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헬이 '망쳐놓은' 바이에른 간판스타, 독일 대표팀도 깊은 고민… 크로스 은퇴번복과 키미히 포지션 이동의 상관관계는

김정용 기자 2024. 3. 8.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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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주아 키미히(바이에른뮌헨).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바이에른뮌헨의 최근 헝클어진 선수 운영은 김민재를 비롯한 선수 개개인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다. 바이에른 선수가 주축을 이루는 독일 대표팀 전체가 곤란해졌다. 유로 2024를 홈에서 개최해 놓고 주전급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를 전혀 못 했다.


이번 시즌 바이에른에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 선수가 한둘 아니지만, 가장 심각한 하락세를 겪은 선수는 요주아 키미히가 꼽힌다. 키미히는 미드필더와 라이트백을 두루 소화할 수 있는 선수인데 대표팀 초창기에는 주로 측면수비를 맡았다. 그러다 선배 토니 크로스가 은퇴한 뒤 본격적으로 팀의 핵심이 됐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중원에서 활약했다.


비록 키미히를 주전으로 기용한 독일 대표팀 중원이 잘 작동하진 않았지만, 선수 문제는 아니었다. 바이에른에서는 오랫동안 세계적인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탁월한 경기력을 보였기 때문이다. 2020-2021시즌부터 원래 포지션인 미드필더로 돌아온 키미히는 크로스의 후계자다운 플레이를 꾸준히 해냈다. 크로스와 마찬가지로 신체능력이나 발재간은 그저 그렇지만 정확한 판단과 킥력으로 안정적인 패스를 뿌려주는 능력, 기회가 보이면 날리는 날카로운 오른발 크로스와 중거리 슛이 큰 힘이었다. 2020-2021시즌 바이에른은 독일 분데스리가, 클럽월드컵, 유럽축구연맹(UEFA) 슈퍼컵, 독일축구리그(DFL) 슈퍼컵을 따냈다. 그 다음 시즌에도 키미히의 미드필더로서 경쟁력은 문제가 없었다. 미드필더 키미히를 보좌하는 역할은 레온 고레츠카, 데이비드 알라바, 하비 마르티네스 등이 돌아가며 수행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 도중 투헬 감독이 부임하면서 팀 전체가 전술적으로 혼란을 겪었고, 이번 시즌 키미히가 잔부상 등 컨디션 유지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팀내 영향력이 뚝 떨어졌다. 원래 포백 바로 위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 배치돼도 뛰어난 빌드업과 적절한 수비 위치선정으로 좋은 활약을 해 온 게 키미히였다. 그러나 투헬 감독이 공개적으로 수비형 미드필더 영입을 요구하면서 키미히의 사령관 역하을 불신하는 듯한 기색을 드러내고, 키미히에게 관련 질문이 연일 쏟아지면서 이상징후가 보이기 시작했다.


키미히 자신의 경기력이 서서히 침체에 빠졌고, 지난해 9월에는 독일 대표팀에서 차기 주장이 확실시되던 키미히가 아니라 노장 일카이 귄도간에게 주장직이 돌아갔다.


결국 키미히는 최근 바이에른과 독일 양쪽에서 라이트백으로 포지션이 재이동했는데, 이는 팀의 중심에서 밀려나는 현상에 가깝다. 투헬 감독은 자신이 요구한 수비형 미드필더 영입이 지난여름 아슬아슬하게 무산되고, 1월에 구단이 미온적인 움직임을 보이자, 마치 '난 현 스쿼드로 키미히 중심 중원을 짤 수 없다'는 듯 라이트백으로 이동시켜 기용하기 시작했다. 오히려 전반기에는 지나칠 정도로 키미히의 중원 배치를 고집하면서 콘라트 라이머를 오른쪽에 뒀던 것과 반대 상황이다.


키미히가 처음부터 기대에 못미쳤다면 선수에게 책임을 돌릴 수도 있겠지만, 바이에른 동료 대부분은 감독이 잘 활용했을 때 얼마나 탁월한 선수인지 잘 알고 있다. 부임 직후부터 전술과 선수단 장악 모두 실패를 겪었던 투헬 감독은 가장 중요했던 키미히와의 관계형성에 어려움을 겪은 나머지 결국 자포자기 수준으로 몰린 듯 보인다.


율리안 나겔스만 독일 감독도 키미히를 라이트백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작업을 마쳤다. 토니 크로스가 은퇴를 번복하고 돌아왔다. 라이트백이 아쉬워서가 아니라, 중원의 중심을 잡아줄 선수가 필요해서다. 나겔스만 감독이 유로를 약 9개월 앞두고 급히 지휘봉을 잡은 뒤, 독일 성적은 1승 1무 2패로 형편없다. 한지 플릭 감독 시절의 부진을 털어내지 못했다.


크로스의 파트너가 유력하다고 거론되는 선수는 돌풍의 팀 바이엘04레버쿠젠에서 뛰는 로베르트 안드리히다. 30세 안드리히는 어려서부터 엘리트와 거리가 먼 선수였지만 최근 레버쿠젠에서 보여주는 기량을 통해 국가대표에 뒤늦게 승선했고, 유로 주전 자리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는 키미히, 레온 고레츠카의 기존 바이에른 및 독일 대표팀 중원 구성을 완전히 해체한다는 의미다.


요주아 키미히(바이에른뮌헨). 게티이미지코리아
토마스 투헬 바이에른뮌헨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
율리안 나겔스만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
토니 크로스(독일). 게티이미지코리아

그밖에도 독일의 바이에른 선수들은 입지가 축소되어가고 있다. 만약 독일이 크로스, 귄도안, 안드리히를 중원에 동시 기용할 경우, 2선 자원이 단 2명만 쓰일 수 있다. 이번 시즌 독일 최고 공격형 미드필더 플로리안 비르츠가 한 자리를 맡아뒀기 때문에 바이에른의 자말 무시알라와 리로이 자네는 한 자리를 두고 경쟁해야 한다. 독일 대표팀 베스트 라인업에 공격형 미드필더 1명, 풀백 1명, 그리고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까지 단 3명만 남는 모습이 그려진다. 바이에른의 위상을 생각하면 매우 적은 숫자다.


결국 투헬 감독 아래서 갈피를 잡지 못했던 바이에른의 시즌나기가 나겔스만 감독의 독일 대표팀에까지 독을 퍼뜨리는 셈이다. 레버쿠젠 선수들이 최근 성장세를 통해 독일의 새 주축으로 자리잡아준 건 다행이다. 하지만 기존 바이에른 멤버들이 건재하고 여기에 레버쿠젠 멤버를 더한 게 아니라, 부진한 선수들의 자리를 대체하는 꼴이 되고 있다. 결국 팀 전력은 제자리걸음이다. 지난 두 차례 월드컵 모두 조별리그 탈락에 그쳤던 독일 전력을 생각한다면 제자리걸음으로는 부족하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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