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과 함께 거제 이수도 당일치기 여행

이명화 2024. 3. 8.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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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화 기자]

▲ 이수도 섬여행
ⓒ 이명화
엄마의 여든 여섯 번째 생일이 다가오는 토요일이다. 형제들이 함께 모인다면 참 좋겠지만 다들 시간 맞추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7일 미리 다녀왔다. 아침 일찍 집에서 출발했는데 먹구름이 잔뜩 끼어 조금 을씨년스러웠다. 
맑은 날이면 참 좋겠는데 생각하며 운전대를 잡고 "해야~ 솟아라~ 먹구름아 물러가라" 이따금 하늘을 쳐다보며 말했다. 한참 가다 보니 거짓말처럼 먹구름을 뚫고 해가 살짝 얼굴을 내밀었다. 다시 구름이 덮히고 해가 나오기를 반복하더니 거가대교를 건너갈 때쯤 먹구름이 점점 사라지고 햇살이 비쳤다. 너도 내 마음 아는 거니? 고맙다.
     
▲ 이수도 섬여행
ⓒ 이명화
         
거제도 부모님 집에 도착하니 오전 9시가 조금 넘었다. 부모님은 우리가 오기까지 아침 식사도 하지 않으시고 기다리고 계셨다. 남편이 좋아하는 엄마표 된장국과 함께 아침을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생일 케이크를 올려놓고 생일 축하 노래도 불러 드렸다.
부모님과 함께 바람도 쐴 겸 밖으로 나왔다. 어디로 갈까 궁리 끝에, 지척에 있는데도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이수도'에 가 보기로 했다. 집을 나와 15분 거리쯤 될까, 시방마을로 접어들었다. 많이 변해 있었다. 시방마을은 매미성과도 가깝고 바다 건너편에 이수도가 마주 보였다. 이수도 행 도선을 타기 위해 마을 선착장에 주차 한 뒤 작고 한적한 매표소에서 표를 끊었다(1인당 왕복 8천 원).
    
▲ 섬여행 이수도
ⓒ 이명화
      
▲ 이수도 섬여행
ⓒ 이명화
     
거제시 장목면 시방리에서 동쪽으로 600미터 해상에 위치한 이수도는 면적이 0.399제곱미터, 해안선 길이가 3.7km의 작은 섬으로 시방 선착장에서 도선으로약 10분 정도의 거리에 있었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섬의 모양이 마치 학이나 오리가 나는 듯한 형상을 하고 있어서 옛날부터 이곳을 '새섬' '학섬'이라 했다. 또 물이 좋다고 해서 '이물섬'이라고도 불렀다고 한다. 또 돈이 많아 '돈섬'이라고도 했다고 한다.

이수도행 도선은 10분도 채 안돼서 배가 들어왔고, 우린 배에 올랐다. 출발하기 전에 매표소 직원이 선착장에 잠시 나왔는데, 우리 일행 외엔 아무도 없는 걸 보고 '배 전세 내셨는데요!" 하고 말했다. 배가 곧 출발했고 파도를 가르며 이수도로 향했다.
    
▲ 섬여행 이수도
ⓒ 이명화
   
이수도로 가면 동안 부모님은 오래 된 기억을 더듬어 얘기를 꺼내셨다. 알고 보니 부모님에겐 추억이 있는 장소였다. 엄마는 소싯적에, 이수도까지 가서 나무를 심어야 했던 적이 있는데 그때 처음 가 보았고 그 뒤로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어떻게 어릴 때 그런 일을 했을까 싶다. 

아버지는 일곱 식구 먹여 살리느라 몸을 사리지 않던 시절, 보리 수확하는 탈곡기가 있었는데, 우리 보리 타작은 물론이고 그때 방앗간까지 가지 못하는 사람들을 일부러 찾아다니며 보리 타작을 해줬다고 했다. 

그 시절에 이수도에서도 요청이 있어 무거운 탈곡기를 짊어지고 바다를 건너가 보리 타작을 해주었던 적이 있다고 하셨다. 우리 마을 언덕배기에 있던 보리밭에서 늦은 저녁까지 보리 타작 하던 아버지 모습이 어렴풋이 생각났다. 지금 여든 아홉이 되신 아버지는 "그땐 힘도 참 좋았는데…" 하고 말씀하신다.
    
