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이틀간 ‘이재명 심판론’ 띄웠다…“오늘도 법정 간 李”
“우린 여기, 시민 명예 실추시킨 이재명은 법정에”
용인 휩쓴 붉은 물결…한동훈 “고맙습니다” 환한 미소
전날 수원서 野지방정부 비협조에 “중앙정부가 ‘직접지원’할 것”
“저희는 이번 선거에서 통진당화 돼가는 민주당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세력입니다.”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 비리, 백현동 비리 때문에 성남시민의 명예가 훼손됐습니다.”
‘수도권 탈환’을 노리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경기 수원·성남·용인을 연일 방문하며 총선 표심 잡기에 나섰다. 주요 메시지로는 ‘이재명의 민주당 심판’을 내걸며, 국민의힘이 4월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즉각적인 정책 현실화로 보답하겠다고 선언했다.
한 위원장은 8일 경기 성남 수정구 중앙시장 사거리 거리인사로 일정을 시작했다. 경기 성남은 이 대표의 정치적 기반이다. 이 대표는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성남시장을 지냈다. 특히 성남 수정구는 18대 총선 때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신영수 의원이 당선된 것을 마지막으로, 19∼21대 총선에서 김태년 민주당 의원이 내리 3선을 지낸 ‘보수 험지’로 꼽힌다.
한 위원장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부각하며 거야(巨野) 심판론에 불을 당겼다. 최근 재판을 여러 건 받는 이 대표의 민주당을 부패 정당 틀에 가두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민주당 텃밭에서 ‘적진 수장(首長)’의 약점을 정조준한 셈이다.
그는 “(성남은) 대한민국의 역동적 발전을 상징하는 곳이다. 그런데 그동안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 비리, 백현동 비리 때문에 성남시민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오늘 이 시간에 우리는 우리가 가장 어렵다고 하는 성남 수정에 왔다. 이재명 대표는 서초동의 법정에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저희가 성남에서 반드시 여러분의 선택을 받아서 성남의 명예를 회복하고 다시 한 번 역동적 발전의 중심에 놓겠다”고 약속했다.
이른바 ‘이재명 저격수’도 이 자리에 동행했다. 4·10 총선 지역구 후보로 공천된 장영하 후보다. 장 후보는 지난 대선 국면에서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의 의혹을 조명한 책 ‘굿바이, 이재명’ 저자다. 장 후보는 “이재명 대표가 지금 국회에 좌파정당, 국가보안법 폐지 정당(진보당)을 들이려 하고 있다”며 “한 위원장과 함께 승리하고 수정구가 염원하는 재개발, 재건축, 가로주택 지원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의 ‘이 대표 때리기’는 분당구 양지금호1단지아파트에서도 이어졌다. 양지마을은 이 대표가 인천 계양으로 이사 가기 전까지 살던 동네다. 한 위원장은 “우리는 부패하지 않은 세력이고 앞으로도 부패하지 않을 세력이란 약속을 드린다”며 “같은 시간에 이 대표는 서초동(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어떤 세력이 과연 성남 시민의 삶을 개선하고 명예를 드높일 세력인지 차분하고 명확하게 바라봐달라”고 호소했다.
성남의 최대 현안인 재개발·재건축 추진도 약속했다. 성남 발전을 위해 재건축 규제를 획기적으로 풀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함께 동행한 김은혜(분당을)·안철수(분당갑) 예비후보의 손을 번쩍 들어올리며 “성남 시민을 위한 일꾼으로 국민의힘에서 내세울 수 있는 최상의 카드를 여러분께 제시했다. 바로 김은혜와 안철수”라고 했다. 이어 “저희는 이번 선거에서 통진당화 돼가는 민주당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세력”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이후 찾은 용인에선 한 위원장의 방문을 반기는 인파가 대거 몰렸다. 한 위원장은 고석 국민의힘 용인병 후보와 진행한 수지구청역 사거리에서 거리 인사에 나섰다. 그는 연설 중간 인파를 보고 “이렇게 많이 모여주실 줄은 몰랐다”며 “용인이 (투표에서 이기기) 쉽지 않은 곳이라고 알고 있었다. (그러나) 평일에 사거리에 모여주신 여러분들 보니 반드시 이길 수 있고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는 변호사이자 육군 준장을 지낸 고 후보에 대해 “수십년간 군법조에서 정의를 실천한 전설 같은 사람”이라며 “고석은 국방과 정의를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다. 제가 고석과 함께 용인의 발전을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고 후보는 “거짓의 정치, 국민을 속이는 정치에 마침표를 찍겠다”며 “대한민국 헌법 수호를 강력히 이루겠다”고 화답했다.
