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은 시혜 아닌 축복” 동경이 품은 100번째 천사 [개st하우스]
유기견 3마리 사별 후 다시 ‘결심’
임시보호 3일째 마음의 문 열어
“경기도 부천의 작은 교회에 몸담은 목회자 부부입니다. 서울 올림픽공원을 떠돌다 구조된 백구 동경이의 사연 기사를 보고 입양을 결심했습니다. 소외된 이웃을 보듬는 교회에서 유기견을 품어주셔서 고맙다는 응원의 댓글을 많이 받았어요. 우리 동경이가 개st하우스 100번째 입양의 주인공이라니 보호자로서 더 큰 사랑과 책임감을 느낍니다.”
-동경이 입양자 이수련(43)씨
위기의 동물에게 가족을 찾아주는 국민일보의 유기동물 기획취재팀 개st하우스에 100번째 입양의 주인공이 탄생했습니다. 지난달 출연한 18㎏ 백구 동경이입니다. 지난해 9월 올림픽공원에 나타난 동경이는 떠돌이 개 신세이긴 했지만 순한 성격 덕에 주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잘 지내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도리어 구조 과정에서 생겼죠.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이 쏜 독한 마취탄을 맞은 동경이는 불안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2024년 1월 13일자 보도, ‘마취총 포획, 최선일까…순둥이 유기견 동경이 사연’ 참조). 하지만 다행히 임시보호자의 노력 덕에 동경이는 차츰 사회성을 회복해갔고, 보도 2주 만에 평생 가족을 만나는데 성공했습니다.
동경이를 품은 입양자는 경기도 부천의 시민 이수련(43)씨였습니다. 동네에서 작은 교회를 운영하는 목회자 부부인 수련씨와 남편은 지난 1월 국민일보 지면을 통해 동경이 사연을 접하고 입양을 결심했습니다. 사실 부부는 지난 20년간 3마리의 유기견을 입양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고민은 이번에 가장 컸습니다. 수련씨는 “앞서 3마리의 유기견과 사별했는데 그 과정이 감정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돌보던 백구가 세상을 뜬 2017년 이후 유기견 입양을 중단했다”며 “동경이 입양을 두고 고민을 많이 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의 헌신 덕분에 견생역전을 앞둔 동경이 사연에 감명받은 수련씨는 마음을 바꿉니다. 수련씨는 “반려견을 버린 누군가를 대신해 속죄하고 가엾은 유기견과 사랑을 주고받는 것도 목회자의 마땅한 역할이라고 생각했다”며 입양 사연을 전했습니다.
국민일보 지면과 유튜브 채널에 사연이 소개되고 1주일 뒤, 동경이에게는 딱 1건의 입양 신청이 들어왔습니다. 숫자만 보면 실망스러운 결과였습니다. 보통 개st하우스에 출연하면 10~20건가량 입양신청이 들어오고, 이중 2~3건의 후보자가 추려진 뒤 최종 입양자가 선정됩니다. 동경이는 겨우 1건의 입양신청이 들어왔으니 입양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였죠. 하지만 그 한 건의 신청으로 동경이는 운명처럼 수련씨 품에 안겼습니다.
동경이는 지난 4일 수련씨네 집으로 옮겨져 ‘입양 전제 임시보호’를 시작했습니다. 입양을 확정하기에 앞서 동물이 새 보금자리에 잘 정착하는지 신중하게 관찰하는 기간으로 보통 2~4주일 이어집니다. 동경이는 적응을 어려워했습니다. 이틀간 사료도 먹지 않은 채 현관에 웅크린 채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임시보호를 하던 구조자들이 돌아오길 기다린 거였습니다.
변화는 3일째 되던 날 생겼습니다. 수련씨 부부는 웅크린 동경이 곁에 아예 이불을 깔고 잠을 잤고, 동경이가 깨면 부부도 함께 일어나 간식을 줬습니다. 부부의 진심이 통했을까요. 마침내 동경이가 마음을 열었습니다. 지금은 하루 2번씩 사료도 잘 먹고 수련씨가 부르면 다가와 애교를 부립니다. 산책길에는 반려견과 함께 나온 견주에게 다가가 쓰다듬어 달라며 등을 내민다고 합니다. 성격 좋던 올림픽공원의 그 동경이가 돌아온 거죠. 물론 아직 적응이 완벽하게 끝난 건 아닙니다. 수련씨는 “하루빨리 동경이를 교회에서 보고 싶다는 교인들이 많지만 아직 경계심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면서 “적응이 끝나는 100일쯤 뒤에는 교회에 나들이를 가볼 계획”이라고 전했습니다.
유기견 시절 동경이를 구조하고 돌본 지역 주민들도 입양자에게 고마움을 전했습니다. 마취총으로 포획된 직후 동경이를 돌본 구조자 박은영씨는 “새 보호자는 유기견 돌봄 경험이 풍부하고 마당과 실내를 오가는 주거 환경까지 갖춰서 제가 꿈꾸던 입양자라고 생각한다”며 흡족해했습니다. 구조된 동경이를 4개월간 자택에서 돌본 황사무엘씨는 “그간 쌓인 정이 많아서인지 입양 보내고 많이 울었다”면서도 “열흘 뒤 입양처를 방문했는데 새 보호자 곁을 지키는 동경이를 보며 마음이 놓였다”고 합니다.
개st하우스에는 2020년 5월 30일부터 총 126마리의 유기견이 출연했습니다. 그중 100마리가 심사를 거쳐 선정된 입양자 품에 안기면서 전체 입양률 79%를 달성했습니다. 출연한 동물 대부분은 유기견으로, 47마리는 입양 문의가 적다는 체중 15㎏ 이상의 진도 믹스견이었습니다.
진도 믹스견은 전체 유기견의 80%에 달할 만큼 흔한 견종이지만 덩치가 크고 경계심이 강하다는 편견 탓에 입양 수요가 적습니다. 유기동물 보호소나 동물단체의 입양센터에도 주로 미니푸들과 치와와, 포메라니안 같은 5㎏ 미만의 소형 품종견에 대한 입양 문의가 많은 편이죠. 하지만 개st하우스에서 견종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출연한 진도 믹스견 47마리 가운데 37마리(78%)는 평생 가족을 만났습니다. 전체 입양률 79%와 비슷합니다.
개st하우스 유튜브 채널에는 입양 100회의 주인공 동경이를 축하하는 응원 댓글 200여개가 달렸습니다. 구독자들은 “소외된 이웃에게 사랑을 전하는 목회자 부부가 유기견 동경이를 품어줘서 감사하다” “아픈 기억 모두 잊고 꽃길만 걸어라” “구조자 임보자도 고생 많았다” 등 응원을 남겼습니다. 동경이처럼 개st하우스를 통해 입양길에 오른 주인공은 상담을 거쳐 펫푸드기업 로얄캐닌의 1년치 맞춤형 사료를 후원받게 됩니다.
수련씨는 구독자들의 응원에 감사하면서도 동경이의 입양이 가엾은 유기견에게 은혜를 베푸는 일방적 관계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수련씨는 “자녀가 없는 저희 부부에게 동경이는 자식만큼 각별하다”면서 “동경이 덕분에 자주 산책하고 더 많이 대화하면서 우리 부부 관계가 더 애틋해졌으니 저희가 오히려 동경이에게 고마운 마음”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성훈 최민석 기자 tell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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