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겸을 무서워하는 사람들, 버거워하는 사람들 [뉴스속인물]
1987년 MBC 입사해 런던특파원, 정치부장, 보도국장 등 거쳐…2017년 MBC 제33대 사장 취임
문재인 정권 폭압으로 재임 8개월 만에 해임…김명수 사법부 재판 지연으로 5년 9개월만에 유죄 확정
작금의 기울어진 방송언론미디어 지형에 가장 필요한 사람이지만…용산과 달리 한동훈, 버거워하나?
3월 첫째 주는 김장겸의 주간이었다. 지난 4일 김장겸 전 MBC 사장이 국민의힘 비례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공천 신청을 하자마자 야권은 경기(驚氣)에 가까운 반발을 했고, 다시 여권에서 이를 반박함으로써 여야 공방의 수위는 극에 달했다.
진영에서 가지고 있는 그의 위상 때문이다. 2017년 11월 문재인 정권의 광기와 폭압의 로드맵에 따라 8개월 만에 MBC 사장직에서 해임된 뒤에도 그는 놀지 않았다. 다양한 분야와 층위의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 당면한 방송언론미디어의 문제점들을 점검했으며, 그 공론과 토론의 장에 좌장으로 빠짐없이 참석했다. 공영방송을 정상화시켜 국민의 품으로 돌려주자는 대의가 구현될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 격정의 목소리를 보태고 날카로운 필봉을 휘둘렀다. 하여, 지난 7년 도륙의 세월에서 벗어난 김 전 사장의 여의도 입성 시도는 단순한 배지 하나를 달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 진영 전체로서는 수장의 귀환을 공지하는 것이고, 상대에게는 '매 맞을 시간'이 다가왔음을 의미한다.
사실 김장겸은 지쳤다. 특별사면의 잉크가 마른 지 한 달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미 오만 군데에서 그의 이름을 들먹거렸다. 벌써 어디에 낙점됐다더라, 거기 주려고 풀어준 것이다, 그 곳에 가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 등등 말 같지도 않은 거짓과 낭설(浪說)을 퍼나르는 세력들이 피아의 구분 없이 난무했다. 그러나 조금만 눈 밝고 귀 밝은 사람들은 알고 있다. 작금의 기울어진 방송언론미디어 지형에서는 무엇보다 잘 알고, 누구보다 잘 싸우며, 반드시 이길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을. 젊다고 가능할 것 같은가? 무딘 칼날로 해결될 것 같은가? -편집자 主-
1961년생인 김 전 사장은 경남 마산 출신으로 마산고등학교를 거쳐 고려대학교 농경제학과(현 식품자원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이어 1987년 MBC 공채 기자로 입사해 초기 수습 기간을 거쳐 런던특파원, 정치부장, 보도국장, 보도본부장 등을 지냈다.
이후 2017년 2월 MBC 제33대 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러나 같은 해 9월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가 총파업에 돌입했고, 파업 71일 만인 11월 13일 방송문화진흥원 임시이사회에서 해임당했다. 재임 8개월 만이었다. 당시 해임안이 결정되자 김 전 사장은 성명서를 내고 "권력으로부터 MBC의 독립을 끝까지 지켜내지 못해 송구하다"면서 "제가 마지막 희생자가 되기를 바란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김 전 사장은 사장 재임 시절을 다음과 같이 회고한 바 있다. "제가 2017년 2월 MBC사장에 취임하고 석 달 뒤, 문재인 정권이 출범하자 벌어진 일이 주마등처럼 떠오릅니다. '공영방송이 무너졌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을 신호탄으로 민주당과 언론노조가 벌떼처럼 나섰지요. 고용노동부는 언론노조가 고발한 부당노동행위를 조사한다며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했습니다. 사장에 취임한 지 겨우 석 달이 지난 뒤였습니다. 시위랍시고 출근길을 가로막고 욕설을 하던 언론노조원들의 폭력, 생생합니다. 민주당에서 만든 ‘방송장악문건’이 폭로됐고 그대로 결국 진행됐지요."
