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군단' 출신 야수들의 첫 맞대결...김하성-이정후, 9일 경기서 나란히 선발 출격

유준상 기자 2024. 3. 9.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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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어제의 동료가 오늘의 적이 됐다.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과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시범경기 맞대결에서 나란히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샌프란시스코와 샌디에이고는 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의 피오리아 스타디움에서 2024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시범경기를 치른다. 지난 3일 첫 맞대결을 치른 두 팀은 6일 만에 다시 만나게 됐다.

원정경기에 임하는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중견수)-오스틴 슬레이터(지명타자)-마르코 루시아노(유격수)-라몬테 웨이드 주니어(1루수)-케이시 슈미트(3루수)-웨이드 메클러(좌익수)-조이 바트(포수)-루이스 마토스(우익수)-타일러 피츠제럴드(2루수) 순으로 라인업을 구성했다. 선발투수는 메이슨 블랙.

'에이스' 다르빗슈 유에게 선발 중책을 맡긴 샌디에이고는 잰더 보가츠(2루수)-제이크 크로넨워스(1루수)-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우익수)-매니 마차도(지명타자)-김하성(유격수)-루이스 캄푸사노(포수)-주릭슨 프로파(좌익수)-그레이엄 폴리(3루수)-잭슨 메릴(중견수) 순으로 라인업을 꾸렸다.


역시나 눈길을 끄는 건 김하성, 이정후 두 선수의 동반 선발 출전이다. 이들은 지난 3일 경기에서 결장하며 첫 맞대결을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 대신 김하성이 이정후와 고우석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바비큐 파티를 갖는 등 잠시나마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각각 2014년, 2017년 KBO리그 1군 무대에 데뷔한 김하성과 이정후는 2017~2020시즌을 함께 뛰면서 소속팀 키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다. 서로에게 큰 힘이 됐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올해 1월 출국 기자회견을 진행한 김하성은 "(이)정후가 너무 좋은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너무 축하하고 한편으로는 동생이기 때문에 그 금액을 뛰어넘을 수 있는 활약을 펼쳐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항상 얘기했던 것처럼 건강하게 부상 없이 시즌을 치르면 '한국의 이정후'를 미국에서도 그대로 보여줄 것이고, '이정후가 이정후한다'는 시즌을 만들어낼 거라고 생각한다"고 응원을 보냈다.

지난달 1일 미국으로 떠난 이정후는 "(김)하성이 형과 캠프지도 같아서 만날 수 있으면 만나서 형한테 궁금한 거 있으면 물어보려고 한다. 형이 워낙 잘 알려주신다. 그리고 또 형이 중요한 시즌을 앞두고 있고 올해 좋은 성적을 거두실 일만 남았다"며 "하성이 형이 잘해서 내가 좋은 대우를 받은 것처럼, 내가 또 잘한다면 앞으로 또 한국 선수들에 대한 그런 기대치나 대우가 더 좋아질 거라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책임감을 강조했다.


두 선수 모두 맞대결에서 봐주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김하성은 "정후가 우리 팀에 오길 사실 엄청 바랐고 기대하기도 했는데, 너무 좋은 조건에 계약했기 때문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스포츠 선수가 그런 계약을 맺는 것 자체가 결국 자신의 가치이기 때문에 잘 됐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시즌 때 만난다면 어쨌든 적이기 때문에 정후가 내게 치면 봐주는 것 없이 다 공을 잡아내도록 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취재진으로부터 김하성의 인터뷰에 관한 질문을 받은 이정후는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봐주면 그건 같은 팀 투수들한테도 예의가 아니고, 또 우리 플레이를 보러 온 팬분들한테도 그건 아니다. 경기할 때는 사적인 감정 다 빼고 정말 선수 대 선수로서 경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 또한 형이 나한테 치는 건 정말 이빨(치아)로라도 잡겠다"고 웃었다.

이정후와 다르빗슈의 한·일 투타 맞대결도 흥미롭다. 이정후는 지난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조별리그 2차전에서 다르빗슈를 상대로 2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1회초 첫 타석에서 뜬공으로 물러난 뒤 3회초 두 번째 타석에서 1타점 적시타를 때리며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다.

이정후는 시범경기 첫날부터 '정상급 선발투수' 조지 커비(시애틀 매리너스를) 상대한 데 이어 우천 노게임이 선언된 8일 LA 다저스전에서는 좌완 선발 제임스 팩스턴의 공을 경험했다. 빅리그에 순조롭게 적응 중인 이정후가 1년 만에 마주하게 된 다르빗슈와의 맞대결에선 어떤 모습을 보일지 지켜볼 일이다.

'처남' 이정후와 '매제' 고우석의 가족 맞대결 성사 여부에도 많은 관심이 쏠린다.

이정후와 고우석은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낸 동갑내기 친구다. 두 선수는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전국대회에서 경쟁했고, 경쟁 구도는 프로에 입단한 뒤에도 이어졌다. 둘은 경기장에서 한 치의 양보 없이 싸웠지만, 경기장 밖에선 둘도 없는 친구였다.

두 선수는 가족끼리도 교류하기도 했다. 고우석은 이정후의 여동생인 이가현 씨와 자연스럽게 만났고, 교제를 이어가다 지난해 1월 결혼했다. 이정후와 고우석은 비슷한 시기에 메이저리그 진출까지 성공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지난해 1월 두 사람의 관계를 집중 조명하기도 했다.

고우석은 시범경기 3경기 3이닝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 중으로, 팀 내 마무리 경쟁에 도전장을 내민 상태다. 다만 1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전, 4일 시애틀전, 7일 신시내티 레즈전까지 사흘 간격으로 마운드에 올라온 만큼 이날 샌프란시스코 타자들을 상대할지는 미지수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USA투데이스포츠, AP/연합뉴스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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