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걸린 시어머니를 요양원에 보내고 시작한 공부

구혜은 2024. 3. 8.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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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교육지도자 과정을 시작하며... 부모님을 좀더 이해하고 돕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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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혜은 기자]

철학 전공, 도덕·윤리 교육대학원, 교원자격증, 독서지도사, 심리상담사, 출간을 위한 책 쓰기 수업, 출간 경험, KAC 코치 수료. 그간 쌓아온 이력이다. 이들의 공통점을 하나로 모으면 글쓰기, 자기 발견, 독서로 연결된다. 올해는 이 경력을 단단히 빌드업 해서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

오래전부터 해 보고 싶었던 일이 있다. 경력 단절 주부, 은퇴한 장년층의 글쓰기를 통한 경력 잇기를 돕고 싶다는 바람이다.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자서전 쓰기 수업을 하는 친구에게 자꾸만 부러운 마음이 드는 건 이 때문이리라. 어르신들을 이해하고 공감하려면 무엇보다 이분들을 현장에서 만나고 소통해야 한다. 그런 생각에 시니어 교육지도자 과정을 수강하게 되었다.

수업 첫 날, 강사님께서 자신의 이력을 소개하시는데, 오랜 기간 독서 논술 지도를 해 오셨다고 한다. 오전에는 성인 대상, 오후 시간대는 아이들 대상의 수업을 진행하신다고 한다. '시니어 교육지도자 과정의 강사로 설 수 있는 기반도 결국 책과 글쓰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분야는 나름대로 자신도 있고 자격과 경력을 쌓아왔다고 생각한다. 시어머니께서 치매를 앓으시며 시작된 나이듦에 대한 생각과 고민도 영향을 미쳤다. 홀로 남겨지신 시아버지, 그리고 요양원에서 여생을 보내시게 될 시어머니를 떠올리면 가슴이 아프다. 이런 상황은 비단 우리 가정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부모님을 좀더 이해하고 돕고 싶다. 내가 쌓아온 경력에 최근의 경험을 더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지 않을까?

선생님께서는 무엇보다 책을 고르는 안목을 키워야 한다고 하셨다. 동화 쓰기 수업에서도 느낀 것인데 결국 '다독'이 좋은 글을 쓸 수 있고, 좋은 책을 선별할 수 있는 능력의 바탕이 된다.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며 그들의 소구점도 알게 되리라. 이런 연결이 결국 내가 하고 싶은 강의와 글쓰기에 밑거름이 될 것이다. 수업 시간 내내 수업을 듣고 자격증을 따서 어디에 어떻게 활용하고 확장시킬 것인가를 생각했다.

첫 날에는 교육과정에 대한 설명과 '시니어'라는 단어의 사전적 정의에 대해 배웠는데 놀라운 것은 시니어가 40~50대 이상의 연장자를 뜻하는 말이라 한다.

'나도 그럼 시니어?'

수강생 중 한 분이 시니어의 연령층이 너무 낮다며 항의하셨다(이건 그저 사전적 의미라니까요). 우리나라에서는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보고, 이들의 호칭을 '어르신'이라 칭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라 한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노년기가 인생의 황금기가 지난 여생이 아니라 전체적인 생애에서 가장 성숙에 이른 시기이며, 살아온 삶에 대한 보상이 강화되어야 하는 시기라는 관점이 일반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 시니어 교육지도자과정 교재 중에서

이 관점이 시니어 교육지도자 과정에서 강사의 자질과도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다. 노인을 바라보는 태도에서 그들의 삶의 경험과 연륜을 존경하는 마음이 바탕이 되어야만 할 것이다. 선생님께서도 강사의 열린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라포르 형성과 공감이 먼저이고, 수업의 스킬은 경험을 쌓으면 자연스레 올라갈 것이다.
수업 중에 몇 가지 교재를 보여주셨는데 어르신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소재와 그림, 자신의 이야기끌어낼 수 있는 책을 골라야 한다고 하셨다. 
 
▲ 시니어 책놀이에 적합한 그림책 어르신들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 구혜은
     
간단한 종이접기도 알려주셨다. 동그랗게 말아 붙인 원형 4개를 딱풀로 이어 붙이고 공중에서 날리면 뱅그르르 돌며 떨어진다.
 
▲ 애벌레 모형 팔랑개비 단순한 모양이지만 떨어지는 모양새가 예쁘다.
ⓒ 구혜은
쉬운 작업이지만 어르신들에겐 어려울 수 있다고 하셨다. 지금의 나에게는 쉬운 일이 20년, 30년 뒤의 나에겐 어려운 일이 될까?
 
▲ 나비모양의 팔랑개비 요건 좀더 난이도가 있지만 떨어지는 모습이 더 예쁘다.
ⓒ 구혜은
 
색종이를 1/4 조각내어 양 끝에 아래 위 가위집을 엇갈려 낸다. 자른 틈 사이로 색종이를 끼우고, 이렇게 만든 두 개의 원을 마주 보고 붙이면 완성이다. 좀 전에 만들었던 애벌레 모형보다 더 이쁘게 팔락이며 떨어진다. 마치 나비 같다. 어르신들은 나풀대며 떨어지는 모습을 보며 즐거워 하신다고 한다. 어르신들의 환한 미소가 그려지는 듯하다.

요양원에 계신 시어머니가 생각났다. 보고 싶었다. 우리 어머니도 이런 활동을 하고 계시겠구나. 자격증 과정을 수료하고 기회가 된다면 춘천 어머님이 계신 곳으로 자원봉사 수업도 꼭 가보고 싶다.

마흔여섯, 아직은 늦지 않은 나이다. 내 가족뿐 아니라 작게나마 사회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수 있는 점 하나를 찍어본다. 

덧붙이는 글 | 개인블로그에 포스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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