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아무 때나 출근합니다"...'근무혁신' 하니 달라진 것들 [전민정의 출근 중]

전민정 2024. 3. 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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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TV 전민정 기자]

팬데믹 이후 우리 생활은 많은 것이 달라졌는데요. 근무 형태도 마찬가지죠.

코로나 기간 동안 확산됐던 재택근무가 '뉴노멀(New Normal)'로 자리잡는가 하면, 출·퇴근 시간을 자율적으로 조정하는 '시차출퇴근제' 도입도 급물살을 타면서 '출퇴근 문화' 자체가 바뀌고 있습니다.

요즘은 일하기 좋은 기업이라는 인상을 주지 못하면 인재 확보 조차 어려워졌는데요.

청년 세대들이 회사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요소 중 하나가 '워라밸'이 됐기 때문입니다.

특히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중소기업들은 청년이 입사 지원을 망설이는 회사가 아닌, 오래 오래 일하고 싶은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선제적인 근무혁신에 나서고 있습니다.

정부도 매년 기업이 자발적·적극적으로 유연근무 확대, 초과근로단축, 연차 활성화, 일하는 방식 개선 등의 근무혁신 계획을 만들어 실천하면, 그 결과를 평가해 인센티브를 주고 있습니다.

우수 기업에 선정되면 3년간 정기 근로감독 면제, 금리 우대, 정부지원사업 우대 등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거죠.

실제 '근무혁신 우수기업'의 사례를 통해 일하는 문화와 방식을 바꾼 중소기업들이 어떻게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 '회의 없는 날'로 업무 몰입도 'Up'…MZ 직원과 CEO는 직접 소통

IT컨설팅 업체 대교CNS의 근무 혁신은 '직원들 눈높이 맞추기'부터 시작됐습니다.

직원 설문조사를 통해 근로시간, 일과 생활의 균형에 대한 생각을 직접 듣고 시차출퇴근제, 초과근로 시 부서장 승인, 연차휴가 소진캠페인 등을 도입했습니다.

일하는 방식은 더 획기적으로 바꿨습니다.

직급체계를 파트장 중심으로 간소화하는 가하면 일에만 몰입하는 '회의 없는 날'도 운영하고, 연령대가 비교적 젊은 90년대생들을 대상으로 CEO가 직접 소통하는 'Tikitalk' 행사도 진행합니다.

근무혁신을 통한 과감한 변화를 시도하면서 직원들의 만족도는 물론 업무생산성도 올라갔습니다.

이령 대표는 "기존에는 IT업계의 고질적인 인력난으로 인해 채용 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근무혁신 이후에는 입사지원자 수가 약 10배 이상 늘었다"고 근무혁신 성과를 전했습니다.

● "일하는 시간 직접 정해요"…아무리 바빠도 '금요일은 칼퇴근'

전 직원이 근무 시간을 직접 정하는 회사도 있습니다.

스포츠게임 개발 업체 라운드원은 근로자들의 업무환경 개선과 업무효율 증대를 위해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했는데요.

근로계약서에는 오전 10시~오후 7시로 근무시간을 정해 놓았지만, 실제로 계약서를 작성하면서 근로자들의 개별 편의에 맞춰 출퇴근 시간을 지정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제도를 도입하면서 전 직원을 대상으로 근로계약을 새롭게 체결한 결과 전 선택적 근로시간제 활용 인원을 100%까지 끌어올렸는데요.

게임 개발업 특성상 초과근로가 많을 수 밖에 없는 시기는 있는 법. 그런 때라도 매주 금요일은 '가족사랑의 날'로 지정해 모든 직원이 정시퇴근 혹은 조기퇴근을 할 수 있도록 직원들의 워라밸을 '확실히 보장했습니다.

대신 회사가 업무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서 꺼내든 카드는 '코어타임제'입니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는 반드시 근무하는 시간으로 규정해 두고, 코어타임 외에는 외출이나 퇴근을 자유롭게 해 근무시간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문화를 정착시켰습니다.

회사 관계자는 "직원들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니 업무능률이 올라 프로젝트 완성도는 빠르게 높아졌고, 자연스럽게 불필요한 야근도 줄어들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 아무때나 출근…"출퇴근 기록도 안하죠"

단지 출근 시간을 늦추는 것에서 나아가 원하는 시간에 출근을 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AI수학학습 솔루션 업체 매쓰홀릭은 2018년부터 유연근무제를 도입했는데, 특히 자율출퇴근제라는 특별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개발팀 직원들이 주로 활용하는 자율출퇴근제는 업무의 공백만 생기지 않는다면 출퇴근과 관련해서 어떤 기록도 남기지 않는 제도인데요.

직원 개개인이 몇 시에 출퇴근을 하든, 1주일에 하루 이틀만 출근을 하든 완전한 자율에 맡긴 겁니다.

