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빠서" 쇠파이프가 덜렁…'불량 화물차' 순식간 18대 잡혔다 [르포]
지난 7일 경부고속도로 부산방향 용인 남사읍 부근. 경기남부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 암행 순찰차가 시속 160㎞까지 속도를 높였다. 그 뒤를 고속도로순찰대 순찰차가 바짝 뒤쫓았다. 암행 순찰차는 5t 카고 화물차 앞을, 일반 순찰차가 뒤를 막아서며 갓길로 유도했다. 순찰차에 동승한 최재명 한국교통안전공단 차장(자동차안전단속원)이 화물차를 샅샅이 살폈다.
최 차장이 순찰차에서 본 것처럼 트럭 적재함에 불법개조가 돼있었다. 적재함 날개 면에 구멍을 뚫어 1.1t 컨테이너를 고정한 데다, 뒤쪽도 컨테이너 크기에 맞게 연장을 한 상태였다. 최 차장은 “적재함에 문짝까지 다 뜯은 불법 튜닝인데다, 2년 가까이 자동차 검사도 받지 않았다”며 화물차주 A씨(50대)를 나무랐다. A씨는 “컨테이너 실으려고 차량을 장만했는데, 다 불법이라고 하면 어떻게 하란 말이냐”고 반문했다. 경찰은 A씨를 자동차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했다.
지난달 26일 화물차 바퀴 빠짐으로 버스기사와 승객 등 2명이 숨진 사고를 계기로 경찰이 지난 4일 ‘불량 화물차 특별 단속’을 벌이고 있다. 전국에서 나흘 간 적재 불량 107건, 정비 불량 40건이 적발됐다. 지난 7일 동행한 경기남부경찰청 단속에서도 2시간 30분 동안 불량 화물차 18대가 적발됐다.
이날 단속에서는 ‘도로 위의 흉기’로 불리는 판스프링도 적발됐다. 경부고속도로 기흥동탄IC 부근에서 26t 트럭 운전자 B씨(60)가 오후 2시10분쯤 조수석 쪽에 달린 길이 40㎝짜리 판스프링 2개를 적재함 측면에 잠그지 않고 운행하다 붙잡혔다. “판스프링이 도로 위로 떨어져 다른 차량에 날아들면 큰 인명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는 교통 경찰관의 우려에 B씨는 군말 없이 장비를 꺼내 판스프링을 고정하고 범칙금 영수증(적재물 추락 방지 위반, 범칙금 5만원에 벌점 15점)을 받아 들었다.
일반 화물을 고정하지 않고 고속도로를 달리던 화물차주들도 잇따라 경찰에 붙잡혔다. 오후 1시48분쯤에는 건설 현장에서 쓰이는 비계를 고정하지 않고 운행하던 1t 화물차가 단속에 적발됐다. “트럭에서 이런 쇠파이프가 떨어지면 얼마나 위험한지 아시느냐”는 경찰관에게 화물차주 C씨는 “바빠서”라며 말을 흐렸다. 5㎞ 앞에서는 고철을 얼기설기 쌓아두고 달리던 70대 운전자가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차량 계근대(화물 적재한 차량 무게를 재는 대형 저울)에선 과적이 잇따라 적발됐다. 지난 6일 4.5t 트럭 운전자 D씨가 15t이 넘는 코일을 실었다가 적발됐다. 화물차는 규정 적재중량의 10% 이상 화물을 실으면 과적으로 단속되는데, 이 트럭은 적재 중량은 물론 차량 무게보다 무거운 화물을 옮긴 셈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어떻게 운전을 하셨는지 되물을 수밖에 없는 광경이었다”며 “화물차 과적은 도로 손상의 직접 영향을 줘 포트 홀을 만들고 도로가 옆으로 밀리는 파손도 유발하기 때문에 절대 해선 안 된다”고 했다.
한편 바퀴 빠짐 사고를 수사 중인 안성경찰서는 운전 기사 황모(69)씨에 대한 두 차례 피의자 조사를 마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사고 트랙터(트레일러를 끄는 트럭), 200㎏에 달하는 빠진 바퀴 등에 대한 현장 정밀 감정을 받은 뒤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경찰청은 이 사고를 계기로 지난 4일부터 다음 달 30일까지 ▶정비 불량 ▶불법 개조 ▶판스프링 불법 장착 ▶속도제한 장치 해제 등 교통안전 위협 요인에 대한 특별 단속을 벌인다.
손성배 기자 son.sung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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