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무단투기 CCTV로 본다"더니…신고 52% 급증해도 단속은 5.5%만 늘어

김서원 2024. 3. 8.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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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골목길에 설치된 '쓰레기 불법투기 금지구역'이라는 내용의 안내판이 세워져 있는 모습. 그 아래 일반 쓰레기, 폐지 등이 무더기로 쌓여있다. 김서원 기자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주민들은 골목길 곳곳에 몰래 버려진 쓰레기와 각개전투를 벌이는 중이다. ‘쓰레기 무단투기 금지’ 안내판이 붙어있는 골목길 전봇대 아래에는 쓰레기 봉투와 담배꽁초가 한가득 쌓여있었다. 주민들은 구청과 관할 주민센터로 신고해도 줄지 않는 쓰레기에 체념한 듯한 모습이었다.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40년 이상 살아온 주민 김모(52)씨는 “월요일 아침만 되면 담배꽁초에 생활 폐기물까지 여기저기 버려진 쓰레기에 돼지우리 저리 가라 할 정도”라며 “구청에 쓰레기 무단투기 신고를 몇 번이나 넣었는데도, 유동 인구가 워낙 많아 대부분 계도에 그치더라”고 말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담배꽁초도 골치거리다. 불씨 때문에 크고 작은 불이 난 적도 한두 번이 아니라고 했다. 2년째 홍대 앞 빈티지 옷가게에서 일하는 박모(30)씨는 “매일 아침 골목길 상인들이 나와서 밤사이 쌓인 쓰레기를 같이 치우는 게 일”이라며 “건물주가 구청에 신고하고 있다 들었는데, 개선될 기미가 안 보인다”고 했다.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근처 골목길에 설치된 "담배꽁초 무단투기 적발시 과태료 부과됩니다"라는 안내판 아래로 담배꽁초가 한가득 쌓여있다. 김서원 기자


쓰레기 무단투기 신고가 늘고 있지만,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시민 불편이 커지고 있다. 8일 행정안전부 안전신문고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서울의 쓰레기·폐기물 신고 건수는 1만6323건으로, 전년(1만702건) 대비 52%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공식 신고처가 구청 및 각 동 주민센터임을 고려하면, 실제 신고·불편 민원 건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쓰레기 무단투기 시에는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내 전체 구청의 실제 단속 실적 건수는 2022년 11만7753건에서 2023년 12만4326건으로, 5.5% 느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과태료 부과액수는 같은 기간 약 65억 원에서 68억 원으로 4%가량 늘었다.

서울 용산구에 사는 A씨 집 앞에 배달 음식물 쓰레기 등 생활 쓰레기들이 무단으로 버려져 있는 모습. 독자 제공

이는 구청 단속 요원이 직접 쓰레기를 뒤져 인적사항을 확인하거나 불법 투기 현장을 포착하지 않는 한 과태료 부과가 어렵기 때문이다. 서울 용산구에 사는 A씨도 지난해 8월 집 앞에 무더기로 쌓인 인근 주민의 배달 음식물 쓰레기 등을 주민센터에 신고했지만, “투기자의 인적 사항이 특정돼야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이후로도 두 달 간 이어진 무단투기에 구청까지 직접 찾아가서 불편을 호소했으나, “경찰서에 신고하라”는 의견을 받았다고 했다.

A씨는 관할 주민센터로 쓰레기 무단투기 신고를 넣었으나, "투기자의 인적사항이 특정돼야 과태료 부과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독자 제공


A씨는 결국 쓰레기 속에서 직접 찾은 배달 영수증 등 투기자를 특정할 만한 단서를 갖고 관할 경찰서에 방문해 민원을 넣었지만, 성과가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신고자가 찾았다는 출처가 불명확한 영수증만으로는 신원을 특정할 수 없다. 개인정보 확인 과정에서 과잉수사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서울 양천구의 주택가 골목에도 쓰레기 배출 장소가 아닌 곳에 종량제 쓰레기, 스티로폼 박스 등 폐기물들이 쌓여있다. 김서원 기자


그러나 골목 곳곳에 설치된 쓰레기 투기 단속용 CCTV를 통해 일일이 신원 확인을 하기엔 구청 상황도 인력 부족 등으로 녹록지 않다. 구청 관계자는 “누구 한 명이 지키고 서있지 않는 한, 길 가다가 휙휙 던지고 가는 사람들을 CCTV로 잡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CCTV는 들어온 신고에 대한 구청 나름의 투기자 확인 노력의 일환”이라며 “계도나 적발보다 시민의식에 기댈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김서원 기자 kim.seo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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