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컴백” 외친 바이든, 낙태·이민·중국 등 언급
2기 청사진 제시하며 지지 호소
외신들 “강력한 연설” 평가 잇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밤 국정연설에서 “미국이 가장 위대한 컴백 스토리를 쓰고 있다”고 자신의 집권 1기 성과를 자평했다. 오는 11월 대선 도전에 나선 그는 집권 2기 청사진도 제시하며 차별점을 부각,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1시간9분 간의 국정연설을 진행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미국 사회 최대 화두인 낙태와 불법 이민자 문제 등 임기 내 정책 과제이자 사실상의 대선 공약을 제시했다. 중국과의 관계 설정,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주요 대외적 현안도 설명했다.
고령논란을 의식한듯 평소에 잘 드러내지 않던 강한 어조로 광범위한 정책 의제를 아우르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하고 자신의 정책 비전을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수많은 도시와 마을에서 미국인들은 전에 듣지 못한 가장 위대한 컴백 스토리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컴백은 미국인의 가능성의 미래, 중산층으로부터의 경제, 하향식이 아닌 상향식 경제를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언급한 ‘위대한 컴백’은 오는 11월 대선에서 재대결이 확정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구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집권 1기에서 이미 위대한 성과를 이뤄냈다는 의미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대기업과 매우 부유한 사람들이 최종적으로 정당한 몫을 지불하도록 하겠다”며 “연방 적자를 3조 달러(약 3985조원) 더 줄이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현재 15%인 법인세 최저세율을 21%로 인상하겠다고 약속했다. 핵심 지지층인 중산층의 표심에 호소하는 진보 성향 정책을 드러낸 것이다.
대선의 핵심 쟁점으로 꼽히는 낙태 문제와 관련해선 대해선 임신 6개월까지 낙태권을 인정했던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을 회복하겠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인들이 만약 내게 ‘선택의 권리’를 지지하는 의회를 만들어 준다면 나는 ‘로 대 웨이드’를 이 땅의 법률로서 회복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불법 이민자 문제와 관련해선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해 “불법 이민자 유입을 줄이는 국경통제 강화 법안이 반대표로 인해 의회에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며 “전임자(트럼프)가 공화당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이 법안을 저지할 것을 요구했다고 들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전임자로 지칭하며 강력한 톤으로 성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나는 이민자들을 악마화하지 않는 것은 물론 가족 구성원을 떼어 놓지도 않을 것”이라며 기존의 유화적인 정책 방향을 강조했다.
아울러 중국 관계에 대해선 “중국과의 경쟁을 원하지 분쟁을 원하지 않는다”며 “중국의 불공정한 경제 관행에 맞서고 있으며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을 지킬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태평양에서 인도, 호주, 일본, 한국, 도서국 등과 동맹과 파트너십을 재활성화했다”며 “내가 취임한 뒤 미국의 국민총생산(GDP)은 증가했고 중국과의 무역 적자는 10년 만에 최저치로 줄었다”고 돌아봤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대해선 민간인 보호를 강조하면서 휴전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무고한 민간인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다”며 “민간인 사망자 대부분은 하마스가 아니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는 최소 6주간 지속될 즉각적인 휴전을 위해 쉼 없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대전 도전에 가장 큰 리스크로 거론되는 고령 논란을 불식하는 데에도 주력했다. 특유의 농담과 애드리브를 섞어가는 등 건장함을 과시하고자 이전 연설보다 강력한 톤으로 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분노의(fiery) 바이든이 공화당을 겨누고 재선 도전을 선언했다”고 평가했다. CNN은 “트럼프를 겨냥한 가장 정치적인 국정 연설”이라고 총평했다. 뉴욕타임스도 “혈기왕성한 연설이었다”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 전후로 수십개의 게시글을 올리면서 맹비난했다. 그는 연설이 끝난 뒤 SNS에 “가장 분노했고 가장 동정심이 들지 않는 최악의 연두교서”라며 “우리나라에 부끄러운 일”이라고 적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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