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야마 아키라 사망…‘드래곤볼’ 아버지 영원한 별로

일본 만화가 토리야마 아키라가 유명을 달리했다. 토리야마 아키라 인스타그램

만화 ‘드래곤볼’과 ‘닥터 슬럼프’로 친숙한 일본 작가 토리야마 아키라가 세상을 떠났다. 향년 68세.

8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토리야마 아키라는 지난 1일 급성 경막하 출혈로 사망했다. 장례는 가까운 가족과 지인만 모여 치른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주간지 소년 점프 편집부는 공식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고 “토리야마 아키라가 그린 만화는 전 세계에서 사랑받았으며, 매력 넘치는 캐릭터들과 압도적인 디자인 센스는 수많은 만화가와 창작자에게 큰 영향을 끼쳐왔다”며 애도했다.

드래곤볼의 공식 X(옛 트위터) 계정에도 “고인이 착수한 일도 많고 아직 이루고 싶은 일들도 있었을 것이기에 유감”이라면서 “토리야마 아키라가 만든 유일무이한 작품 세계가 여러분에게 사랑받길 바란다”고 했다.

고인이 그린 ‘드래곤볼’은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에서 인기였다. 토리야마 아키라 인스타그램

‘드래곤볼’의 아버지, 영면에 들다

1955년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에서 태어난 고인은 1978년 소년 점프에 데뷔작 ‘원더 아일랜드’를 내며 만화가 생활을 시작했다. 첫 장편 작품은 ‘닥터 슬럼프’다. 발랄한 캐릭터와 유쾌한 내용이 어우러진 코미디 만화로, 연재 당시 인기를 얻어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졌다. 

고인을 세계적인 만화가 반열에 오르게 한 건 ‘닥터 슬럼프’ 차기작 ‘드래곤볼’이다. ‘드래곤볼’은 일본 소년만화의 상징으로도 꼽힌다. 본편이 연재되던 당시에는 소년점프 최초로 1억부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 전 세계 판매 부수만 3억부를 훌쩍 넘길 정도다. 

1990년대 연재작이지만 인기는 현재진행형이다. 만화 세계관에 기반을 두고 극장판 애니메이션과 게임, 캐릭터 MD 등으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2019년에는 드래곤볼 IP 전체 매출이 1349억엔(약 1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해에는 프랑스 문화부에게 예술문화훈장을 받았다. 프랑스는 일본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드래곤볼’이 가장 많이 팔린 나라다. 2021년에는 TV 아사히가 일본인 15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일본 만화 인기투표에서 5위에 이름 올렸다. 

토리야마 아키라 인스타그램

슬픔 빠진 日 만화계… ‘원피스’·‘나루토’ 작가들도 추모

갑작스러운 부고에 일본의 만화·애니메이션 업계 역시 큰 충격에 휩싸였다. 인기 게임 드래곤 퀘스트의 디자인을 맡고 있는 호리이 유지는 “토리야마 아키라는 오랜 동료였다”며 “더 이상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비통해했다. 고인은 과거 호리이 유지와 함께 드래곤 퀘스트의 일러스트를 작업했다.

생전 고인과 인연이 깊던 후배 만화가들도 애도의 글을 올렸다. ‘아이즈’ 작가 카츠라 마사카즈는 고인과 추억을 되짚으며 “위대한 만화가보다 친구 같던 사람을 잃어 마음속 깊이 괴롭다”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원피스’를 그린 오다 에이치로는 “어릴 때부터 정말 동경했다. 내 이름을 처음 불러준 날도 기억하고 있다”면서 “만화를 읽으면 바보가 된다는 시대로부터 배턴을 받아 모두가 만화를 읽고 즐기는 시대를 만든 사람이자, 만화가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는 꿈을 보여준 분”이라며 서글퍼했다. ‘나루토’ 작가 키시모토 마사시는 “‘닥터 슬럼프’·‘드래곤볼’과 함께 자라오며 선생님 같은 만화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키웠다”면서 “동경이자 구원이며 동시에 만화의 신이던 분”이라며 고인을 추모했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