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호 KIA 감독의 짧고 굵은 출사표…"임기 내 우승, 웃음꽃 피는 야구하겠다"
(엑스포츠뉴스 광주, 유준상 기자) 코치로 새 시즌 준비에 돌입했지만, 스프링캠프 도중 중책을 맡았다. 팀의 신뢰 속에서 지휘봉을 잡게 된 이범호 KIA 타이거즈 신임 감독이 선전을 다짐했다.
KIA는 8일 광주광역시 서구에 위치한 '기아 오토랜드 광주' 대강당에서 이범호 감독의 취임식을 개최했다.
이날 취임식에는 KIA 타이거즈 최준영 대표이사와 심재학 단장을 비롯해 선수단, 코칭스태프, 프런트가 참석해 이범호 신임 감독의 취임을 축하했다. 최 대표는 이 감독에게 유니폼과 모자를, 심 단장과 주장 나성범은 축하 꽃다발을 각각 전달했다.
이범호 신임 감독은 2000년 한화 이글스에 입단한 뒤 2010년 일본프로야구(NPB) 소프트뱅크 호크스를 거쳐 2011년 KIA로 이적했다. KBO리그 통산 2001경기 6370타수 1727안타 타율 0.271 329홈런 1127타점 863볼넷 954득점을 기록했다. 특히 역대 통산 만루홈런 1위(17개)로 찬스에 강한 모습을 보였다.
이 신임 감독은 2019년에 선수 생활을 마감한 뒤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코치 연수를 받았으며, 2021시즌 퓨처스 감독을 역임했다. 2022년부터 2년간 1군 타격코치를 맡았고, 선수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등 팀 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던 지도자다.
원래대로라면 올해도 타격코치로 2024시즌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 KIA는 지난 1월 말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김종국 전 감독이 배임수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고, 직무정지에 이어 해임 조치로 김 감독을 내보냈다. 선수들은 사령탑 없이 1차 스프링캠프 장소인 호주 캔버라로 출국해야 했다.
KIA 선수단은 초유의 사태 속에서도 차분한 분위기를 유지했고, 그 사이 심재학 단장을 비롯한 프런트는 사령탑 선임 작업에 돌입했다.
시즌 개막에 앞서 2차 스프링캠프, 시범경기를 치러야 하는 팀 상황을 감안할 때 팀 내부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판단하면서 이범호 당시 감독 후보와 지난달 10일 화상면접을 진행했다. 이후 KIA는 지난달 13일 제11대 감독으로 이범호 1군 타격코치를 선임했다. 세부 내용은 계약 기간 2년, 계약금 3억원, 연봉 3억원 등 총 9억원이다.
변화보다 안정을 택한 구단으로선 선수와 팀을 가장 잘 아는 지도자가 사령탑을 맡길 원했다. KIA 구단은 이번 결정에 대해 “팀 내 퓨처스 감독 및 1군 타격코치를 경험하는 등 팀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가 높다”면서 “선수단을 아우를 수 있는 리더십과 탁월한 소통 능력으로 지금의 팀 분위기를 빠르게 추스를 수 있는 최적임자로 판단해 선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심재학 단장은 지난달 중순 엑스포츠뉴스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지도자로서) 이 감독이 보여준 리더십도 있고, 다소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 그 상황을 가장 잘 알고 또 선수들과의 '케미'를 폭발시킬 수 있는 적임자라고 생각했던 게 중요했다"며 "(평가에 있어서) 선수들을 얼마나 파악하고 있느냐도 매우 중요한 부분 중 하나였고, 선수들과의 관계가 어떤지도 중요했기 때문에 팀에 대한 이해도 같은 게 크게 작용했다"고 얘기했다.
또 심 단장은 "이범호 감독이 선수들의 마음을 잘 아는 것 같다. 코치 시절부터 선수들과 많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고, 또 타격 파트에 대해 어느 정도 확실하게 장단점을 파악하신 것 같더라. 투수 파트 쪽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이라며 "선수들 입장에선 자신의 선배이자 코치였던 사람이 감독으로 선임되면서 빠르게 팀이 안정되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심재학 단장은 "이 감독이 '부족하면 물어볼 것이고, 모르는 건 같이 풀어가겠다'고 표현했다. 솔직히 감독이 모든 걸 다 알 순 없는데, 그때 코치들과 대화하면서 풀어가다 보면 좀 낫지 않나. 그런 면에서 감독님은 열려 있는 분이고, (선수들이나 코치들과) 대화하지 않을까 싶다"고 이 신임 감독의 리더십에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범호 신임 감독이 좋은 평가를 받은 이유는 또 있다. 바로 데이터 활용에 대한 부분이다. 심 단장은 "화상면접 당시 데이터를 어떻게 접목할지 질문을 던졌는데, (이범호 감독이) '데이터를 맹신하진 않더라도 분명히 참고하면서 데이터를 전달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했다.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한다"며 "이제는 데이터가 넘쳐나는 세상 속에서 선수들에게 빠르게, 또 알기 쉽게 알려주는 '코칭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감독님도 같은 생각이었다"고 귀띔했다.
