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썸브랜드 권영민 대표 "K-브랜드 혁신, K-소비자로부터 시작해야”
브랜드 애그리게이터 업계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2023년 금리 인상과 이커머스 산업 성장 정체로 투자·M&A 시장은 얼어붙었고, 공격적으로 중소브랜드를 인수해 온 애그리게이터 기업 중에는 성장 한계에 다다른 경우도 적지 않다. 풍부한 유동성을 등에 업고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던 브랜드 애그리게이터 전략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주)홀썸브랜드 권영민 대표는 “이런 때일수록 사람에게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생활소비재 회사 피앤지(P&G) 인턴으로 시작해 임원까지 올라갔던 그는, 15년 간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2023년 11월 홀썸브랜드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수많은 글로벌 브랜드들과 함께해 온 그의 전문성은, 이제 중소 브랜드 성장의 자양분이 되고 있다.
‘위대한 기업’에서의 경험을 ‘스타트업’에 접목하다
"제 인생 책이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란 책이에요. 이 책에 따르면 제가 다녔던 피앤지는 ‘위대한 회사’예요. 회사 성장도를 점수화한다면 100점 만점에 98점은 되는 곳이죠. 글로벌 회사,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생활 소비재 회사니까요. 그런 위대한 회사를 다니는 건 저한테 좋은 기회였고, 덕분에 좋은 시스템, 운영 방침, 전략들을 많이 습득할 수 있었어요."
그렇게 권 대표가 15년 간 배운 건 크게 두 가지, ‘소비자’와 ‘유통’에 대한 이해였다. 생활용품 카테고리의 소비자가 어떤 니즈를 갖고 어떻게 제품을 구매하는지 배웠고, 가능한 한 많은 소비자를 불러모으기 위해 유통사들은 어떤 니즈에서 어떤 전략을 실행하는지 배웠다. 이러한 영역들에서 켜켜이 쌓인 그의 높은 이해도는 현재 홀썸브랜드 비즈니스 전략 수립의 마중물이 되고 있다.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사랑받는 법
유명 글로벌 브랜드도, 소비자에게 낯선 중소 브랜드도 ‘더 많은 소비자에게 선택받고 사랑받겠다’는 목표는 다르지 않다. 권 대표는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4가지 요건을 강조한다. 바로 ‘제품 경쟁력’과 ‘우수한 패키지’, 그리고 ‘커뮤니케이션’과 ‘유통 실행력’이다.
"좋은 브랜드라면 소비자가 가진 문제점을 해결해 줄 수 있는 뛰어난 제품력으로 승부해야 하고, 이런 제품을 가능한 한 소비자의 눈에 잘 띄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패키지로 선보여야 합니다. 한편으론 각종 미디어 채널을 활용해 소비자와 효과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고, 선택한 유통 채널을 압도할 수 있는 뛰어난 실행력을 발휘해야 하죠.”
이미 제품력을 갖춘 브랜드들을 인수해 온 홀썸브랜드의 경우 패키지와 커뮤니케이션, 유통 실행력을 강화하는 게 중요했다. 그가 취임 후 다섯 달 동안 주안점을 둔 것도 이 세 가지 요소들을 강화하는 부분이었다.
선택과 집중으로 성과를 일궈내다
"제가 취임 후 먼저 한 일은 ‘어떤 걸 안해야 할 지’와 ‘어떤 걸 해야 할 지’에 대한 결정이었어요. 사람들이 보통 우선순위를 매길 때 뭘 먼저 해야 할 지 얘기하는데, 그러다 보면 결국 순위에 따라 모든 걸 다 해야 하는 상황이 되거든요. 그래서 일단 ‘뭘 안해야 할 지’를 명확히 하고, 그것들을 솎아냈을 때 남은 일들 중에서 우선순위를 정했습니다."
그렇게 정해진 게 보유 브랜드와 유통 채널 간 우선순위였다. 4가지 핵심 요소(제품·패키지·커뮤니케이션·유통망)가 얼마나 갖춰져 있는지를 기준으로 브랜드를 선택했고, 그 브랜드가 속한 카테고리에서 중요한 유통 채널을 집중 공략했다. 이렇게 완성된 브랜드와 유통채널의 콤비네이션 우선순위는 단기간에 유의미한 성과로 돌아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숙취해소제 브랜드 알디콤이에요. 알디콤은 편의점과 올리브영, 쿠팡, 자사몰까지 4개 채널에서 성과를 더 낼 수 있는 부분들이 보였기 때문에, 이 채널들에 추가적인 액션을 적극적으로 취했죠. 이 과정을 거치면서 직전 분기 대비 회사 매출이 30% 정도 증가했고, 공헌이익은 3배 넘게 성장했어요."
한국 시장을 넘어 ‘K-브랜드’로서 해외를 향하다
앞으로 홀썸브랜드가 바라보는 건 글로벌 시장이다. 권 대표는 회사 비전에 대해 “우수한 ‘K-브랜드’로 글로벌 소비자의 삶을 개선시키는 것”이라고 정의하면서도 “조급하게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려는 행동은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해외에 앞서 국내 소비자에게 인정받는 게 먼저라는 이유에서다.
"생활용품 업계에 오래 몸담으면서 글로벌 소비재 대기업들이 한국 시장을 어떻게 보는지 알게 됐어요. 한국만큼 제품에 대한 소비자 니즈가 다양하고 그 기준이 높은 시장이 없더라고요. 변화가 빠르고 다양성이 폭넓은 것도 그렇고. 즉, 한국 소비자를 만족시킨 브랜드 제품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용될 수 있다는 얘기예요."
그런 의미에서 권 대표는 숙취해소제 알디콤의 글로벌 진출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다. 그는 “아시아와 미국을 포함해 규모가 큰 시장들에서 숙취해소제 수요가 생기고 있다”면서 “한국만큼 숙취해소제 섭취 문화가 형성된 곳은 거의 없기 때문에, 국내 소비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해외 시장을 선점하고 매출을 키워나갈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2024년 성장 키워드, ‘체계’와 ‘속도’의 시너지
권 대표가 그리는 앞으로의 홀썸브랜드는 ‘스타트업이지만 구조화된 프레임워크를 가진’ 회사다. 비즈니스와 브랜드 성장의 핵심 요소에 집중하면서도, 동시에 수평적 구조와 빠른 의사 결정으로 속도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이러한 팀워크에 대해 그는 “넓은 벌판에서 각자 다른 방향으로 달려가는 게 아니라, 모두가 하나의 목적지를 향해 고속도로를 달리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제가 처음 홀썸브랜드 대표로 취임할 때도 그랬지만, 올해 가장 중요한 것 역시 조직입니다. 브랜드 경쟁력을 완성하는 조직을 만드는 건 마치 ‘고 투 마켓(Go-To-Market) 머신’을 만드는 것과 같거든요. 어떤 브랜드를 가져와도 우리 홀썸브랜드 안에 집어넣으면 1이 100이 될 수 있는, 브랜드를 최대한 빠른 기간 안에 성장시킬 수 있는 머신 말이죠. 2024년은 이 머신을 제대로 작동시키는 한 해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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