다만, 고객지원팀처럼 고객과의 시간 약속이 절대적이라 유연근무 도입이 어려운 부서는 바쁘지 않은 날에 한 명씩 돌아가면서 연차를 소진하지 않는 휴무를 주는 방법으로 부서별 갭을 줄이고 있습니다.

● 근무장소도 '혁신'…제주도 바다 보며 일한다

근무'시간'만 '혁신'이 가능한 것은 아니죠.

스마트AI교통시스템 개발 업체 서경산업은 설립 초기부터 업무에 지장이 없는 선에서 자유로운 근무방식을 지향, 모든 근로자에게 노트북을 지급하고, 재택근무 와 원격근무제를 도입했습니다.

서울 양천과 안양 지점을 거점 사무실로 지정해 편의에 따라 활용할 수 있도록 했는데요. 영업직은 외근이나 출장을 마친 뒤 용산에 있는 본사 사무실까지 복귀하지 않아도 필요한 업무를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제주도에 있는 스마트워크 오피스는 직원들에게 단연 인기.

몸은 제주도에 있지만 업무를 하는 곳은 기존 사무실과 다름없이 안정적인 근무가 가능해 평소 제주살이를 꿈꾸던 근로자들이 반기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근무혁신 결과 최근 5년새 매출은 3배 이상, 근로자 수는 6배 이상 늘었고 초과근로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 등 눈에 띄는 성과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곳 경영관리팀의 한 직원은 "업무내용을 항상 공유하고, 중간보고 후에 피드백도 받으니까 굳이 대면하지 않아도 업무진행에는 문제가 없고 오히려 간단명료하게 보고하고 소통하는 능력이 길러지고 있다"며 높은 만족도를 나타냈습니다.

이대규 대표는 "근무혁신 초기 직원들은 대체로 환영하면서도 회의적이었지만 팀장부터 적극 활용하고, 팀원들에게도 계속 권장하여 자연스럽게 활용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말했습니다.

"공휴일 없는 달에도 절망하지 마세요"

직장인에게 공휴일이 없는 달은 월 초부터 마음이 지칠 수 있는데요.

AI 기반 품질관리 솔루션 업체 세이지리서치는 이런 시기에 부담 없이 휴식을 할 수 있도록 '스트레치 데이'를 만들었습니다.

한달에 한번 휴식시간을 지정하고, 취미활동을 원하면 비용까지 지원해 주는 겁니다.

또한 입학식, 졸업식, 운동회 등 가족 행사가 있는 경우 연 10일까지 별도의 유급휴가를 쓸 수 있다는데요. 증빙사진을 전체 메시지 방에 올리기만 하면 되므로 부담도 없습니다.

'사생활 보장'도 요즘엔 무엇보다 중요하죠. 세이지리서치는 일부 업체와의 협업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직원 간에도 휴대폰 번호를 오픈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카카오톡 등의 메시지 프로그램도 사용하지 않다보니 퇴근하면 사실상 연락이 불가능합니다.

또 하루 2시간까지 사적 이유로 외출이 허용되는데요. 직원 스스로 업무를 조정하는 자율성을 주다 보니 업무 집중도는 오히려 올라갔다고 합니다.

● 대학 보내주는 회사…"유연근무제로 일과 학업 모두 잡았죠"

"그 회사에 입사하면 대학도 보내주고 학비도 내주는데 공부시간까지 자유롭게 준대"

전남 지역 취업준비생들이 변압기 제조업체 인터테크에 가지고 있는 이미지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입사한 품질관리부의 P 대리는 현재 목포대학 3학년에 재학 중입니다.

유연근무제를 통해 강의가 없는 날엔 종일 근무를 하고, 강의가 꽉 찬 날엔 오후 근무를 하면서 컨디션을 조절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중간고사 기간에는 오후 1시 30분부터 5시 30분까지 오후 근무를 신청해 별다른 어려움 없이 시험 준비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인터테크가 '가고 싶은 회사'로 입소문이 날 수 있었던 건 '초과 근무 제로(0)'도 한 몫 했습니다.

이 회사는 수요자의 주문에 따라 생산하는 것이 아닌, 미리 세운 계획에 따라 자재를 구매하고 재고를 확보하는 '계획생산'을 하고 있는데요.

따라서 설립 초기부터 동종 기업들에 비해 잔업과 특근 등 초과근무가 현저히 적은 편이었습니다.

이곳은 꼭 필요한 상황을 제외한 명목상의 전체 회식은 없앤 점도 눈에 띄는데요.

다만 부서별 업무상황에 따라 점심시간을 이용해 회식을 해 직원들 간의 친밀도는 더욱 높아지고, 다음날 숙취 등으로 인한 근무 문제도 해소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제 근무혁신은 근로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 뿐만 아니라 기업의 성장과 발전에 필수 요건이 되고 있습니다.

기업 현장에서 일하는 방식을 개선하고 일·생활 균형을 이뤄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더욱 확산될 수 있는 세심한 정책적 배려도 많아져야 겠습니다.


전민정기자 jmj@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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