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퇴한 동성로 살릴 1호 캠퍼스…“2500명 TK대학생 모인다”

백경서 2024. 3. 9. 09: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구 중구 성내2동 북성문화마을 역사길. 앞쪽에는 종로초등학교, 왼쪽의 한옥은 대구경북 대학들이 이용하는 제1호 도심캠퍼스다. 대구=백경서 기자

8일 오전 대구 중구의 북성문화마을 역사길. 개교한 지 120년이 넘은 종로초등학교 좁은 골목길 벽면에는 한 때 문화예술인들이 풍미하던 성내동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대구서 태어난 이인성 화가, 박태준 지휘자 등이 소개돼 있었고, 한편에는 1950년대 지어진 한옥 건물이 있었다. 이 건물은 연면적 286.8㎡의 3개 동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2013년부터 재즈바와 게스트하우스로 활용됐다.

이 한옥은 동성로에서 도보로 10분인 데다 멋스러운 한옥이어서 해외 배낭 여행객과 타 지역 관광객이 즐겨 찾는 등 인기를 얻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피해 가지 못했다. 동성로까지 활기를 잃어가자 손님이 점점 줄었다고 한다.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문을 닫았고, 지난해 9월 대구시가 이 가옥을 매입했다. 그리고 동성로를 살릴 제1호 도심캠퍼스로 재탄생했다.


상가 5개 중 1개 빈 동성로…대학생 모은다


곳곳에 '임대'가 붙어있는 대구 중구 동성로. 대구=백경서 기자
도심캠퍼스타운 건립은 지난해 7월 대구시가 발표한 ‘동성로 르네상스 프로젝트’ 중 하나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동성로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19.4%다. 중대형 상가 5개 중 1개가 비어있다는 의미다. 대구시는 동성로 빈 상가에 캠퍼스를 만들어 대구·경북권 대학생이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도록 돕고, 실제 대학 강의까지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젊은이들이 모이면 자연스레 동성로가 활기를 띨 것이라고 기대한다. 대구시는 교육부와 협의를 통해 대학 안에서만 강의를 들을 수 있다는 틀을 깨고, 동성로 도심에 13개 대학이 함께 교육받는 공간을 조성했다. 그리고 지난 6일 도심캠퍼스 1호점이 첫 공개 됐다.
지난 6일 대구 중구에 개관한 도심캠퍼스 1호점에서 계명대 학생들이 로컬 창업 강의를 듣고 있다. [사진 대구시]
이날 첫 수업도 진행됐다. 계명대 정규과목(교양 3학점)인 ‘로컬창업앳대구’에 수강 신청을 한 학생 40명이 수업을 듣기 위해 왔다. 이 과목에서 학생들은 창업을 배운다. 이론을 익히고 나면 동성로에 나가 시민 인터뷰를 통해 창업 아이디어를 찾고 대구시에 제안할 수 있는 창업 관련 정책도 구상한다.

강의를 진행한 김병국 계명대 창업교육센터장은 “지난해 강의를 개설했는데, 책상 앞에서 이론만 가르치면서 아쉬움이 많았다”면서 “도심캠퍼스에 와서 학생이 시민 목소리를 직접 듣는 등 현장 실습을 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정언 계명대 실용음악과 3학년생은 “학교에서 배우지 못했던 것들을 경험하니 뜻깊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계명대와 동성로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실전을 경험할 수 있어 수강 신청했다”라고 말했다.


창업 노하우부터 보컬 레슨까지 교육


대구시는 지난 6일 오전 도심캠퍼스 1호점 개관식을 가졌다. [사진 대구시]
계명대가 진행하는 다른 강의인 ‘창업고수비법노트’에서 학생들은 선배 창업가의 노하우도 배운다. 이날은 계명대 광고홍보학과를 졸업한 강태구 프렘웍스 대표가 강의에 나섰다. 강 대표는 학생들에게 로컬콘텐트와 디자인을 만드는 로컬문화기획자로서의 경험을 나눴다. 이 수업 외에도 대구경북 대학 13개가 다양한 프로그램 신청했고, 대구시에서 29개를 선정해 1호점에서 운영한다. 버스킹, 보컬 레슨, 로컬 창업, 주얼리 크리에이터, 근대 건축 투어, 도심캠퍼스 서포터즈 등 프로그램에 연간 2500명의 학생이 참여 예정이다.

대구시는 앞으로도 동성로 관광특구 지정 등 다양한 ‘동성로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도심캠퍼스는 지역대학 경쟁력 강화와 도심 공동화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열쇠”라며 “동성로가 다시 한번 젊은이가 북적이는 청춘의 거리로 재도약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구=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