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심 부족' GS, 두 시즌 연속 봄 배구 탈락

양형석 2024. 3. 8.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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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7일 정관장전 세트스코어 0-3 완패, 봄 배구 경우의 수 소멸

[양형석 기자]

GS칼텍스를 꺾고 7연승을 내달린 정관장이 안방에서 플레이오프 직행을 확정했다.

고희진 감독이 이끄는 정관장 레드스파크스는 7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6라운드 GS칼텍스 KIXX와의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5-13, 25-21, 25-19)으로 완승을 거뒀다. 4위 정관장과의 승점 차이를 다시 10점으로 벌린 정관장은 남은 2경기에서 승점을 챙기지 못하더라도 준플레이오프를 치르지 않고 플레이오프에 직행해 정규리그 2위와 맞붙게 됐다(20승 14패).

정관장은 '캡틴' 이소영이 2세트 중반 발목부상으로 교체되는 악재가 있었지만 지오바나 밀라나와 메가왓티 퍼티위로 구성된 '쌍포'가 41득점을 합작하며 공격을 이끌었다. 이소영 대신 투입된 박혜민도 팀에서 가장 많은 11개의 디그를 기록하며 수비에서 큰 힘을 보탰다. 반면에 정관장과의 경기에서 승점을 챙기지 못한 GS칼텍스는 남은 경기에서 모두 승리하더라도 3위와의 승점 3점 이하를 만들지 못해 두 시즌 연속 봄 배구 진출이 좌절됐다.

'트레블' 후 변화보다 안정 택한 GS
 
 외국인 선수 실바는 이번 시즌 내내 최고의 활약으로 GS칼텍스의 공격을 이끌었다.
ⓒ 한국배구연맹
 
V리그에서 GS칼텍스는 세대교체와 성장의 좋은 모델이었다. 2013-2014 시즌 두 번째 챔프전 우승을 차지한 GS칼텍스는 이후 세 시즌 동안 5위, 4위, 5위를 기록하며 봄 배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특히 두 번째 우승의 주역이었던 미들블로커 정대영(GS칼텍스)과 배유나(한국됴로공사 하이패스)가 FA 자격을 얻어 차례로 팀을 떠나는 동안 이렇다 할 전력보강을 하지 못하면서 GS칼텍스는 약체로 전락하는 듯했다.

하지만 2016년 12월 GS칼텍스에 부임한 차상현 감독은 젊은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GS칼텍스는 정대영과 배유나가 이적한 후 팀에 남은 최고의 스타플레이어였던 베테랑 한송이(정관장)를 과감하게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했다. 여기에 프로 3년 차에 불과했던 유망주 강소휘를 2017-2018 시즌부터 붙박이 아웃사이드히터로 기회를 주면서 V리그를 대표하는 젊은 토종거포로 키워냈다.

2019년에는 FA 표승주(IBK기업은행 알토스)의 보상선수로 염혜선 세터(정관장)를 지명했고 이재은의 은퇴로 세터 자리가 비어 있던 KGC인삼공사(현 정관장)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미들블로커 한수지를 영입했다. 그렇게 차상현 감독이 원했던 라인업을 구축한 GS칼텍스는 이소영과 강소휘, 메레타 러츠로 구성된 삼각편대가 맹활약한 2020-2021 시즌 컵대회와 정규리그, 챔프전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하며 여자부 최초로 '트레블'을 달성했다.

GS칼텍스는 '트레블' 달성 후 러츠가 해외리그로, 이소영이 FA자격을 얻어 정관장으로 이적했다. 하지만 GS칼텍스는 2021-2022 시즌 득점(819점)과 공격성공률(47.3%) 1위를 기록한 새 외국인 선수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현대건설 힐스테이트)와 이소영의 빈자리를 메운 '에이유' 유서연의 활약에 힘입어 정규리그 3위를 기록했다. 코로나19로 시즌이 조기 종료되지 않았다면 충분히 봄 배구에 진출할 수 있는 좋은 성적이었다.

