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연재에 "성적 조작 수혜자"…명예훼손 고소 당한 댓글의 반전
리듬체조 국가대표 출신 손연재의 명예훼손 사건을 둘러싸고, 죄 성립 여부를 판단할 때 댓글 일부가 아닌 전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손연재 관련 기사에 댓글을 달았다가 검찰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A씨가 청구한 헌법소원을 인용했다.
A씨는 지난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선수단 귀국 당시 ‘손연재 “메달 딴 선수들 대단하고 존경스럽다”’는 제목의 인터넷 기사에 “비네르 사단 성적 조작 수혜자가”라는 문구가 포함된 댓글을 단 혐의를 받는다.
2022년 손연재는 A씨를 포함해 악성 댓글 360여건의 작성자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고, 검찰은 A씨를 기소유예 처분했다. 기소유예는 혐의는 인정하지만 재판에는 넘기지는 않는 처분이다.
그러나 문제가 된 내용은 A씨가 단 댓글의 일부로, 전문을 보면 내용이 달랐다. 그는 “비네르 사단 성적 조작 수혜자가 손연재라고 치자. B선수도 러시아에 유학 갔는데 왜 성적이 그따위였지? 비네르가 그렇게 전지전능하다면 왜 그 선수 결선 진출도 못 시켜줬는지”라고 썼다. 결론적으로 손연재를 옹호하는 취지의 댓글이었던 셈이다.
A씨는 수사기관에 “댓글 전체 내용을 봐달라”고 호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A씨는 이는 발췌 내용만으로 기소유예 처분한 것은 자의적 검찰권 행사라며 헌법소원을 냈고,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A씨의 청구를 인용했다.
헌재는 “A씨가 댓글을 단 기사는 올림픽 종료 후 대표선수들의 귀국 기자회견 내용으로, 당시 댓글을 통해 고소인에 대한 응원과 비판이 논쟁적으로 이루어지던 상황이었다”며 “A씨는 댓글을 통해 고소인을 응원하는 맥락에서 일부 표현을 사용한 것”이라고 봤다.
아울러 “피청구인은 댓글의 전문 등에 대해 충분히 수사하지 않은 채 발췌돼 송치된 일부 표현만을 근거로 ‘고소인을 비방할 목적’이 인정된다고 판단해 이 사건 기소유예 처분에 이르렀다”며 “이는 현저한 수사미진 및 중대한 법리오해의 잘못에 터 잡아 이뤄진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라며 처분을 취소했다.
이번 결정은 댓글의 명예훼손 여부를 판단할 때 뉴스의 내용, 작성 당시 관련 댓글들의 상황, 해당 댓글의 전문을 종합적으로 확인해야 한다는 점을 최초로 판시한 결정이다.
최서인 기자 choi.seo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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