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김 여사 특검은 막고, 밥값 낸 내 아내는 재판 끌려다녀"

손국희, 김하나, 김은지 2024. 3. 8.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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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8일 국민의힘 공천을 겨냥해 공세를 폈다. 이 대표는 오전 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 표결이 끝나니 사천(私薦)이라는 여당 공천 본질이 드러나고 있다”며 “김 여사 방탄이 끝났으니 사냥개를 사냥하는 건생구팽”이라고 비난했다. 지난달 29일 김 여사 특검법 재표결이 부결된 이후 일부 여당 현역 의원들이 공천 배제된 것을 겨냥한 발언이다.

이 대표는 또 “여당 공천은 막공천, 막사천이자 용산 눈높이에 맞춘 특권 공천”이라고 날을 세웠다. 반면 ‘친명 횡재, 비명 횡사’ 논란을 빚었던 민주당 공천에 대해서는 “혁신 공천을 넘어선 공천 혁명”이라고 자평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8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에 앞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이후 이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재판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을 찾았다. 그는 “대통령 부인은 주가 조작, 디올백 수수 등 명백한 범죄 혐의가 상당한 증거로 소명되는데도 수사는커녕 특검까지도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막고 있다”고 거듭 김 여사 문제를 거론했다. 이어 “제 아내(김혜경 씨)는 7만 몇천 원 밥값을 대신 냈다는 이상한 혐의로 재판에 끌려다니고, 저도 아무 증거 없이 재판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지난달 14일 김혜경씨가 대선 기간인 2021년 8월 한 식당에서 6명에게 10만 4000원 상당의 식사비를 제공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불구속기소 했다. 이 대표가 언급한 ‘7만 몇천원’은 식사비 중 김씨 본인의 식사비를 제외한 금액이다.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해 “‘기소해서 재판 오래 하면 그 사람 인생 망한다’고 했던 대통령의 말이 기억난다”고 공격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2021년 11월 25일 대학생과의 간담회에서 “여러분이 기소를 당해 법정에서 숙련된 검사를 만나 재판받고, 대법원에서 무죄를 받아도 인생이 절단난다”며 “그래서 함부로 기소하지 않고, 기소할 사안을 봐주지 않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는 “그만큼 검찰의 기소가 공정하고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부겸 전 총리가 2023년 12월 20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오찬을 하기 전 취재진에게 소감을 밝히고 있다. 강정현 기자


한편 이날 민주당이 문재인 정부 마지막 국무총리인 김부겸 전 총리에게 4·10 총선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달라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총리 측은 이날 “공식 제안이 있어 숙고했다”며 “통합과 상생 방안에 대한 전제가 수용되면 맡겠지만, 명분이 없다면 맡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후 김 전 후보 측은 “공식 제안은 없었고, 관련해 논의하고 있지만, 결론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다시 공지했다.

민주당 선대위는 다음 주 중 출범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대위원장 후보로 김 전 총리와 이해찬·정세균 전 국무총리,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이 거론되는데 김 전 총리 측이 고민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이날 김 전 총리 측이 취재진을 대상으로 단체 카톡방을 개설하면서 수용 가능성이 커진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다만, 김 전 총리 측이 통합과 상생 방안을 조건으로 단 것을 두고 “민주당 공천 과정에서 불거진 잡음을 의식했을 것”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이날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영삼 전 대통령 부인 손명순 여사의 빈소를 찾은 김 전 총리는 “(공식 제안은) 아직 없다”며 “당에서 연락이 오면 다음 주 공식적으로 발표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도 “당내에서 논의된 바 없다”고 했다.

김 전 총리는 민주당의 불모지인 TK(경북 상주) 출신으로 1991년 민주당 부대변인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1997년 당시 조순 민주당 총재, 이회창 신한국당 총재의 합당으로 한나라당 당적을 갖기도 했다. 이후 열린우리당 창당에 참여해 민주당에서 정치를 이어갔다.

지난달 21일에는 정 전 총리와 함께 “이재명 대표가 강조한 시스템 공천, 민주적 원칙과 객관성이 훼손되고 있다”고 비판 성명을 내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20일 이 대표와 회동했을 때는 “바깥의 목소리도 좀 진지하게 경청해달라”고 쓴소리를 했다. 그랬던 김 전 총리가 선대위원장직을 고민하는 것을 두고 “총선에 패배할 수 있다는 절박감이 그만큼 크지 않았겠나”(야권 관계자)는 해석이 나왔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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