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일자리에 속았다…"인도·네팔인, 러시아서 우크라전 투입"

김지혜 2024. 3. 9.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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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 타스=연합뉴스


인도와 네팔 남성들이 해외 일자리인 줄 알고 지원했다가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수십명에서 수백명으로 추정되는 인도인들이 군 보조원 혹은 보안 요원이라고 소개된 일자리에 지원한 뒤 러시아에서 전쟁 최전선으로 끌려가고 있다.

23세 인도인 헤밀 만구키야는 지난해 12월 러시아로 일하러 간다며 집을 떠났다. 그는 유튜브 구인 영상을 통해 전쟁과는 관계 없는 보안 요원직에 지원했지만 이후 러시아에서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군사 훈련소를 거쳐 최전선으로 보내졌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 그와 갑자기 연락이 끊긴 가족은 며칠 뒤 그가 우크라이나에서 미사일 공격으로 숨졌다는 전화를 받았다. 그의 가족들은 일부 남성들이 두바이에 있는 일자리를 위해 출국했다가 중개인들에 의해 러시아로 보내졌다고 주장했다.

헤밀 만구키야(가운데)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최근에는 인도 펀자브주 출신이라는 7명의 인도인이 새해에 관광객으로 러시아를 방문했다가 붙잡혀 벨라루스로 이송돼 구금됐다고 주장하는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올라오기도 했다.

이 영상에서 한 남성은 "경찰이 우리를 러시아 당국에 넘겼고, 이들은 우리에게 문서에 서명하도록 했다"며 "그들은 우리에게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싸우라고 강요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팔은 정부까지 나서 시민들에게 러시아나 우크라이나에서 일하는 것을 금지하고 나섰다. 자국민 수천 명이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에 들어가게 된 것으로 추산되면서다.

이들 네팔인 다수는 일자리가 부족한 빈곤 지역 출신으로 전쟁에 대한 언급 없이 고수입 일자리라는 거짓말에 속은 경우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공식적으로 우크라이나전에서 숨진 네팔인은 12명이지만 한 단체는 사망자가 19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 인도인과 네팔인들은 러시아에 도착해 여권을 빼앗기고 러시아군에 1년간 복무하는 계약서에 서명하도록 강요당하며, 이를 피할 경우 수년간 감옥에 갇힌다고 한다. 이들은 보통 2주가 안 되는 무기 훈련 사용 훈련을 받은 후 전투 지역에 투입된다.

러시아 국방부에서 통역사로 일하며 모스크바의 외국인 병사 모집 시설에 배치된 한 인도인은 인도와 네팔에서 오는 다수가 전투 지역에서 투입된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인도 중앙수사국(CBI)은 이날 성명을 통해 수도 뉴델리와 뭄바이 등 7개 도시에서 약 13곳을 동시 수색한 결과, 고임금을 미끼로 젊은이들을 전쟁터로 보낸 인신매매 조직들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CBI에 따르면 이들 조직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인도 젊은이들에게 고임금을 약속하며 후방에서 러시아군을 돕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유인한 뒤 전투 훈련을 시키고 최전방에 투입했다. 이와 관련 인도 외무부는 러시아 정부에 강력히 항의했다고 전했다.

네팔 외무부 대변인도 이들을 데려오기 위해 지속해 노력하고 있지만 정확히 몇 명의 자국민이 러시아에 있는지 모른다고 했다. 이 대변인은 245명의 가족이 그들의 친지가 러시아군에 갇혀있다는 청원서를 제출했으며 우크라이나에 전쟁 포로로 잡혀간 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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