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군단 지휘봉 잡은 '꽃범호'의 취임일성은 "웃음꽃 피는 야구"
이범호(43) KIA 타이거즈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지 한 달 여만에 취임식을 가졌다. '꽃범호'란 별명으로 불렸던 이 감독은 '웃음꽃 피는 야구'를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KIA는 8일 광주 기아 오토랜드 대강당에서 이범호 제11대 감독 취임식을 열었다. 이범호 감독은 지난달 13일 선임됐으나, 호주 스프링캠프 기간이라 뒤늦게 취임식이 열렸다. 지난 6일 일본 오키나와에서 2차 캠프를 마치고 돌아온 선수단과 코칭스태프가 이범호 감독을 축하하기 위해 취임식에 참석했다.
이범호 감독은 "KIA 타이거즈는 한국시리즈에 열 한 번 진출해 단 한 번의 패배도 없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불패의 구단이다. 전국적으로 팬덤이 가장 두터운 인기구단이기도 하다. 이런 명문 구단 사령탑에 오르게 돼 영광이다. KIA가 다시 한번 정상에서 팬들에게 기쁨을 선사해 드려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2000년 한화 이글스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이 감독은 2010년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를 거쳐 2011년 KIA로 이적했다. 그리고 2019년 은퇴한 이후 지도자 연수를 받고, 퓨처스(2군) 감독과 1군 타격코치를 역임했다. 이범호 감독은 최연소 사령탑이자 최초의 80년대생 감독이 됐다.
최준영 대표이사는 "경험이 부족하지 않느냐는 우려를 많이 들었다. 그러나 이범호 감독만큼 우리 선수들을 잘 알고, 선수들과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팀을 잘 이끌어주리라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고 환영사를 전했다. 이어 "올해 10개 구단 전력이 평준화되어 치열한 순위 경쟁이 예상된다. 이범호 감독님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팬과 함께 정상에서 웃길 바란다. 저를 비롯한 구단 프런트가 선수단이 최고의 경기력을 선보일 수 있게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전날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 감독실을 처음으로 들어갔다. 9일 시범경기 개막을 앞둔 이범호 감독은 "취임식을 했지만 경기장에 들어가보면 더욱 느낌이 올 것 같다. 수비 위치와 타순을 정해야 하니까 실감이 난다"며 "감독실에 타순을 전달하러 들어간 적이 있지만. 혼자 앉아 있으니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힘들고 외로운 자리일 수 있겠다'란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이범호 감독은 선임 후 김기태 전 KIA 감독에게 제일 먼저 전화를 했다. 이 감독은 "내가 첫 번째 우승할 때 감독님이셨고, KIA가 가장 최근 정상에 있을 때 감독으로서 내가 함께 했던 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으로는 선수 생활하면서 다리나 몸 상태가 안 좋았을 때도 저를 믿어주시고 빠르게 뛰지 못해도 괜찮다고 해주셨다"고 떠올렸다.
이범호 감독은 "축하 메시지를 감독님이 보내주셔서 전화를 드렸다. KIA에서 현역 생활 하면서 본받고 싶은 분이기도 했다. 선견지명이 있으신지 '나중에 (내가 감독을)한 번 할 거란 말씀을 하셨다. (통화를 하면서)'내가 말했잖아'라고도 하셨다"고 웃었다. 이어 "건강이 안 좋으시다고 하셨는데 괜찮아지셨으면 한다. 자주 전화드리고 생각하시는 부분이 있으면 많이 배우려고 한다"고 했다.
이범호 감독은 선수들을 편하게 대할 생각이다. 이 감독은 "플레이하는 것에서만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 경기에 뛰기 위한 준비는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배려하려고 한다. 라커룸 안에서 쉬고 놀라는 건 아니고, 우리 선수들도 그런 걸 이용하지 않을 거란 걸 안다"고 믿음을 표현했다.
개막전 엔트리 구상은 거의 끝나가고 있다. 시범경기에선 백업, 1루수, 포수를 체크할 예정이다. 이범호 감독은 "1루 수비 관련해 문제가 없다면 이우성이 제일 앞서 있다. 다만 수비를 많이 안 했고, 우리 야구장에서는 처음이다. 어떤 플레이들을 하는지를 점검한다. 황대인은 워낙 1루에서 많이 뛰었다. 2군 캠프 경기 모습이 좋았다. 변우혁도 모자란 부분을 채워가는 게 보인다. 시범경기에선 돌아가면서 나간다"고 했다.
김태군, 한승택, 주효상, 한준수가 나설 안방은 경쟁이 불가피하다. 이 감독은 "김태군은 외국인 투수와 계속 호흡 맞춰왔다. 태군이가 선발로 나서면 수비에 무게를 두고, 그렇지 않을 땐 공격적인 부분을 염두에 둔 기용을 하려고 한다. 포수 4명에게 모두 비슷하게 주어질 것이다. 장단점은 알고 있다"고 했다.
지난 시즌 막판 부상을 입은 김도영은 개막전 준비를 착착 하고 있다. 이범호 감독은 "시범경기도 나간다. 초반에 나갈지 5회 이후 나갈지는 안 정했지만, 조금씩 출전 시간을 늘려갈 생각이다. 타격 훈련도 했고, 오키나와에서 라이브 배팅도 했다. 경기 출전에 무리가 없다고 트레이닝 파트에서도 판단했다. 내가 봤을 때도 공격과 수비 모두 부담스럽지 않아 보였다. 개막전에 맞춘다"고 했다.
KIA는 윌 크로우, 제임스 네일 두 명의 외국인투수를 영입했다. 지난해 선발진을 책임진 왼손 트리오 양현종, 이의리, 윤영철도 건재하다. 다만 로테이션 순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특히 양현종의 경우 최근 개막 2연전 상대인 키움 히어로즈엔 강했으나, 다음 3연전 상대인 롯데 자이언츠전에선 다소 아쉬운 성적을 냈다. 이의리는 반대로 롯데전에선 평균자책점 2.17이었으나 키움전에선 4.53을 기록했다.
이범호 감독은 "투수들은 확실히 어느 팀을 상대하는 걸 선호하는 부분이 있다. 거기에 맞게끔 선택해야 할 거 같다. 어떤 팀에 좋았는지를 볼 것이다. 시범경기를 하면서 빨리 올라오는 선수는 빨리 진행시키겠지만, 페넌트레이스가 길기 때문에 개막이 지나서 맞출 수 있는 선수도 있을 수 있다. 아직 100% 정해진 건 아니라 말씀드리기는 어렵다. 다만 데이터적으로 그 팀에 강했다면 그런 부분은 맞춰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크로우와 네일에 대해선 "캠프에서 많은 모습을 보여줬다. 호주와 오키나와에서 던졌을 때 선수들이 가진 능력치의 90%는 나오지 않았나 싶다. 우리나라 마운드에서 던져서 10%를 채우면 된다. 구위도 좋고, 마인드나 생각도 좋다. 우리 팀과 잘 맞는 거 같다. 광주 집, 라커룸, 편의시설 등도 마음에 들어한다"고 했다.
KIA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LA 다저스와 경기를 치르는 팀 코리아에 3명의 선수(정해영·이의리·최지민)가 발탁됐다. 이범호 감독은 "더 잘됐다고 생각한다. 고척돔은 춥지 않다. 1이닝이든 2이닝이든 추운 데서 던지는 것보다 좋다. 투구수도 많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야수는 전력으로 플레이하는 게 우려도 되지만 투수는 따뜻한 곳에서 던질 수 있어서 시범경기보다는 대표팀에 며칠 있는 게 더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광주=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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