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서 일하고 쉰다, 전국 첫 '섬택근무지' 통영 두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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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섬택 근무지’
경남 최남단에 있는 ‘통영 두미도(頭尾島)’. 섬 모양이 꼬리가 있는 동물 머리와 비슷해 붙여진 이름이다. 수려한 한려해상 바다 경치와 동백나무·후박나무·참식나무·구실잣밤나무 등 울창한 난대림 수목을 볼 수 있다. 섬 둘레가 14㎞로, 한때 초등학교가 두 곳이나 있을 정도로 인구가 많았던 곳이다. 지금은 100여명이 산다.
이런 두미도가 수년 새 ‘섬택 근무지’로 주목받고 있다. 2박3일 정도 섬에 머물며 원격으로 업무를 보는 것이다. 경남도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은 2021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유행하던 재택근무에서 한 발자국 나아가 섬택 근무를 시도했다. 한국에선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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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타고 1시간…외부 간섭 없어 집중도↑
8일 경남도에 따르면 두미도는 뭍에서 약 1시간 배를 타고 가야 나오는 꽤 먼 거리에 있다. 배편도 2회로 많지 않지만, ‘IT강국’답게 해저로 인터넷 광랜이 깔려 있어 원격 근무하는 데 별다른 지장이 없다. 오가기 힘든 섬이란 편견을 버리면 불필요한 외부 간섭 없이 집중해서 일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또한 바다 경치를 보며 두미도 둘레길을 탐방하는 등 힐링을 겸한 워케이션(휴가지 원격근무) 장소로 적절하단 평가도 나온다.
섬에는 업무와 숙식을 할 수 있는 시설이 마련돼 있다. 그간 사용하지 않던 북구마을 청년회관을 리모델링해 ‘두미 스마트워크센터’로 조성했다. 1층(55.61㎡) 사무 공간에는 개인용 책상 4개와 단체회의 테이블 1개 그리고 컴퓨터 2대가 설치됐다. 2층(31.56㎡) 숙소 공간에는 2층 침대 2개가 놓여 있다. 스마트워크센터는 중진공 보조금을 받아 운영되는 곳으로, 공공기관 직원과 공무원은 무료로 이용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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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객 만족도 높아…불편사항 개선
중진공 직원들이 섬택 근무를 처음 시작한 이후로 일과 휴식의 양립(워라벨) 등 순기능을 보이면서 경남도청 직원들까지 확대됐다. 그뿐만 아니라 전남도청, 한국관광공사, 한국섬진흥원 직원들도 여기서 일했다. 이용객은 2021년 79명(경남도청 21명·중진공 58명), 2022년 125명(경남도청 27명·중진공 94명·한국관광공사 4명), 2023년 41명(경남도청 19명·중진공 16명·전남도청 2명·한국섬진흥원 4명)으로 집계됐다.
섬택 근무 만족도도 높았다. 2022·2023년 두 차례 걸친 조사 결과, ‘매우만족·만족’한다는 의견이 100%로 나타났다. 설문 조사에 참여한 이들 모두 다른 직원에게도 추천하겠다고 답했다. 불편한 점도 있었다. 식당과 편의시설 부족 등 불편 사항은 마을 식당과 무인편의점 운영으로 개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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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공간 추가 마련…섬택 근무지 확대
올해도 경남도청, 중진공, 한국섬진흥원, 전남도청 섬발전지원센터 등 50~70명이 두미도를 찾는다. 경남도는 지난해 남구마을에 있는 2층 규모의 옛 마린리조트 건물(387.59㎡)을 새로 단장해 사무공간(1개)과 객실(6개)·공유주방(1개) 등을 추가 확보했다.
경남도는 남해 조도와 호도, 통영 추도에도 섬택근무지로 만들 계획이다. 조현준 도 해양수산국장은 “섬택근무는 도시와 섬을 잇는 가교역할을 하고 있으며 나아가 휴가지 원격근무(워케이션) 활성화의 기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통영=안대훈 기자 an.dae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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