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퍼저축은행 매운 후추가루 뿌렸다… 선두 노리던 흥국생명에 3-1 승리

김효경 2024. 3. 8. 21: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8일 광주 페퍼스타디움에서 열린 흥국생명과의 경기에서 득점한 뒤 기뻐하는 페퍼저축은행 선수들. 사진 한국배구연맹

여자배구 페퍼저축은행이 매서운 후추가루를 뿌렸다. 정규시즌 1위를 노리던 흥국생명에게 일격을 가했다.

페퍼저축은행은 8일 광주 페퍼스타디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6라운드 흥국생명과의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1(18-25, 25-22, 25-23, 25-14)로 이겼다. 야스민이 공격성공률 53.73%를 기록하며 양팀 통틀어 최다인 38점, 박정아가 16점을 기록했다. 흥국생명은 김연경이 15점을 기록하며 분전했지만 팀 패배를 막지 못했다.

페퍼저축은행은 올 시즌 홈에서 두 번째 승리이자 흥국생명전 첫 승리를 거두며 시즌 4승(30패·승점 14)을 따냈다. 조 트린지 감독이 물러난 뒤 지휘봉을 잡은 이경수 대행은 3경기 만에 첫 승을 거뒀다. 페퍼에게 발목을 잡힌 흥국생명(26승 8패·승점 73)은 현대건설(24승 9패·승점 74)에 승점 1점 뒤진 2위에 머물렀다.

8일 광주 페퍼스타디움에서 열린 흥국생명과의 경기에서 작전을 지시하는 페퍼저축은행 이경수 감독대행. 사진 한국배구연맹

두 팀은 이날 나란히 주전 세터가 결장했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은 "오늘도 이원정은 출전이 어렵다. 경기마다 몸 상태를 체크하고 있다. 어찌됐든 포스트시즌이 있기 때문에 위험을 부담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경수 페퍼저축은행 감독대행은 "중요한 공격수들과의 호흡인데 (둘 다)생각보다 좋지 않아서 고민"이라며 이고은 대신 박사랑을 먼저 선발 투입했다.

페퍼저축은행이 오프닝 포인트를 따냈지만, 흥국생명은 어렵지 않게 리드를 빼앗았다. 박정아에게 목적타 서브를 넣어 세트 플레이를 막고, 반대로 흥국생명은 이주아와 김수지 등 미들블로커들을 활용하는 공격으로 상대 수비를 따돌렸다.

8일 광주 페퍼스타디움에서 열린 흥국생명과의 경기에서 공격하는 페퍼저축은행 야스민 베다르트. 사진 한국배구연맹


박정아의 쳐내기 공격으로 페퍼가 추격했지만, 이한비의 공격이 레이나의 1인 가로막기에 걸리면서 다시 점수 차가 벌어졌다. 세터 이고은을 투입해 봤지만, 공격수와의 호흡이 아쉬웠다. 세트 후반 김연경이 공격 득점과 서브득점까지 기록하면서 쉽게 1세트가 끝났다.

페퍼저축은행은 2세트 초반 쉽게 밀리지 않았다. 리시브는 흔들렸지만 유효블로킹과 끈끈한 수비로 버텼다. 야스민 베다르트도 어려운 공격을 차분하게 득점으로 연결해 2-6을 9-8로 뒤집는 데 성공했다. 이한비의 서브 에이스가 터지면서 13-10, 3점 차까지 달아나는데 성공했다. 박사랑의 토스를 받은 야스민이 연이어 득점을 올린 페퍼저축은행은 박정아의 마무리 공격으로 2세트를 따냈다. 흥국생명은 범실을 5개나 쏟아내며 무너졌다. 야스민은 2세트에서만 11점을 올렸다.

8일 광주 페퍼스타디움에서 열린 흥국생명과의 경기에서 공격하는 페퍼저축은행 박정아. 사진 한국배구연맹


흐름을 탄 페퍼저축은행은 3세트에서도 흥국생명을 압도했다. 야스민의 공격이 맹위를 떨쳤고, 흥국생명의 리시브가 흔들리면서 점수 차가 벌어졌다. 흥국생명은 윌로우 대신 김미연을 투입해봤지만 소용없었다. 페퍼는 박정아와 이한비의 왼쪽까지 살아나고, 야스민이 김연경의 공격까지 가로막으면서 11-3까지 달아났다.

