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읽는 '윤석열-한동훈 시대' 판결문
[김민웅 기자]
<검찰의 심장부에서>(오마이북 출간, 2024년)는 판사 출신으로 대검찰청 감찰부장을 지낸 한동수의 정치검찰에 대한 고발장이자 검찰개혁의 경로를 제시한 매우 치밀한 책이다. 이는 달리 말하자면 지금의 권력자 '윤석열-한동훈'에 대해 미리 읽는 이 시대의 판결문이기도 하다.
수사권으로 권력을 쥔 정치검찰의 쿠데타는 결국 실패한다. 이 책은 윤석열 정권의 무도한 폭정을 끝내는 과정에서 이들 세력에게 대단히 강력한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우리 모두의 정치적 무기이다.
▲ 검찰의 심장부에서 - 대검찰청 감찰부장 한동수의 기록, 한동수(지은이) |
ⓒ 오마이북 |
엘리야는 구약 성서에 나오는 예언자로 아합이라는 탐욕스러운 왕과 그의 교활하고 악한 처 이세벨의 폭정에 맞선 인물이다. 엘리야는 이 두 폭정의 주역만이 아니라 이들이 믿는 악령의 사제들 850명과 갈멜 산에서 대회전(大會戰)을 펼친다.
결과는 엘리야의 승(勝)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한동수에게 엘리야는 자신이 선지자라는 과시의 표현이 아니라 악한 권력의 실체를 타파하는 검찰개혁의 의지와 갈망이 압축된 소신(所信)이었다.
그러나 실제 겪은 현실은 그를 둘러싼 악한 권세와 그 추종자들의 집단 린치에 맞서 상상하지도 못했던 곤욕을 치른 나날들이었다. 이 책은 그런 관점에서 "기력이 모두 빠져나간 엘리야"의 고백이기도 하다.
"이제 누군가 검찰의 심장부에 들어가 기록하고 증언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대검 감찰부는 검찰의 온갖 비위정보가 모이고 징계 감찰을 하는 곳이므로 검찰의 실상을 파악하고 개선하는 데 적소(適所)의 자리라고 생각했다."
한동수의 착각 그리고 새로운 싸움
"윤석열 검찰총장이 개혁성향을 가진 것으로 믿고, 그와 함께 검찰개혁에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부임 첫날부터 윤 총장이 원했던 사람은 내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나는 대검 부장회의에 참석할 수조차 없었다."
검찰 내부의 비리와 불법, 권력 카르텔화를 감시할 감찰부장의 등장을 껄끄러워 한 당시 검찰총장 윤석열의 '한동수 배제작전'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한동수 감찰부장은 이 윤석열의 검찰 사유화 장치에 둘러싸인 채 2019년 10월부터 2022년 7월까지 2년 9개월의 시간을 견뎌낸다. 누구를 믿고 함께 해야 할지 모르는 결사적인 내부 투쟁이 시동을 걸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던 것이다.
"한동훈이 스마트 폰을 임의 제출하지 않으면 압수수색영장으로 확보하는 방법이 있겠습니다."
검찰총장에 대한 이 보고는 결국 한동훈의 스마트폰 비밀번호 제공거부와 서울중앙지검의 무혐의 처분으로 끝난다. 윤석열의 감찰 지연과 방해의 결과였다. 검언유착과 함께 선거관여 공직선거법 위반 처벌대상인 채널 A 사건은 이런 흐름 속에서 "조사하지 마라"는 윤석열의 수사중단 지시에 따라 진실을 규명하는 길이 막혀버리고 만다. 윤석열의 한동훈 방탄작전이자 윤석열 자신에 대한 방어조처였다.
이러는 중에 언론은 사실상 항명이니 총장에게 감히 문자통보이니, 조국과의 관련이니 하는 식으로 한동수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검언유착의 적폐현실을 뼈저리게 겪어간 것이었다. 이러는 중에 감찰대상자의 증거인멸행위는 보장받고 있었다. 저 화려한 것처럼 보이는 한동훈의 오늘은 이 사건으로 시작해서 비단길이 깔린 것이다. 그러나 과연 끝까지 그럴 수 있을까?
