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합법적” vs 의협 “불법적”…간호사 업무범위 확대 두고 충돌

의협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 종용”
정부 “보건의료기본법 근거로 추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전공의 이탈로 부족한 의사 인력을 대체하기 위한 간호사 업무범위 확대 시범사업을 두고 정부와 의사단체가 의견이 팽팽하게 갈리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8일 “이번 시범사업은 의료인 간의 업무범위를 구분하고 있는 의료법 규정에도 불구하고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를 종용하는 것”이라며 “해당 정책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의료인에게 전가시키는 파렴치한 조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비대위는 “복지부 업무지침 중 진료기록 초안, 감사 및 판독 의뢰 초안, 협진 초안, 진단서 초안 작성 등 업무는 당연히 의사의 업무”라며 “아직까지 이와 반대되는 판례가 없기 때문에 비록 시범사업이라고 하더라도 간호인력의 업무범위로 하는 것은 절대 불가하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간호사라 하더라도 각 분야마다 교육 및 영역에 맞는 전문성이 다르다”며 “관계 법령에 따른 분야별 업무범위 내에서 해당 업무를 수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전문간호사로 하여금 시범사업에 따른 업무를 수행하게 하는 것은 현행 의료법령에 위배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진료지원 간호사 시범사업은 합법적 범위에서 추진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진료지원 간호사의 제도화를 검토하는 것은 우리나라 의료체계를 정상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이번 시범사업은 보건의료기본법을 근거로 이뤄지는 것”이라며 “업무범위를 보다 명확히 해 법적 안정성을 보호하는 장치를 강화하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박 차관은 “진료지원 간호사 시범사업은 현장의 병원장들의 요청이 있었다”며 “복지부는 이를 위해 작년 6월부터 병원협회, 간호협회, 전공의 협의회, 환자단체, 학계, 전문가 등 20명이 참여하는 진료지원인력 개선협의체에서 관련 논의를 해 왔다. 병원협회와 간호협회가 합의한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진료지원 간호사의 업무는 이미 현장에서 의사의 지도와 감독하에 수행되고 있는 업무다. 판례에서 금지하는 사항은 수행할 수 없다”며 “미국 등 주요국은 이미 진료지원 간호사가 제도화돼 있고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문의 중심의 병원으로 가기 위해서는 진료지원 간호사의 제도화가 필요하다”며 “정부는 진료지원 간호사의 법적 안정성을 강화하고 숙련된 의료인으로서 성장하도록 경력 개발을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이날 간호협회가 ‘새 간호법’을 재추진한다는 것과 관련해 박 차관은 “정부는 국민 보건체계를 강화시키는 의료개혁에 간호사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반영할 것”이라며 “의료개혁은 의사, 간호사와 의료기사 등 각 직능 단체, 환자, 보건전문가 등 국민 모두의 참여로 추진돼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