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항상 믿어주셨다"…이범호 감독, 왜 '마지막 우승 사령탑'에게 맨 먼저 전화했을까

유준상 기자 2024. 3. 9.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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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광주, 유준상 기자) 감독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자리다. 좋은 성적을 내면 기쁨을 누릴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도 생각해야 한다. 올해 '초보감독'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내야 하는 이범호 KIA 타이거즈 신임 감독도 예외는 아니다.

KIA는 8일 광주광역시 서구에 위치한 '기아 오토랜드 광주' 대강당에서 이범호 신임 감독의 취임식을 개최했다. 스프링캠프 도중에 사령탑 선임 작업을 마무리한 KIA는 취임식을 조금 늦게 진행하게 됐고, 선수단은 행사를 마친 뒤 NC 다이노스와의 시범경기 2연전을 위해 경상남도 창원으로 이동했다.

이 신임 감독은 2000년 한화 이글스에 입단한 뒤 2010년 일본프로야구(NPB) 소프트뱅크 호크스를 거쳐 2011년 KIA로 이적했다. KBO리그 통산 2001경기 6370타수 1727안타 타율 0.271 329홈런 1127타점 863볼넷 954득점을 기록했다. 특히 역대 통산 만루홈런 1위(17개)로 찬스에 강한 모습을 보였다.

이범호 감독은 2019년에 선수 생활을 마감한 뒤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코치 연수를 받았으며, 2021시즌 퓨처스 감독을 역임했다. 2022년부터 2년간 1군 타격코치를 맡았고, 선수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등 팀 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던 지도자다.

지난해까지 코치로 감독실을 자주 방문했던 이 감독은 이제 감독실을 지켜야 하는 입장이 됐다. 그는 "맨날 감독님께 인사를 드리러 가거나 타자들의 컨디션이나 라인업 때문에 감독실에 들어가는 경우가 있었는데, 혼자 감독실에 앉아있다 보니까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며 "힘든 자리일 수도 있고 외로운 자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많은 분들이 (김독실을) 왔다갔다 하셔서 좋은 시간을 보냈다"고 밝혔다.

타격코치로 스프링캠프를 시작한 이범호 당시 감독 후보는 지난달 10일 화상면접을 진행했고, 이틀 뒤 구단으로부터 사령탑으로 선임됐다는 사실을 통보받았다. 구단은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해당 내용을 공개했다.

중책을 맡게 된 이범호 감독은 가장 먼저 자신의 스승 중 한 명이자 KIA의 마지막 우승 사령탑인 김기태 전 감독에게 전화했다. '형님 리더십'을 선보인 김 전 감독은 이 감독의 현역 시절이었던 2015년부터 2019년 5월 중순까지 KIA 선수들을 지도했다. 2017년엔 팀의 11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당시 30대 중반에 접어든 '베테랑' 이범호는 2015년부터 4년 연속으로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려내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2017년 한국시리즈 5차전에선 결정적인 만루포를 쏘아 올리며 KIA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김 전 감독은 2019시즌 초반 성적 부진으로 자진사퇴했고, 경쟁에서 밀려난 이범호는 그해 현역 은퇴를 결정했다. 팀은 최근 6년간 단 한 차례도 정상에 올라서지 못했고,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은 건 두 차례(2018, 2022년)에 불과하다.

이범호 감독은 "김기태 감독님은 (선수 시절) 첫 우승 때 감독님이시기도 했고 요근래 KIA 타이거즈가 최정상에 있을 때 선수와 감독으로 함께했던 분이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여러모로 몸 상태가 좋지 않을 때도 항상 믿어주시고 괜찮다고 말씀해주셨다"며 "감독님께서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먼저 보내주셨고, 메신저나 문자로 연락드리기는 죄송스러워서 가장 먼저 (감독님께) 전화했던 것 같다"며 "KIA에서 현역 생활을 하면서 가장 본받고 싶은 분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 감독은 "선견지명이 있으신지 내게 '너도 분명히 나중에 한 번 (감독을) 할 거다'라고 하셨다. 그때 통화할 때도 그런 느낌으로 말씀하셨다"며 "감독님께서 생각하시는 부분이 있으면 많은 걸 배우면서 함께 하고자 하는 분"이라고 말했다.


김기태 전 감독은 KIA를 떠난 뒤 2021~2022년 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2군 수석코치, 1군 타격코치를 지냈다. 지난해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 타격코치, KT 위즈 퓨처스팀(2군) 감독을 맡았다.

그러나 김 전 감독은 건강상의 이유로 WBC를 다 소화하지 못한 채 귀국길에 올랐고, 지난해 12월엔 재충전 및 휴식을 위해 KT 구단에 사의를 표했다. KT 나도현 단장, 이강철 감독의 만류에도 팀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이범호 감독은 "감독님의 몸 상태가 좋지 않다고 하는데, 빨리 쾌차하셨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스승'의 회복을 기원했다.

김기태 전 감독을 보며 많은 걸 배운 'KBO리그 최초의 1980년대생 사령탑' 이범호 감독은 자신의 스승처럼 선수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할 생각이다. 이 감독은 "그동안 선수와 코치로서 우리 선수들과 수많은 경기에서 호흡을 맞춰왔다. 그만큼 우리 팀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고, 필요한 게 무엇인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자신한다"며 "감독으로서 추구하고 싶은 야구는 바로 '웃음꽃 피는 야구'다. 선수들이 항상 웃으면서 그라운드에서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웃음꽃 피는 분위기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사진=광주, 김한준 기자 / 엑스포츠뉴스 DB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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