분히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이강인을 발탁해야 할 명분도, 발탁하지 않아야 할 명분이 다 뚜렷한 만큼, 이는 황선홍 감독의 선택을 존중하고 맡겨야 할 대목이다. 과연 황 감독이 새롭게 소집되는 대표팀의 기강과 규율 확립을 위하여 어떤 메시지를 제시할지도 주목받고 있다.
한편으로 그동안 유럽파와 베스트 11 위주의 대표팀 운영 때문에 외면받았던 선수들, 특히 K리거들의 발탁 여부도 뜨거운 관심사다. K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보이고도 벤투와 클린스만 체제에서는 중용되지 못했던 이승우와 주민규 등을 비롯하여 아시안컵 명단에 포함되고도 출전기회를 얻지 못했던 이순민, 김지수, 김주성, 양현준과 같은 선수들이 황선홍 감독의 부름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또한 황선홍 감독은 11일 대표팀 명단발표 기자회견을 통하여 선수명단을 직접 발표하고, 해당 선수들의 발탁 이유나 대표팀의 현안에 대한 본인의 생각도 밝힐 계획이다. 그동안 외국인 감독들은 이러한 팬들 및 언론과의 소통에 소극적이었다. 특히 외유가 잦았던 전임 클린스만은 아예 대표팀 명단발표시 관행적으로 이뤄져왔던 기자회견마저도 일방적 폐지하기도 했다. 국내파 감독인 황선홍 감독이 지휘봉을 잡게되면서 당연하게 이뤄져야했던 기본적인 시스템이 제 자리로 돌아오게 된다는 것은 긍정적인 대목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우려되는 부분도 존재한다. 황선홍 감독에 대한 지나친 기대와 희망이 오히려 부담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은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황 감독은 어디까지나 '임시감독'일 뿐이고 태국과의 3월 2연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감독이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할 일'에는 모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엄밀히 말해 선수단의 개편이나, 새 얼굴 발굴, 전술적인 실험 등은 사실 정식 감독 체제에서 장기적으로 연속성있게 진행되어야 할 사안이다. 황 감독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역할은 어디까지나 눈앞의 2연전에서 최상의 결과를 내야 한다는 것 뿐이다.
그렇다면 당장 기존의 선수단에서 큰 폭의 변화나 실험을 시도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설사 황 감독이 일회성으로 새 얼굴을 발탁하거나 전술을 실험한다고 해도 후임 감독 체제에서 게속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오히려 선수단에게도 혼란만 줄 수 있다.
더구나 황 감독은 A대표팀 임시 감독인 동시에, 올림픽대표팀의 감독이기도 하다. 황 감독은 올해 파리올림픽 본선진출에도 바쁜 시점에 본업을 잠시 미뤄두고 A대표팀이라는 막중한 책임을 맡아야 했다.
이것만으로도 황 감독은 큰 희생을 이미 감수한 셈이다. 태국과의 2연전과 올림픽 10회 연속 본선진출이라는 두 가지 결과를 모두 잡는다면 최상이지만, 만에 하나 둘중 하나라도 좋지 못한 성과를 기록하기라도 한다면 황 감독은 그 피해를 오롯이 혼자 감당해야 한다.
황선홍 감독에게 주어진 임무는 정식 감독이 아직 선임되지 못한 공백기를 메우는 구원투수로서 철저한 '관리자'에 가까운 역할임을 감안해야 한다. 황 감독의 A대표팀 운용이 일부 미디어나 팬들이 요구하는 기준에는 못 미칠 수도 있다. 그러나 특정선수의 발탁 유무, 선수단 내분 사태에 대한 수습과 후속 조치 등은 앞으로 축구협회와 후임으로 올 정식 감독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황 감독에게는 그 이상의 어떤 요구나 부담도 주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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