▲ 섬여행 이수도
ⓒ 이명화
   
▲ 섬여행 이수도
ⓒ 이명화
   
어쩌다 보니 지척에 있는데도 엄마는 어렸을 적에, 그리고 아버지에겐 한창 젊었을 적에(40대나 됐을까) 가 본 적이 있는 추억(?) 여행이 되었다. 우리 부부에게는 처음 방문이고. 파도를가르며 이수도로 향하던 배는 금방 도착했다. 10분도 채 안 걸리는 시간이었다.

선착장에 내리자마자 섬의 고요한 활기가 느껴졌다. 선착장에서 바라보는 바다 빛이 참 고왔다. 이수도 마을의 주택은 대부분 산 중턱에 앉아 있었고 펜션과 민박집들이 즐비했다. 

이수도 같은 이런 섬엔 우리처럼 즉흥적으로 오는 것보다, 적어도 일박 하는 사람들이 많이 올 것 같다. 하지만 섬 탐방은 두세 시간이면넉넉히 돌아볼 수 있다. 조금만 일찍 온다면 시방마을 옆 매미성도 둘러보고 도선 타고 당일 섬 여행도 좋을 것 같다. 
   
▲ 이수도 섬여행
ⓒ 이명화
     
좁은 골목길엔 벽화가 그려져 있어서 마치 통영의 동피랑을 닮은 듯하고, 부산 영도의 문화마을을 생각하게 했다. 인적이 뜸한 골목 골목마다 벽화가 그려져 있어 화사했고 마치 동화의 나라에 온 것 같기도 했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 계속해서 언덕길을 오르다 보니 마을의 맨 꼭대기에는 마을과 바다를 한눈에 내려다보는 작고 아담한 '이수도 교회'가 있었다. 
이수도 교회엔 문이 잠겨 있지 않아 잠시 교회 안에 들어가보고 앉아 손을 잠시 모으고 나왔다. 언덕길 오르느라 숨찬 부모님 때문에 작은 마당에 있는 벤치에 앉아 잠시 쉬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이수도 마을과 바다 건너편 시방마을, 그리고 그 옆에 매미성도 보였다. 다시 언덕길을 천천히 올라가는 길은 계속 이어졌다.
    
▲ 섬여행 전망대
ⓒ 이명화
      
반전이다. 막상 언덕길을 한참 더 올라가보니 선착장에서 바라보았던 이수도 마을은 작은 섬 마을인 줄 알았는데, 그 뒤로 보이는 면적은 훨씬 넓었다. 앞서 보았던 사람 사는 마을 풍경은 조용하면서도 활기가 느껴진 반면, 붉은 황토 흙으로 된 제법 넓게 펼쳐진 언덕 길과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은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마치 오래 전 본 영화 <서편제>의 한 장면을 연상케 했다. 
햇살도 환한 길을 한참 걷다 보니, 마을 뒷태가 점점 드러났고 바다가 가까울 수록 바람이 높았다. 높은 전망대까지 올라가니 거가대교도 보이고 부산 가덕도 연대봉도 가깝게 보였다. 저만치 아래 쪽엔 출렁 다리도 보였지만 연로하신 부모님을 모시고 제법 언덕진 길을 따라 올라왔기에 더는 모험을 할 수 없었다. 다음엔 좀 더 넉넉하게 돌아보자고 여지를 남겨두고서 돌아섰다.
    
▲ 섬여행 이수도
ⓒ 이명화
   
▲ 이수도 이수도로 데려다 주는 도선
ⓒ 이명화
   
우리가 올라 왔던 길을 버리고 반대쪽 해안 산책로를 따라 내려 걸어서 다시 선착장까지 닿았다. 오는 동안 해안산책 길엔 소나무 숲이 울창했고 끊임없이 바위에 부서지는 하얀 물보라와 파도소리를 노래 삼아 걸을 수 있었다. 해송들은 바닷바람에도 끄떡없이 건강하고 짙푸르렀다. 섬 구석구석에 발길 닿진 못했지만 그래도 이수도 섬을 한바퀴 빙 둘러본 셈이었다. 

무턱대고 온 짧은 여행이라 아무 준비 없이 왔지만, 부모님이 참 좋아하신다. 부모님이 조금이라도 건강하시고 걸어 다닐 수 있을 때, 가끔 거제도에 있는 섬들을 함께 다녀봐야겠다. 

생각해보면 거제도엔 섬도 많다. 이수도를 비롯해 소매물도, 대매물도, 외도, 내도, 지심도, 산달도, 등등 약 73개의 부속섬(유인도 10개, 무인도 63개)이 있어 다도해라 부르기도 한다. 꽉 찬 하루, 행복한 시간이어서 집으로 되돌아오는 길이 참 흐뭇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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