‘집권 여당 프리미엄’ 논리도 적극적으로 펼쳤다. 집권 여당의 정책 공약은 수월한 정부부처와의 협업·예산·행정 등을 토대로 현실화가 가능하지만, 야당의 정책 공약은 공약에 그칠 뿐이라며 차별화를 부각한 것이다. 한 위원장은 “저희는 아직 소수당이지만 집권 여당이다. 저희의 추진력을 봤나. 국회에서 발목 잡히지만 않으면 여러분들을 위해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며 “우리나라를 통진당(통합진보당)화하려는 민주당 세력이 다시 국회를 장악할 경우 생길 위험을 저희는 너무 잘 안다”고 강조했다.
청년들의 어려움을 청취하는 시간도 가졌다. 그는 용인 기흥구 보정동 카페에서 진행된 청년간담회에서 “장학금을 대폭 파격적으로 범위를 넓히는 (정책을) 정부가 준비하고 있다”며 “지금의 정치가 해야 될 것은 청년들에게 그만큼 어려워진 삶을 보정해 주는 보정치를 해 주는 일이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한 위원장은 전날에도 ‘보수 험지’로 꼽히는 경기 수원을 방문했다. 국민의힘 의석이 단 1석도 없는 열세 지역이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수원 5개 의석을 모두 싹쓸이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승리한 지난 대선에서도 수원정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구에서 모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승리했다. 수원시장 역시 민주당 소속이다.
당 안팎에서 수도권 위기론이 분출하고 있는 만큼, 지지층 결집과 외연확장을 도모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현장 목소리를 직접 듣고, 각 지역별 전략을 마련하는 등 총선 분위기 주도권 선점에 나섰다는 관측이다.
한 위원장은 이날 이수정 수원정 후보와 동행한 영통구청사거리 거리인사에서 정부가 지방 정부를 끼지 않고 직접 지원할 수 있는 법률 개정안을 발의하겠다며 지역 개발을 약속했다.
현재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김재준 수원시장은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야당인 민주당이 지방자치단체장을 맡고 있는 지방 정부의 경우 협력이 원활하지 않은 만큼, 정부 차원에서 지원할 수 있는 입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한 위원장이 말한 개정안은 중앙 및 지방 정부의 권한을 규정한 기존 법률안을 수정하거나 별도의 특별법을 발의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틀 간 한 위원장이 거리 인사를 진행하는 일대는 지지자들과 취재진, 유튜버 등 인파가 몰려 발 디딜 틈 없이 북새통을 이뤘다. 일부 지지자들은 빨간 옷과 빨간 풍선 등 국민의힘 당색이 담긴 물건을 몸에 둘렀다. 한 지지자는 “이렇게 정치인 거리인사 보러 나온 것은 77년만에 처음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또 다른 지지자도 “나도 73년만에 처음”이라고 맞장구쳤다. 그러면서 “검사 이름도 몰랐는데 이제 줄줄이 검사들 이름을 외운다”라고 했다.
‘우리가 남이가, 한동훈과 동행’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한 위원장을 반기는 이들도 있었다. 곳곳에선 “젊으니까 이렇게 거리인사도 맨날 다니는 거야”, “사랑해요, 한동훈”, “여기 좀 봐달라”는 요청이 쇄도했다. 이에 한 위원장은 고개를 숙이며 감사함을 표했다. 후보들과 셀카를 찍으며 소통하거나, 연단에 올라서 일일히 시민들과 악수를 나누기도 했다.
수원·성남·용인=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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