해임 2개월 만인 2018년 1월, 김 전 사장은 언론노조 MBC본부의 운영을 방해하고 노조원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법원은 김 전 사장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2심에서도 1심과 같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2020년 8월 김 전 사장은 항소심 직후 상고했다. 그러나 상고심 재판은 3년이 넘도록 김명수 사법부에 의해 대법원에 계류됐고, 지난해 10월이 돼서야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김 전 사장은 대법원 판결이 확정된 지 석달 만인 지난 달 윤석열 대통령의 설 특사 명단에 오르면서 사면됐다. 그는 "사면을 받았지만 마음은 무겁다"며 "앞으로 상식을 가진 언론 후배들과 함께, 국민의 재산인 공영방송을 특정 진영과 언론노조의 손아귀로부터 국민의 품으로 돌려주기 위한 노력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4일 김 전 사장은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출사표를 던지며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그는 "특정 진영과 정당, 그리고 전국언론노동조합의 볼모로 잡혀 있는 공영 언론, 이른바 노영 언론을 정상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과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 좌파 언론들은 일제히 일어나 십자포화를 퍼부으며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 최혜영 원내대변인은 "윤 대통령이 대법원 판결 불과 4개월 만인 지난 2월에 김장겸 전 사장을 사면한 이유가 국회의원 출마 길을 열어주려는 목적이었느냐?"라고 비판했다. 또한 "대통령 인사권이 피의자 도피용 수단으로 전락하더니 대통령 사면권은 범죄자들의 구명줄을 넘어 출세길을 열어주는 레드카펫으로 타락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미디어커뮤니케이션특위 위원장, 윤두현 의원은 성명을 통해 "김장겸 전 사장에 대한 사면 결정과 김 전 사장의 공직 출마를 연결 짓는 최 원내대변인 주장에는 아무런 실체와 근거가 없다. 대표적인 마타도어이자 거짓 프레임이다"라고 반박했다. 윤 의원은 특히 "무엇보다 김장겸 전 사장은 문재인 정권 방송장악의 최대 피해자다. 민주당은 소위 '방송장악 문건' 그대로 진행된 문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과 정치 보복에 대해 먼저 깊이 반성해야 한다. 아울러 다른 당 공천 신청자의 사법 문제를 운운할 시간에, 전과 4범을 훌쩍 넘기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부터 먼저 살펴보는 것이 순서에 맞을 것이다"라고 힐난했다.
김 전 사장은 "범법자 운운해서 이재명 대표 이야기인 줄 알았다"며 "제가 두렵긴 두려운가 봅니다. 민주당이 자신들의 당대표 처지를 고려하지 않고 부메랑이 될 성명을 허겁지겁 발표하는 것 보니 제가 엄청 신경 쓰이나 보네요."라고 비꼬았다.
김 전 사장을 바라보는 여권 내부의 사정은 생각보다 복잡한 것으로 전해졌다. 용산과는 달리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주변에서는 "젊고 신선함이 국민의 여망"이라며 김 전 사장에 대해 머뭇거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젊음 운운하는 것은 핑계이고 속내는 김 전 사장을 아무래도 버거워하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여권의 고위관계자는 "공천이라는 것은 주면 고마워해야 하고 준 사람에게 충성하는 것이 정치권의 관행이고 순리인데, 김 전 사장이 이른바 '젊은 그들'에게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인가, 이 대목은 많은 고심을 하게 할 것"이라며 "김 전 사장이 국회에 필요한 사람이라는 데는 보수진영 전체에서 이견이 없지만 자칫 호랑이 한 마리를 애써 불러와 상전으로 모시면 어떡하나 하는 불안감은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한 의원은 "방송미디어 영역이 얼마나 중요하고 지금 얼마나 기울어져 있느냐를 제대로 알면 젊은 사람 이런 얘기는 입 밖에도 꺼내지 못할 것"이라며 "더욱이 좌파 진영에서 22대 국회 저격수로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고도 우리말 잘 듣고 우리에게 고마워할 사람을 찾는 것이라면 운동장은 계속 더 기울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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