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예수] “일터가 곧 교회… 회사 구성원들 영혼 돌본다”
김동연 잡뉴스솔로몬서치 대표이사
헤드헌팅 전문업체인 잡뉴스솔로몬서치의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 들어서자 한쪽 벽에 걸린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회사’라는 커다란 액자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평범한 크리스천 기업가가 운영하는 회사라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평상시 이곳은 사무실이지만 매주 수요일 점심시간이면 솔로몬일터교회의 예배당으로 변한다. 회사가 바로 교회인 셈이다. 대표이사 사장인 김동연(61) 목사는 바로 이 교회의 담임목사다.
김 목사는 “회사의 최고경영자(CEO)로서 직원들에게 채찍을 들어야 할 때도 있지만 성도인 구성원들의 영혼을 살피고 하나님 말씀을 전하는 사역도 함께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전남 구례군에서 넉넉지 못한 집안에서 태어난 김 목사는 인생의 절반 이상을 하나님을 모르고 살았다. 어린 시절 친구 손에 이끌려 여름성경학교나 성탄절 예배에 간 그 흔한 경험도 없다. 세상의 성공을 위해 앞으로만 달리던 삶이었다.
고향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잠시 유학했던 김 목사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형편상 하루빨리 취직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순천상고(현 순천효산고)로 전학했다. 졸업 후 여기저기 취직자리를 알아봤지만 맘에 드는 곳은 군대를 다녀와야 한다는 통보를 듣고 부랴부랴 입대부터 결정했다. 의무경찰 1기로 서울 치안본부 종합상황실에서 근무하던 그는 일과 후 그동안 품어왔던 공인회계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행정고시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합격자 수기를 올린 학원 선배에게 무작정 찾아가기도 했다.
김 목사는 “얼굴 한번 본 적 없던 분이었는데 설렁탕도 사주고 여러 조언을 해줬다”면서 “제대 후에도 두툼한 수험서를 선물로 주면서 친필로 ‘군대에서 인내한 것처럼 고시 공부도 인내하면 열매가 달 것’이라고 써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당시는 묻지도 않았는데 그분은 아마 크리스천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렇게 주경야독하며 대학을 졸업했지만 회계사는 되지 못했다. 하지만 공부는 멈추지 않았다. 일하면서도 야간 대학원을 다니면서 경영학과 경제학 석사도 받았다.
1984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방한 이후 막연하게 가톨릭에 대해 동경의 마음을 갖던 김 목사는 집 근처 서울 잠실성당을 무작정 찾았다. 교리 공부 등을 마치고 88년 베드로라는 세례명을 받았다.
그렇게 10년 가까이 베드로로 살다가 99년 12월 25일을 기점으로 김 목사의 인생은 바뀐다. 그날은 바로 박금숙 사모와 결혼한 날이다. 36세 노총각은 여동생 친구를 소개로 만나 첫눈에 반했다. 결혼 조건은 단 한 가지였다. 주일 성수.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하면 놓쳐버릴 수 있다는 생각에 약속하고 결혼했다. 그리고 결혼 후 아내의 말에 철저하게 순종했다. 밤마다 성경을 읽으며 껴안고 자고 매 주일 예배는 물론 수요 예배와 새벽 기도도 함께했다. 처음에 무작정 아내를 따라 다녔지만 점차 신앙은 커졌다.
당시 첫 아이를 봐주기 위해 함께 살던 장모님은 믿음의 본보기였다. “장모님은 기도의 용사셨어요. 매일 새벽 가장 먼저 예배당 문을 열고 들어가셔서 새벽 기도에 임하셨어요. 퇴근해서 집에 가면 성경 필사를 하던 장모님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늘 가족을 위해 기도해 주시고 제 일터 주위를 돌며 기도도 하셨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장모님이 제가 반듯하게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 기폭제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방배동 성민교회에 출석하던 김 목사는 3년 6개월간 매주 토요일이면 방배역 3번 출구에서 노방전도를 했다. 한번은 힘들게 아이를 안고 계단을 올라가는 엄마를 부축해 주려 했더니 손사래를 쳤다. 그 엄마는 “지인에게 사기를 당했는데 그 사람이 바로 기독교인이었다”면서 “기독교인이라면 치가 떨린다”고 했다. 김 목사는 “그 여인을 보면서 하나님 없이 사는 사람들을 더욱 보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그와 함께 참고 인내하는 신앙에 대해 많은 묵상을 했다”고 말했다.