이어 "오히려 너무 많은 데이터를 선수들의 머릿속에 심어주다 보면 선수 입장에선 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데, 감독님이 '데이터를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게끔 만들겠다'고 했다. 그런 점에서 데이터 활용을 매우 잘하실 것 같다"며 "단장이 푸시하는 스타일이라 (전력분석팀이) 힘들긴 할 텐데, 선수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분석 내용을) 비전화시키는 데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감독님이 그걸 잘 캐치해서 자신만의 야구를 보여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혼란스러운 분위기로 스프링캠프를 시작한 선수들은 시즌 준비에만 힘을 쏟을 수 있게 됐고, 이범호 감독 체제로 진행된 일본 오키나와 2차 스프링캠프에서 경기 감각을 끌어올렸다. 총 5차례의 연습경기를 통해 실전 경험을 쌓았다.
KIA는 지난달 25일과 27일 각각 KT 위즈(3-4), 일본프로야구 아쿠르트 스왈로스(1-5)를 상대로 패배한 뒤 28일 롯데 자이언츠전(3-0), 3월 3일 롯데전(7-6), 4일 KT전(1-0) 승리로 3연승을 달렸다. KIA의 스프링캠프 연습경기 최종 성적은 3승2패.
취임식에 참석한 최준영 대표이사는 "오늘(8일) 우리는 KIA 타이거즈 11대 감독으로 취임하게 된 이범호 감독님을 축하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 아울러 모든 팀 구성원들이 모여 올 시즌에 대한 각오를 다지는 자리이기도 하다"며 "최근 몇 년간 우리 팀은 팬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아쉬운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더 높은 곳을 향해 도약해야 할 시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대표는 "빚고을 호랑이들의 위용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다. 야구명가 재건이라는 사명을 갖고 새롭게 모신 이범호 감독님부터 코칭스태프, 선수단, 프런트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며 "이범호 감독님이 선임된 후 다소 경험이 부족하지 않냐는 우려의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이범호 감독님만큼 우리 팀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선수들과의 소통 능력이 뛰어난 지도자는 없다고 생각해 타이거즈 감독이라는 중책을 맡기게 됐다. 감독으로서 뛰어난 역량을 발휘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지난 겨울, 호주프로야구(ABL)에 젊은 선수들을 파견하고 코칭스태프 전략 세미나를 실시하는 등 팀 전력 강화를 위한 적극적인 활동을 펼쳤다. 또 트레이닝 파트 확대 및 국제파트 신설 등 전문 파트 역량 강화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하게 보낸 비시즌이었다"며 "올핸 10개 구단 전력이 평준화돼 더 치열한 순위 경쟁이 예상된다. 모쪼록 이범호 감독님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서 올가을엔 KIA 타이거즈가 기필코 팬과 함께 정상에서 웃을 수 있길 기대한다. 이범호 감독님과 함께 팬들께 즐거움을 드리는 야구, 다시 찾고 싶은 챔피언스필드를 만들어가겠다. 우리의 저력을 믿고 전력을 다해 올 시즌 파이팅해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범호 신임 감독은 취임사를 통해 "KIA 타이거즈는 한국시리즈에 11번 진출해 단 한 번의 패배도 없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불패의 구단이다. 또한 전국적으로 팬덤이 가장 두터운 인기 구단이기도 하다. 이런 최고의 명문구단 사령탑에 오르게 돼 크나큰 영광"이라며 "한편으로는 다시 한 번 KIA 타이거즈가 정상에서 팬들께 기쁨을 선사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선수들을 위해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싶은 것이 사령탑의 생각이다. 이 감독은 "감독으로서 추구하고 싶은 야구는 바로 '웃음꽃 피는 야구'다. 선수들이 항상 웃으면서 그라운드에서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웃음꽃 피는 분위기를 만들겠다"며 "'이건 안 돼, 저건 안 돼'보다는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봐'라는 긍정의 에너지를 전하겠다. 감독으로서 우리 팀이 이뤄내야 할 목표에 대해 명확히 제시하고, 그 목표 아래에서 선수들이 마음껏 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감독은 "선수들이 팬들께 그라운드에서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이건 프로야구 선수로서 기본이자 당연한 의무이기도 하다. 그리고 야구장을 찾은 팬들께 이기는 경기로 보답하겠다"며 "2011년 처음으로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이 팀에 몸담은 지 어느덧 14년째가 됐다. 그동안 선수와 코치로서 우리 선수들과 수많은 경기에서 호흡을 맞춰왔다. 그만큼 우리 팀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고, 필요한 게 무엇인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자신한다. 우리 선수들의 능력을 믿는다"고 전했다.
선수들에 대한 당부의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이범호 감독은 "프로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결과가 좋아야만 한다. 승리보다 뛰어난 팬서비스는 없다. 구단의 캐치프레이즈처럼 그라운드에서 압도할 수 있도록 각자 몸을 잘 만들어주길 바란다. 또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자기 관리에도 신경 써 주길 당부한다. 감독인 나부터 솔선수범하겠다"고 다짐했다.
끝으로 이 감독은 "감독의 기회를 주신 구단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임기 내 반드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겠다. 2024시즌의 KIA 타이거즈 많이 기대해주시고, 언제 어디서나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약속했다.
사진=광주, 김한준 기자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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