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과 전공의 월 100만원 지원...복귀 눈치 안보게 '보호 신고센터' 설치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사들이 반발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복귀를 희망하거나 현장에 남은 전공의들 보호에 나선다. ‘전공의 보호ㆍ신고센터’를 설치해 피해사례를 접수하고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또 이달부터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들에게는 매달 100만원씩 수련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는 8일 한덕수 국무총리로 주재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주재하고 이같은 내용을 결정해 발표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7일 오전 11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 전공의(1만2907명) 중 계약을 포기하거나 근무지를 이탈한 인원은 1만1985명(92.9%)이다. 정부는 이들에 대해서는 업무개시명령 위반이 확인되는 대로 순차적으로 면허정지 행정처분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전공의들 사이에서 현장에 복귀한 사람들의 신상을 공개하거나 미복귀를 강요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런 피해사례를 막기 위해 복지부 내에는 전공의 ‘전공의 보호ㆍ신고센터’가 설치될 예정이다. 최근 의사와 의대생들이 자주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현장에 남거나 복귀한 전공의들을 ‘참의사’라고 칭하며 소속과 인적사항을 적은 목록이 올라오면서 논란이 일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금이라도 돌아오고 싶어도 동료들의 집단 따돌림과 괴롭힘이 두려워서 현장에 돌아올 수 없다고 한다”며 “면허 정지 처분보다 동료들이 더 무섭다는 전공의의 호소를 들으며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 사람을 살리는 직분을 부여받은 의사들이 어쩌다 이런 상황에까지 이르게 됐는지 마음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박 차관은 이달부터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들에게는 매달 100만원씩 수련비용이 지원된다고 밝혔다. 박 차관은 “올해 1년치 예산안에 반영돼 있기 때문에 수련비용은 1월부터 소급 지급된다”며 “근무지 이탈자는 근무하지 않은 날을 일할 계산해서 지급하고, 다른 진료과에서 소아 진료를 전공하는 분들께도 수련비용은 지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소아청소년과 외에도 분만, 응급 등 다른 필수의료 과목 전공의들까지 지원할 수 있도록 대상 범위를 조속히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는 전공의 공백으로 환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의료대란’이라는 주장은 과장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전공의 집단행동 이전인 2월 1∼7일의 평균과 비교했을 때 상급종합병원 입원환자 감소 폭은 이달 4일 기준 40.7%였으나, 7일 기준으로는 33.4%가 됐다. 응급의료기관의 중등도 이하 환자는 2월 1∼7일 평균 대비 29.3%(3월 6일 기준) 감소했으나, 중증 응급환자는 평시와 비슷하다고 복지부는 설명했다.
전공의 공백에 따른 비상진료체계는 그대로 유지된다. 정부는 이를 위해 예비비 1285억원과 건강보험 재정 1882억원 투입을 결정한바 있다. 이달 11일부터 4주간은 의료기관 20곳에 군의관 20명, 공중보건의사 138명 등 총 158명을 파견해 기관당 10명 안팎으로 추가 인력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 상급종합병원이 중증 환자 위주로 운영되도록 신규 외래 환자는 2차 병원의 검사와 의뢰를 무조건 거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의대 교수들의 단체행동도 확산하고 있다.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은 9일 비공개 총회를 열어 정부의 의대 증원 등 현안에 대해 논의한다. 전날 울산의대 교수협 비대위는 긴급총회를 열어 전공의에 대한 정부의 행정 조치에 반발해 전 교원이 사직서를 제출하는 데 합의했다. 개별 교수 차원을 넘어 교수협의회가 낸 집단 사의 의사는 처음이다. 사직서는 서울아산병원ㆍ울산대병원ㆍ강릉아산병원에서 교수들이 자발적으로 제출할 예정이다.
경북대 의대 학장단 교수들도 입장문을 내고 “대학본부와 총장은 독단적이고 일방적인 입학정원 증원을 제시했다”며 일괄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가톨릭대 의대 학장단도 전원 사퇴서를 냈고, 경상국립대 의대 교수들도 보직 사직원이나 사직서를 냈다.
교수협 단위의 성명과 항의 시위도 이어지고 있다. 부산대병원 소속 교수와 의대생 등 10여명은 8일 부산대 양산캠퍼스 의과대학을 찾은 차정인 총장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총장은 즉각 사과하고 사퇴하라’고 쓴 종이를 들고 구호를 외치면서 항의했다.
의대 교수들의 집단행동 움직임이 보이자 정부는 “현장에 계신 교수들께 간곡히 호소한다”면서 자제를 호소했다. 박민수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교수들마저 환자의 곁을 떠나겠다고 한다면 전공의들이 돌아올 길이 가로막히게 된다”며 “환자를 지키는 것이 의사의 가장 중요한 사명임을 몸소 보여주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문상혁 기자 moon.sanghy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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