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 직면한 한국여성들" 파이낸셜타임스가 본 저출생 이유

윤현 2024. 3. 9.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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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여성들이 일과 가정 사이에서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 (FT)가 보도했다.

FT는 8일(현지시각)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일하는 여성'(Women in Business) 특집면에서 출산과 육아, 일을 병행하기 어려운 한국 여성의 현실을 조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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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날 특집면에서 한국 현실 조명... "정부가 혜택 늘려도 가정·직장은 잘 바뀌지 않아"

[윤현 기자]

 일하는 한국 여성의 가정과 일 사이에서 직면한 딜레마를 보도하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 파이낸셜타임스
 
한국 여성들이 일과 가정 사이에서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FT는 8일(현지시각)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일하는 여성'(Women in Business) 특집면에서 출산과 육아, 일을 병행하기 어려운 한국 여성의 현실을 조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정부가 혜택을 늘려도 직장과 가정의 도움이 부족해 일하는 여성들이 출산을 꺼린다"라면서 직장에 다니다가 임신과 출산으로 집에서 일하는 웹툰 작가로 전환한 윤유림씨의 사례를 소개했다.

윤 씨는 "임신 사실을 알리자마자 회사는 젊은 남성을 후임자로 고용했다"라며 "어차피 자녀가 생기면 오랜 근무 시간과 회식 때문에 일을 그만뒀어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이 집안일 대부분 맡는 차별... 결혼과 출산 꺼려"

현재 집에서 다섯 살 난 딸을 돌보며 웹툰 작가로 활동하는 윤씨는 "다른 여성 동료들도 친정 부모님이나 시댁에서 육아를 전폭적으로 지원해주지 않으면 일을 계속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FT는 "여성이 집안일 대부분을 맡는 경제적, 문화적 차별에 직면한 많은 한국 여성이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 것 같다"라며 이는 한국의 출산율이 가임기 여성 1인당 0.72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고령화 등 인구 위기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다만 FT는 한국 정부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보육료 부담 완화, 유급 육아휴직 확대, 근로시간 단축 장려 등에 약 3800억 원을 투입했다면서 "지금은 한국의 많은 대기업들이 예전보다 유연한 근무를 허용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포스코에서 일하며 매일 오전 4시간씩 재택 근무를 하는 두 자녀의 '워킹맘' 황지연씨의 사례를 전했다.

황씨는 "이 정도의 근무 유연성을 허용하는 기업이 많지 않기 때문에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라며 "만약 재택 근무가 허용되지 않았다면 직장과 가정 사이에서의 균형을 찾는 것이 매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킹맘이 힘든 한국... 전문가 "변화 있지만 너무 느려"

하지만 FT는 한국의 성별 임금 격차, 여성의 노동 참여율 등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꼴찌'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한국의 직장 문화와 여성에 대한 사회적 태도는 한국의 강력한 '미투' 운동(성폭력 피해 고발 캠페인), 디지털 성범죄와 여성 폭력에 대한 반발, 노동 시간 연장에 대한 젊은 세대의 저항 등으로 점차 개선되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FT에 "한국의 일자리 중 80%는 일하는 여성에 대한 지원책이 잘 시행되지 않는 중소기업에 있다"라며 "결국 문화적 변화가 이뤄져야 하지만, 너무 속도가 느리다"라고 짚었다. 

배 대표는 "여성에게만 유연한 근로 시간을 제공하는 것은 오히려 여성이 가사와 육아에 남성보다 3배 더 많은 시간을 쓰도록 상황을 악화할 수 있다"라며 "여성은 일을 하면서 주 양육자도 돼야 하는 이중의 부담을 안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웹툰 작가 윤씨도 "업무량이 적지 않고, 돈도 남편 만큼 벌지만 사람들은 내가 집에서 일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육아와 가사를 도맡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라며 "육아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 남성에게도 동등하게 지원되지 않으면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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