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지켰을 뿐인데”…동료 낙인찍고 비방

신대현 2024. 3. 9.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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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현장에 복귀한 일부 전공의를 두고 동료 의사들의 조롱이 이어져 논란이 되고 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이른바 '참의사 낙인찍기' 논란에 대해 "면허정지 처분보다 동료들이 더 무섭다는 전공의의 호소를 들으며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며 "이러한 행위는 엄연한 범죄 행위로, 정부는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못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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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의료현장에 복귀한 일부 전공의를 두고 동료 의사들의 조롱이 이어져 논란이 되고 있다. 환자 곁을 지키기 위해 돌아왔을 뿐인데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낙인찍고 비방하는 행태에 의사 사회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8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의사와 의대생이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인 ‘메디스태프’에 ‘전원 가능한 참의사 전공의 리스트’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리스트에는 전국 수련병원별로 병원을 떠나지 않은 전공의들의 소속 과와 잔류 전공의 수로 추정되는 정보 등이 포함됐다. 병원에 남은 전공의는 ‘참의사’라고 조롱하고, 밤새 당직을 서는 교수에 대해선 욕설과 함께 교수의 합성어로 보이는 ‘씹수’라는 비하가 이어졌다.

글 작성자는 “실명 제보는 정확하게 어느 병원 무슨 과 몇 년 차인지 알려주시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적었다. 그러자 ‘환자 곁을 떠날 이유가 없다니 웃기다’ ‘누가 당직 서달라고 했나’ ‘모 씹수는 여기서 조리돌림 당했다고 고소장 접수했단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해당 게시물은 지난 6일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를 통해 공개됐다. 이를 공개한 글쓴이는 자신을 ‘복귀하고 싶은 전공의’라고 소개했다. 블라인드 글 작성자는 “조금만 파업에 반대하듯 말하면 온갖 욕설이 올라온다”고 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일부 의료계에서 비판이 제기됐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는 이날 성명을 통해 “집단 내 괴롭힘이라는 명백한 사이버 범죄 행위가 의사들의 게시판에서 벌어지고, 누구도 이를 제지하지 않으며, 오히려 조롱이나 ‘이름을 공개하라’는 부추김이 수많은 댓글로 달리는 상황을 개탄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런 행위는 의료인에 대한 환자의 신뢰를 저하시키는 행태이며, 의사들이 이런 괴롭힘을 아무렇지 않게 자행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윤리적 문제를 넘어 범죄 행위”라고 지적했다.

모든 수단을 통해 대응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인의협은 “환자 옆에 남겠다는 결정을 내린 의사들을 집단 따돌림시키고 조리돌림하는 문화를 청산하지 않는 이상 한국의 의사들은 사회적으로 존경받을 집단이 될 수 없을 것”이라며 “이번 사태에 대해 사법적 수단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통해 대응할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일부 강성 전공의들의 눈치를 보느라 병원에 복귀하지 못하는 전공의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A간호사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병원에서 가끔 사직하고 나간 전공의를 마주치는데 몇 번 와서 환자 처방을 몰래 변경하고 다시 간다”라며 “표면적으로는 시위해야 하니까 복귀는 못하고, 찔끔찔끔 일하고 가는 게 의사로서의 양심을 지키고 싶기 때문이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정부는 해당 논란과 관련해 “엄연한 범죄 행위”라며 강력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이른바 ‘참의사 낙인찍기’ 논란에 대해 “면허정지 처분보다 동료들이 더 무섭다는 전공의의 호소를 들으며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며 “이러한 행위는 엄연한 범죄 행위로, 정부는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못박았다. 이어 “전공의의 실명을 거론한 명단은 이미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경찰과 협조해 수사가 조속히 진행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병원 복귀를 원하는 전공의를 위한 보호 조치도 마련하겠다고 했다. 박 차관은 “집단 괴롭힘이 두려워 집단행동에 가담할 수밖에 없었던 전공의들이 속히 돌아올 수 있도록 원하는 경우 수련기관을 변경하는 등 지원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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