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는 온다' 오재현의 눈부신 성장, 2년 연속 EASL 결승행

이준목 2024. 3. 9.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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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정관장에 94-79 승리... 10일 결승전 치바 제츠와 '한일전'

[이준목 기자]

▲ 프로농구 SK, 정관장 꺾고 2년 연속 EASL 결승 진출 프로농구 서울 SK가 안양 정관장을 꺾고 2년 연속 동아시아슈퍼리그(EASL) 결승에 진출했다. SK는 8일(이하 한국시간) 필리핀 세부의 라푸라푸 훕스돔에서 열린 2023-2024 EASL 준결승에서 정관장을 94-79로 제압했다. 사진은 SK 오재현. (EASL 제공)
ⓒ 연합뉴스
 
'리틀 김선형' 오재현(서울 SK)이 빛나는 활약으로 소속팀의 2년 연속 EASL 결승행을 이끌었다. 필리핀 세부의 라푸라푸 훕스돔에서 열린 '2023~2024 동아시아슈퍼리그(EASL)' 4강전에서 SK가 안양 정관장과의 'KBL 더비'에서 94-79로 승리했다.

2023년 초대 대회 결승전에서 정관장에 패하며 준우승에 그쳤던 SK는 1년 만에 정관장에 설욕하는 데 성공하며 2년 연속 결승진출에 성공했다. SK는 10일 열리는 결승전에서 치바 제츠(일본)와 '한일전'을 통하여 첫 우승에 도전한다.

SK는 이날 정관장의 필리핀 출신 아시아쿼터 렌즈 아반도의 존재로 인하여 같은 KBL팀임에도 사실상 원정과 같은 불리한 분위기 속에서 경기를 치러야 했다. 경기장을 찾은 필리핀 팬들은 대부분 아반도가 있는 정관장을 일방적으로 응원했다.

하지만 SK는 외국인 선수 대결에서 우위를 점하며 자밀 워니가 36점 16리바운드 6어시스트의 맹활약으로 경기를 지배했고, 2옵션 리온 윌리엄스도 11점 12리바운드를 기록하며 두 선수가 동반 더블-더블을 작성했다. 정관장은 로버트 카터가 21점 9리바운드로 분전했고, 아반도가 모국 팬들의 성원을 등에 업고 11점을 올렸으나 동료들의 지원이 부족했다.

국내 선수 대결 역시 SK의 판정승이었다. 주전 가드로 나선 오재현이 20점 4어시스트의 활약으로 간판스타 김선형의 빈자리를 완벽하게 메워준 것이 승리의 결정적인 밑거름이 됐다.

특히 약점으로 지적됐던 외곽슛이 5개나 폭발했고, 그것도 중요한 순간마다 명중시키며 정관장의 추격 의지를 꺾는 데 기여했다. 오재현은 공격과 리딩은 물론, 수비에서도 박지훈과 최성원을 앞세운 정관장의 가드진을 봉쇄하며 어엿한 리그 엘리트 가드로 성장한 모습을 증명했다.

오재현의 활약 속에 SK는 후반전에는 리드를 한 번도 놓치지 않고 15점 차로 여유롭게 승리할 수 있었다. 이번 시즌 KBL에서 정관장을 상대로 전승 행진을 기록중인 SK는 EASL 무대마저 포함하면 6연승 행진을 이어가며 지난 시즌 챔피언전 패배의 아픔을 설욕하고 '천적'으로 등극했다.

반가운 오재현의 성장세

SK로서는 2년 연속 EASL 결승행의 기쁨 못지않게 오재현의 성장세를 확인한 게 더큰 소득이다. 오재현은 경복고와 한양대를 졸업하고 프로농구 2020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1순위 SK의 유니폼을 입은 이후 어느덧 4번째 시즌을 맞이하고 있다.