흥국생명은 세터를 박혜진으로 바꾸고 무서운 추격전을 벌였다. 유효블로킹과 김연경의 디그로 만든 반격 찬스를 착실하게 성공시켜 11-13까지 따라붙었다. 흥국생명은 결국 김연경의 블로킹으로 18-18 동점을 만들었다. 두 팀은 이후 한 점씩 주고받는 팽팽한 승부를 펼쳤다. 23-23에서 야스민의 백어택으로 세트포인트를 따낸 페퍼저축은행은 김연경의 공격 범실이 나오면서 세트스코어 2-1로 앞섰다.

8일 광주 페퍼스타디움에서 열린 흥국생명과의 경기에서 리시브를 하는 페퍼저축은행 이한비. 사진 한국배구연맹


4세트 초반은 박정아의 활약이 빛났다. 이날 경기 들어 두 번째로 얼굴에 충격을 받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공격 득점을 올렸다. 7-5에선 레이나 도코쿠의 공격을 완벽하게 차단했다. 야스민과 박정아가 번갈아 공격을 성공시킨 페퍼는 14-7, 더블스코어를 만들었다. 흥국생명은 윌로우가 부진한 가운데 리시브까지 흔들리면서 좀처럼 점수 차를 좁히지 못했다. 범실까지 연달아 나온 흥국생명은 그대로 자멸했다.

이경수 대행은 "솔직히 첫 세트만 해도 많이 힘들다 생각했다. 상황이 안 좋다 보니 분위기도 무거웠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선수들이 2세트부터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만족한다"고 했다. KB손해보험 시절 포함 3번째 대행을 맡은 이경수 감독대행은 "사실 너무 힘든 상황이다. 선수들이 잘 해준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 대행은 "야스민은 너무 잘 해줬다. 꾸준히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줬다. 정아도 잘 때렸다. 포인트를 내야 할 때 내줬다. 최고의 경기가 아닌가"라고 칭찬했다. 이어 "선수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귀를 닫자고 하고 싶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남은 2경기에서 그것만을 위해 집중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8일 광주 페퍼스타디움에서 열린 흥국생명과의 경기에서 공격하는 페퍼저축은행 엠제이 필립스. 사진 한국배구연맹

아본단자 감독은 "최악의 경기였다. 세터의 토스가 공격수가 때리기 어려웠고, 블로킹도 잘 안 됐다. 정규리그 1위로 올라갈 수 있는 경기였는데 멘털적인 대비가 안 된 것 같다. 포스트시즌까지 불안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이어 "처음에 잘 시작했는데, 특별한 이유 없이 순간적으로 흐름을 놓쳤고, 회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흥국생명은 12일 현대건설과 중요한 일전을 치른다. 아본단자 감독은 "지금은 오늘 경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것 같다. 다시 되짚어보고, 현대전을 준비하려 한다"고 말했다.

8일 대전에서 열린 삼성화재와의 경기에서 득점한 뒤 환호하는 현대캐피탈 선수들. 사진 한국배구연맹

남자부 현대캐피탈은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삼성화재와의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0(25-22, 25-19, 25-22) 완승을 거뒀다. 아흐메드 이크바이리, 허수봉, 전광인이 각각 13점, 10점, 9점을 올렸다.

2연승을 기록한 현대캐피탈은 16승 18패(승점 50)가 되면서 삼성화재(승점 48)를 제치고 4위에 올랐다. 3위 OK금융그룹(승점 55)과는 승점 5점 차다. OK와 맞대결이 남은 현대캐피탈이 2경기를 모두 이기면 극적으로 봄 배구에 진출할 가능성이 열린다. 31개의 범실을 쏟아낸 삼성화재는 5위로 밀려나면서 사실상 포스트시즌 진출이 어려워졌다.

광주=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