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볼·닥터슬럼프 일본 만화 '전설' 도리야마 별세

급성 경막하 출혈로 지난 1일 68세 일기로 세상 떠나

[윤현 기자]

▲ 일본 만화가 도리야마 아키라의 별세 소식을 보도하는 NHK 방송 ⓒ NHK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끈 일본 만화 <드래곤볼>과 <닥터 슬럼프>를 그린 작가 도리야마 아키라가 지난 1일 별세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향년 68세. 

일본 만화 주간지 '소년 점프'는 8일 성명을 통해 "본지에 많은 작품을 발표했던 도리야마 아키라 선생이 지난 1일 급성 경막하 출혈로 세상을 떠났다"라고 발표했다. 

일본 공영방송 NHK를 비롯해 <요미우리신문>, <아사히신문>, <마이니치신문> 등 주요 매체는 고인의 별세 소식을 일제히 긴급 속보로 타전했다. 

고인의 소속사 버드 스튜디오는 "고인은 하고 있는 작품도 있었고, 앞으로 하고 싶었던 작품도 많았을 것이기에 매우 유감"이라며 "다만 전 세계 많은 분들의 지지가 있어 45년 넘게 창작 활동을 이어왔다"라고 밝혔다. 이어 "고인의 작품이 앞으로도 오랫동안 사랑받기를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세계적 히트 <드래곤볼>... 2억6천만 부 간행 

1955년 일본 나고야에서 출생한 고인은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좋아해 고등학교 졸업 후 광고 회사에서 잠시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1978년 '소년 점프'에 <원더 아일랜드>를 연재하며 데뷔했고, 1980년 <닥터 슬럼프>로 인기를 얻었다. 

고인의 이름을 전 세계에 알린 것은 1984년 발표한 <드래곤볼>이다. 주인공 손오공이 7개를 모으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드래곤볼을 찾아 떠나는 모험을 그린 이 작품은 11년간 연재되며 약 2억6천만 부가 간행될 정도로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드래곤볼>은 애니메이션과 영화, 게임으로도 만들어졌으며 지금도 세대를 넘어서는 사랑을 받고 있다. 
 

▲ 일본 만화가 도리야마 아키라의 별세 소식을 보도하는 NHK 방송 ⓒ NHK

 
고인은 2013년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드래곤볼>이 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비결을 묻자 "전혀 모르겠다"라며 "나처럼 비뚤어지고 심술 궂은 성격의 사람도 세상에 받아들여지게 만든 기적 같은 작품"이라고 말했다. 

또한 '만화에 메시지가 없다'는 지적에 대해 "나의 목표는 소년들을 기쁘게 하는 것뿐"이라며 "만화를 보며 잠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면 남는 것이 없어도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일부러 메시지를 전달하려 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고인은 2013년 만화계의 칸 영화제로 불리는 앙굴렘 국제만화축제 40주년 특별상을 받았고, 2019년 프랑스 예술문화훈장 '슈발리에'를 받기도 했다. 

동료 만화가·주요 외신도 애도... "국경과 세대 넘어 영향"

동료 만화가들은 애도를 표하며 고인의 작품에 감사를 전했다. 만화 <원피스>의 작가 오다 에이치로는 "너무 빨리 세상을 떠나서 빈자리가 크다"라며 "다시 만날 수 없다고 생각하니 슬픔이 밀려온다"라고 밝혔다. 

이어 "고인은 '만화를 보면 바보가 된다'는 시대에 어른과 아이 모두 만화를 즐기는 시대를 만들어낸 작가"라며 "만화가뿐 아니라 모든 업계에서 활약하는 크리에이터들에게는 '드래곤볼'을 보던 흥분과 감동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나루토>의 작가 기시모토 마사시도 "초등학교 때 '드래곤볼'과 '닥터 슬럼프'를 보면서 기분 나쁜 일을 잊었다"라며 "시골 소년인 내게 고인의 작품은 구원이었다"라고 애도했다. 

주요 외신도 고인의 별세 소식을 전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일본을 대표하는 만화가 중 한 명이었고, 고인의 작품은 국경을 넘어 여러 세대의 만화가들에게 영향을 줬다"라고 평가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도 "손오공이 훈련을 거듭해 영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 많은 팬들도 끊임없이 성장하는 자기 모습을 비춰봤다"라며 "고인이 그린 캐릭터는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 청춘의 일부가 되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