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계]한국형 전투기 ‘심장’ 국산화의 조건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한국형 전투기 'KF-21'의 엔진 국산화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자주 들린다.
KF-21에 쓰이는 엔진은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에서 개발한 'F414-400k'라는 모델로, 미 해군이 항공모함 함재기로 사용하는 FA-18E/F 슈퍼호넷 전투기에 쓰이는 것과 거의 같은 것이다.
항공기 엔진, 특히 전투기 엔진 개발은 정밀 공학의 산물이다.
KF-21 엔진 성능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것을 지금에야 개발하고 있는 셈이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국형 전투기 ‘KF-21’의 엔진 국산화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자주 들린다. 항공기 전체 시스템은 우리가 개발했는데, 엔진은 수입에 의존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엔진도 국내에서 만들고 있기는 하다. KF-21에 쓰이는 엔진은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에서 개발한 ‘F414-400k’라는 모델로, 미 해군이 항공모함 함재기로 사용하는 FA-18E/F 슈퍼호넷 전투기에 쓰이는 것과 거의 같은 것이다. 이를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에서 라이선스 방식으로 생산하고 있다.
물론 면허 생산만 하는 현 상황은 빠르게 벗어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그 일이 쉽지 않다. 항공기 엔진, 특히 전투기 엔진 개발은 정밀 공학의 산물이다. 항공기의 엔진, 특히 전투기 등에 사용하는 가스터빈 엔진은 극도의 고온, 고압 환경에 노출된다. 앞쪽에서 ‘터빈’을 회전시켜 공기를 빨아들이고, 여기에 연료를 섞어 불을 붙인 다음 발생하는 가스를 고압으로 뿜어내면서 하늘을 난다. 전투기의 경우 고속 기동을 하기 위해 한 번 연소해 나온 배기가스에 다시 연료를 쏟아 넣고 불을 붙여 추진력을 50% 이상 높이는 ‘애프터 버너(After Burner)’ 기능도 필요한데, 이때는 불꽃 온도만 섭씨 2000도 가까이 치솟는다. 당연히 엔진 수명이 삽시간에 깎여나간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고도의 소재 기술이 필요하다. 첨단엔진 개발을 위한 소재는 60여 종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독자적으로 엔진을 개발하려면 이런 소재부터 자체 개발해야 하고, 거기에 맞는 설계, 주조, 단조, 코팅, 용접 등 다양한 가공 기술도 궁리해야 한다. 국내에서 이런 연구를 하는 곳은 손에 꼽는다. 국방과학연구소,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 국책연구기관 정도이며, 민간 기업 중에는 한화가 대표적이다.
연구자들의 당면 목표는 마땅히 ‘KF-21’ 엔진의 국산화일 것이다. 그런데 갈 길이 멀다. KF-21에 들어가는 F414-400k 엔진의 추력은 2만2000lbf(파운드힘·추력 단위)로, 이것을 두 개 사용해 총 4만4000lbf의 힘을 낸다. 그런데 현재 국내에서 연구 중인 가스터빈 항공 엔진은 방위사업청이 주도하고 있는 5500lbf급 엔진이 유일하다. KF-21 엔진 성능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것을 지금에야 개발하고 있는 셈이다. 미래 전장은 ‘무인기’가 대세가 될 것으로 보이며, 필요한 엔진 추력은 1만 lbf 이상으로 예상된다. 그러니 우선 다양한 무인기에 두루 적용 가능한 1만5000lbf 급 엔진 개발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다음 이를 바탕으로 성능을 꾸준히 높이면 KF-21에도 적용할 수 있는, 2만2000lbf 이상의 고성능 엔진 개발이 가능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간과해선 안 되는 점이 있다. 바로 내구성이다. 러시아나 중국 등 공산권 국가에서도 항공기 엔진을 만들 수는 있다. 하지만 ‘상품성 있는 엔진’을 만들 수 있는 곳은 미국 GE와 프랫&휘트니(P&W), 영국의 롤스로이스 등 3개 회사 정도로 압축된다. 전투기 엔진의 경우 러시아나 중국 등이 만든 것은 사용 시간이 1000시간 남짓인 데 비해, 미-영 3사의 제품은 4000시간 이상, 최대 6000시에 달한다. 보통 전투기의 수명은 30년가량 운영 시 7000~8000시간 비행이 이뤄진다. 즉 공산권에서 만든 전투기는 수시로 엔진을 교체해야 하므로 수출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형 전투기도 세계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려면 이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 시간이 좀 더 걸릴지라도 지금은 기초 소재 기술 개발에 더 많은 공을 들여야 할 때다. 그래야 진정한 항공기술 자립을 이뤄낼 수 있다.
전승민 과학기술 전문 저술가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31일간 '빅맥'만 썩지 않았다…햄버거 회사가 답한 그 이유[햄버거 썩히기]④ - 아시아경제
- 4년간 女 5명과 결혼·동거…"드라마도 이렇게 못 써" - 아시아경제
- 라면·김밥 주문 후 동전 세더니 '주문 취소'한 모자…"대신 계산했는데 오지랖인가요?" - 아시아
- "靑 가면 죽는다 경고했는데 가겠나"…명태균 녹취파일 추가 공개한 민주당 - 아시아경제
- 이혼 전문 변호사 "율희, 양육권 소송 승산 있다" - 아시아경제
- "설거지·가사도우미로 月160만원 벌며 살아보니" 최강희 고백 눈길 - 아시아경제
- '트럼프 측근' 된 머스크, 美 대선으로 29조원 벌어 - 아시아경제
- '소녀상 모욕' 美유튜버 "내 사과 받아달라" 태도 돌변 - 아시아경제
- "짐 싸 캐나다 간다" 해리스 지지층 '캐나다 이주' 검색량 급증 - 아시아경제
- "감옥 보내고 수백만명 구하자"…北 대표부 건물에 걸린 '죄수 김정은' -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