데뷔 초창기에는 가드로서는 수준급의 피지컬과 운동능력을 바탕으로 '수비 스페셜리스트'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다만 부족한 공격력이 늘 약점으로 지적받았다.

특히 현대농구에서 가드에게 필수적인 중장거리 야투 성공률이 처참하여 상대팀의 노골적인 새깅 디펜스의 표적이 되기 일쑤였다. 이로 인하여 슛없는 수비 전문가드의 대명사로 이른바 '신명호는 놔두라고'라는 유명한 밈의 주인공이었던 신명호(부산 KCC 코치)의 2020년대 버전이라는 평가를 받하기도 했다.

지난 시즌에는 '오재현이 3점슛을 3개 이상 넣으면 SK가 반드시 이긴다'는 희한한 공식이 생기기도 했다. 이는 뒤집어 말하면 오재현의 기복 심한 슈팅능력을 꼬집는 표현이기도 했다. 여기에 같은 팀 내에 리그 최고의 가드인 대선배 김선형이 주전으로 버티고 있었기에, 오재현이 식스맨 이상의 롤을 부여받는 데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2023-24시즌은 오재현이 한 단계 '스텝업'하는 전환점이 됐다. 슈퍼팀으로 기대를 모았던 SK는 김선형과 안영준 등이 번갈가며 부상에 시달리며 전력 운용에 어려움을 겪었다. 자연히 출전시간이 늘어난 오재현은 주전들의 줄부상 속에서도 정규리그 46경기 전 게임에 출장하며 묵묵히 팀을 지탱했다.

오재현은 올시즌 평균 27분 2초를 출장하며 11.4점, 2.5어시스트, 1.2가로채기 (전체 10위)로 개인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다. 무엇보다 꾸준한 노력 끝에 약점으로 꼽히던 슈팅 능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됐다. 오재현은 올시즌 경기당 1.3개의 3점슛을 적중시키며 데뷔 이래 최초로 평균 1개 이상을 넘기고 있고, 2점슛 성공률은 51.4%, 3점슛은 33.3%까지 끌어올렸다. 데뷔 첫 3시즌간 기록이 5.3득점, 3점슛 성공률 30%에 불과했던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장이다.

김선형이 부상으로 이탈한 이후에는 주전 포인트가드로 자리잡으며 자밀 워니에 이어 사실상 팀 내 2옵션으로까지 위상이 상승했다. 실제로 오재현은 올해 워니에 이어 팀 내 누적득점 2위다. SK는 오재현을 통하여 30대 중반을 넘긴 김선형을 장기적으로 대체할 수 있는 대안을 얻었다.

개인 최다 기록도 연이어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 1월 18일 울산 현대모비스전에서 자신의 한 경기인 개인 최다 36득점을 몰아쳤다. 지난 3월 2일 부산 KC전에서는 13점 9어시스트로 한 경기 최다 어시스트 기록을 갈아치우기도 했다. 팀의 메인 볼 핸들러이자 반쪽자리가 아닌 공수겸장으로 착실히 성장해가고 있는 모습이다.

잠재력과 성장세를 인정받아 오재현은 최근 안준호 신임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남자농구 국가대표로 당당히 선발되기도 했다. 오재현의 농구 인생 첫 태극마크였다.

KBL을 대표하는 정상급 선수들 사이에서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출신으로 발탁된 선수는 오재현이 유일했다. 처음부터 주목받는 선수가 아니었던 오재현의 괄목할 만한 성장은 '기회는 준비된 자만이 잡을수 있다'는 격언의 모범사례로 기회를 노리는 많은 선수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그리고 이제 오재현의 다음 목표는 EASL 우승이다. 이번 대회 우승에는 무려 100만 달러(약 13억 원)의 상금이 걸렸다. 여기에 오재현 개인으로서는 백업멤버가 아닌 본인이 주전으로서는 첫 우승 도전이다. 김선형 없이도 본인을 중심으로 팀을 우승시킬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오재현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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