하지만 이소영과 러츠가 떠난 이후에도 상위권을 유지했던 GS칼텍스는 지난 시즌을 앞두고 내부 FA 안혜진과 유서연을 잡는 선에서 전력보강을 마무리하며 변화 대신 안정을 선택했다. 하지만 '3강' 후보로 꼽히던 GS칼텍스는 김연경이 돌아온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 초반 무서운 연승행진을 달렸던 현대건설, 그리고 안정된 전력을 자랑하는 도로공사에 밀려 정규리그 5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실바 원맨쇼'만으로는 PO행 힘들었다
 
 아시아쿼터 다린 핀수완이 시즌 초반부터 활약했다면 GS칼텍스의 운명은 달라졌을지 모른다.
ⓒ 한국배구연맹
 
GS칼텍스는 지난 시즌 생애 첫 블로킹 1위(세트당 0.83개)를 차지한 한수지를 거느리고도 팀 블로킹에서 5위(세트당 2.09개)에 머물렀을 정도로 높이에 약점이 있었다. 하지만 2011년 한송이를 데려온 이후 10년 넘게 외부 FA 영입이 없었던 GS칼텍스는 2023년 FA시장에서도 V리그 최고령 선수 정대영을 영입하는 선에서 선수보강을 마무리했다. 여기에 안혜진의 어깨수술로 인한 아시아쿼터의 잦은 교체라는 예상치 못한 악재도 있었다.

그럼에도 GS칼텍스는 4라운드까지 2위 흥국생명을 위협하는 3위 자리를 지켰다. 시즌 초반부터 득점과 공격성공률, 서브 부문에서 모두 1위를 달린 쿠바 출신의 새 외국인 선수 지젤 실바의 맹활약이 결정적이었다. GS칼텍스는 과거에도 데스티니 후커와 베띠 데라크루즈, 러츠, 모마 등 걸출한 외국인 선수의 활약으로 상위권에 오른 적이 있기 때문에 이번 시즌에도 실바가 있으면 무난히 봄 배구 복귀를 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GS칼텍스는 4위 정관장이 5라운드에서 5승 1패로 무서운 질주를 이어가는 동안 1승 5패라는 최악의 성적으로 5라운드를 마쳤고 결국 정관장에게 3위 자리를 내줬다. 설상가상으로 2월 중순에는 팀을 이끄는 차상현 감독마저 팔꿈치 수술을 받으며 자리를 비웠고 GS칼텍스는 차상현 감독이 없는 18일 기업은행전에서 0-3으로 패했다. 결과적으로 이날 패배는 GS칼텍스가 3위 탈환의 동력을 잃은 결정적인 계기가 되고 말았다.

GS칼텍스는 어깨수술을 받았던 안혜진 세터가 복귀하자 사실상 팀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던 아시아쿼터 아이리스 톨레나다를 태국 출신의 아웃사이드히터 다린 핀수완으로 교체하며 분위기 반전을 노렸다. 5경기에 출전한 다린은 27득점을 기록했지만 신장(171cm)이 작고 태국리그를 마치자마자 GS칼텍스에 합류해 큰 도움이 되진 못했다. 결국 GS칼텍스는 7일 정관장에게 패하며 봄 배구를 위한 모든 경우의 수가 사라지고 말았다.

두 시즌 연속으로 봄 배구 진출에 실패한 GS칼텍스는 이번 시즌이 끝나면 팀의 주장이자 토종 에이스 강소휘를 비롯해 미들블로커 한수지, 주전리베로 한다혜 등 주축선수들이 대거 FA자격을 얻는다. 하지만 GS칼텍스는 반드시 성적을 올려야 하는 이번 시즌 뒷심부족을 드러내며 두 시즌 연속 봄 배구 진출 실패라는 성적표를 받고 말았다. 만약 다가올 FA시장에서 주축 선수들이 팀을 떠난다면 GS칼텍스에게 이번 시즌은 더욱 큰 아쉬움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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