“어렸을 때 시골에서 어머니가 콩나물을 키우시는 것을 보면 물을 주고 나면 금세 밑으로 다 빠져나옵니다. 그러나 콩나물은 쑥쑥 자랍니다. 설교 듣고 성경 읽고 전도하면서 금방 잊어버린 듯해도 나의 영혼은 살이 찌고 꾸준히 성장해 왔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결혼 직전인 1998년 잡뉴스솔로몬서치를 창업한 뒤 김 목사는 말씀을 더 깊이 배우고 싶어 장신대 평신도교육대학원을 마치고, 캐나다크리스찬칼리지 신학대학원에서 기독교상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사이 회사는 어느덧 직원이 150여명이나 될 정도로 성장했다.
김 목사는 회사가 커갈수록 두려움이 앞섰다. 그는 “서로의 배려와 사랑이 없이 약육강식 정글처럼 상대를 누르고 나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맘몬신을 숭배하는 일터가 되고 있지 않은가”라고 자문했다. 그리고 김 목사는 ‘예수님의 사랑이 일터 가운데 심어지면 천국 같은 일터로 회복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며 하나님께 간구하며 기도로 매달렸다. 하나님은 “바로 일터에서 복음을 전하라”는 강력한 응답을 주셨다.
김 목사는 회사 구성원에게 일터에서 바로 예배를 드리겠다고 선포했다. 그렇게 2010년 1월 첫째 수요일부터 일터교회 예배가 시작됐다. 첫 일터 예배를 드릴 당시 회사 구성원 150여명 가운데 70%가 비기독교인이었다. 이중 중견급 10여명이 첫 예배를 드린 후 김 목사에게 찾아와 당장 예배를 중단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김 목사는 “내가 주인이 아닌, 주님을 주인공 경영자로 모시고 싶다”면서 “목에 칼이 들어와도 예배를 중단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10여명 모두 회사를 그만뒀다. 김 목사는 흔들리지 않았고 오직 주님만 의지한 채 일터 예배를 중단 없이 이어갔다.
매주 수요일 점심시간마다 드려지는 일터 예배에는 외부 목사와 크리스천 전문경영인, 해외 선교사 등 450여명의 외부 강사가 초청되다 2019년부터 김 목사가 직접 예배를 인도하고 있다. 현재는 회사의 기독교인 비율이 80%로 역전됐다.
일터 예배가 시작된 후 김 목사는 목회학 석사과정을 마친 뒤 2013년 목사 안수를 받았고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에서 ‘일터교회 사역 유형별 영성 성숙도 연구’로 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신앙인이 특히 일터에서 영적 싸움을 할 때마다 ‘나는 누구이며 하나님은 누구인가. 그리고 방해꾼은 누구이며 방해 전략은 무엇인가’를 알아야 승리하는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세속적으로 판단했을 때는 작은 일에도 낙담하고 혹시나 수입이 줄어들까 늘 고민하게 됩니다. 하지만 14년이 지난 지금 돌아보면 더 풍성하게 채워주시고 회복되는 사랑의 공동체로 세워 주신 주님의 은혜에 감사함을 고백합니다.”
김 목사는 일터 예배 후 회사의 변화를 이렇게 설명했다. “경배와 찬양으로 시작되는 예배를 통해 모든 구성원이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했습니다. 양육을 하면서 변화가 이어졌고 모든 구성원이 신앙을 통해 회사의 비전을 공유하는 시간이 됐습니다. 사랑의 공동체로 자연스럽게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각종 건의 사항이나 아이디어가 자연스럽게 오갔고, 오해와 편견이 사라지고 서로 존중하며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 드러났습니다. 그만큼 회사의 경쟁력도 높아졌습니다.”
김 목사는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크리스천 경영자가 이끄는 것으로 알려진 회사 20만 곳에 일터교회가 세워지는 소망을 갖고 기도하고 있다. 그는 “우리가 일주일 중 지역교회에서 보내는 하루는 우리 삶의 일부일 뿐, 우리가 직장 일터에서 보내는 나머지 시간 동안 그리스도를 따르지 않는다면 과연 그리스도를 따른다고 말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며 “하나님은 일주일의 모든 날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수많은 회사 신우회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그는 “신우회는 다른 비기독교인 동료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영혼을 구원하는 역할보다는 본인들만 신앙을 지키겠다고 하는 지역교회 예배 모습을 재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목사가 꿈꾸는 ‘천국 같은 일터’의 모습은 경영자와 일터 목사(사목)가 ‘투톱’으로 이끄는 회사다. 경영자는 회사 경영에 전념하고, 사목은 복음을 전하면서 구성원들의 삶과 신앙의 고민도 풀어주는 역할을 하는 개념이다. 김 목사는 “모든 일터에서 하나님을 주인으로 모시고 경영하면 그곳 일터 교회에서 대한민국의 새로운 부흥 성장을 주실 것으로 확신하며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맹경환 선임기자 khmae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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