"조직 내부의 문제를 발설하는 순간, 개인의 인생사에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내부 고발자는 자기를 던져야 하는 것이다."
한동수와 윤석열과의 일대 격돌은 윤석열에 대한 징계 건이었다. 한동수 감찰부장은 자신을 "채널 A 감찰방해 사건, 재판부 사찰문건, 한명숙 전 총리 모해위증 교사 사건의 사본배당 등"과 관련해 "윤석열 총장을 직권남용으로 범죄인지한 부서장"이라고 밝힌다. 이에 더해 그는 고발사주 사건도 직접 제보를 받게 된다. "윤석열-김건희-한동훈"이 하나의 무리로 묶여져 그의 법적 판단대상이 되는 매우 중대한 순간이었다.
그리고 이 판단은 여전히 유효하다. 아직도 이들 윤석열-김건희-한동훈은 법의 판단 대상으로 넘겨지지 못하고 있다. 허나 그건 시간문제일 뿐이다. 한동수의 촘촘한 기록들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들의 범죄혐의 입증이기 때문이다.
판사의 관점에서 검찰을 경험한 한동수는 수사를 사냥으로 인식하는 수사방식의 인권침해문제, 검찰 내부의 권력집단, 이른바 특활비의 실체, 검찰과 언론, 헌법적 기반에 따른 검찰개혁 등의 과제에 대해 소상히 밝히고 있다.
"재판의 효율성이나 범인을 필벌할 목적을 앞세워 조금이라도 억울한 사람을 만드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의 책 <검찰의 심장부에서>를 읽으면서 처음 알게 된 것들이 적지 않다. 그 가운데서 검찰이 무속(巫俗)에 기우는 일들을 비롯해 무엇보다도 "검찰의 친일문제"는 사실 놀라웠다. 윤석열의 사대매국적 친일행위는 그저 나온 게 아니었던 것이다.
"우리나라 검사들과 일본 검사들의 교류관계는 매우 친밀하다. 한일 검사들 간 친선 축구대회가 대검의 지원 아래 정기적으로 양국을 오가며 개최되고 있다."
그러니 이들 사이에 무슨 짓들이 벌어지고 있을지는 묻지 않아도 그냥 알게 될 일들이다.
▲ 한동수 변호사(판사 출신, 전 대검찰청 감찰부장). |
ⓒ 권우성 |
하나 깊이 유념할 바가 있다. 저들은 감찰부장 한동수를 온갖 술책으로 무력화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여길지 모르나, 그가 작성한 기록 <검찰의 심장부에서>는 이들에 대한 유죄선고이자 몰락의 예언이라는 점에서 매서운 심판을 예고하고 있다.
"내가 받은 상처를 치유하고 내 안에 사랑과 역사의식을 채우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게 초고를 마친 그의 책 후반부에는 엘리야가 대결했던 폭군 아합과 그의 악한 왕비 이세벨의 운명이 성서의 내용에 따라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이세벨은 아합 왕을 사주하여 나봇을 죽이고 포도원을 빼았다. 그 후 이세벨은 벌을 받아 처참히 죽었다."
탐욕으로 남의 포도원을 빼앗아 부귀와 권세를 누렸다고 여긴 이세벨이 어찌 되었다는 걸까?
"결국 이세벨은 창문 아래로 내던져져 죽음을 당한 후 개들에 살을 뜯어 먹혀 두개골과 발과 손바닥 말고는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게 됩니다."
탐욕스러운 폭정의 권력자가 어떤 운명을 맞게 될지는 이로써 분명해졌다. 한동수가 책에 담은 엘리야의 목소리는 기력이 쇠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불길이 될 것이다.
엘리야의 승(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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