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 제친' 다이어 월클인가?…"시즌 798분 뛰고 실수 0회" 깜짝

김현기 기자 2024. 3. 8.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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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팀을 이기게 하고, 실수도 없다. 깨끗한 수비다.

많은 비난을 받았지만 토마스 투헬 감독이 왜 그를 선택했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도 있는 통계가 나왔다. 올시즌 독일 최고 명문 바이에른 뮌헨의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김민재를 밀어내고 선발로 나서 풀타임 활약한 에릭 다이어가 시즌 내내 단 한 번도 실수도 하지 않았다는 통계가 나왔다.

축구 통계매체 'FBREF'가 8일 내놓은 통계에 따르면 다이어는 이번 시즌 바이에른 뮌헨은 물론 전 소속팀인 토트넘에서까지 총 798분을 뛰면서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감독 입장에선 그 만큼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수비수라는 뜻이다.

수비수의 임무가 수비에 국한된 것은 아니고 실수를 감수하고서라도 공격적인 방어를 해야할 때도 있지만 어쨌든 다이어의 실수 0회 기록이 인상적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매체에 따르면 다이어는 90분 기준으로 토트넘에서 2.2경기, 뮌헨에서는 분데스리가 5.6경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0경기를 뛰었다.

그런 가운데 실수가 0회인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뮌헨은 지난 6일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홈 경기에서 라치오를 3-0으로 완파하며 1차전 0-1 패배를 만회하고 8강에 올랐다.

그 중심에 토트넘에서 온 수비수 다이어가 있었다. 이날 마테이스 더 리흐트와 센터백 콤비를 이룬 다이어는 90분 내내 무리 없는 수비를 선보이며 뮌헨에 8경기 만에 무실점 경기를 안겼다.

뮌헨을 지휘하는 토마스 투헬 감독도 "수비의 해법을 찾았다"며 반길 정도였다.

투헬 감독이나 뮌헨에 다이어를 추천하며 데려온 절친 해리 케인도 기뻐했다. 케인은 다이어 입단 직후 팬미팅 장소에서 "뮌헨에 가장 인상 깊은 선수가 누구냐"는 질문을 받자 "에릭 다이어"라고 바로 답하며 "다이어를 빼면 리로이 사네"라고 했다. 이제 갓 입단한 선수가 인상이 깊을 수가 없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시절부터 쌓아온 둘만의 브로맨스가 케인의 답변에서 잘 드러났다.

이번 라치오전 뒤엔 국가대표팀에도 같이 가자는 메시지를 던졌다.

7일 영국 매체 '더선'에서 따르면 케인은 "다이어는 라치오와의 경기에서 공을 가지고 있을 때 그의 능력을 보여줬고 리더십까지 보여줬다"며 "다이어가 매우 자랑스럽고 지금처럼만 경기한다면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에 소집될 수 있을 것이다"는 말을 했다.

케인은 이어 "토트넘에서 그가 계속 뛰었다면 국가대표팀에 소집되는 것은 어려웠지만 바이에른 뮌헨에서 다이어는 놀라운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더선'은 "잉글랜드 국가대표팀 사령탑인 개러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3월 브라질과 벨기에와의 경기를 앞두고 다음 주에 소집 명단을 발표할 것이다"며 "다이어는 토트넘에서 경기 출전을 거의 못 했지만 바이에른 뮌헨의 투헬 감독 아래에서는 8경기 출전하고 있다"며 그의 전격 승선 가능성이 힘을 실어줬다.

다이어가 가파른 상승세를 타면서 김민재는 위기를 맞게 됐다.

지난여름 뮌헨에 입단한 뒤 분데스리가와 챔피언스리그, DFB포칼, 슈퍼컵 등 공식전 27경기에서 총 25차례 선발 출전하며 혹사론까지 불거질 만큼 쉼 없이 뛰었던 김민재는 분데스리가 전반기 베스트11에 포함되는 등 평가도 좋았다.

하지만 키커와 빌트 등 독일 매체에선 김민재를 끊임 없이 비판했고 그런 가운데 최근 그가 최근 뮌헨에서 선발로 뛴 5경기에서 전부 실점이 나오고 2번이나 패하는 등 뮌헨이 독일 '1강'임에도 부진하자 라치오전에서 벤치 대기하는 수모를 겪었다. 결국 라치오전에서 1분도 뛰지 못했다.

라치오전은 부상 혹은 아시안컵 출전 등의 사유를 제외하면 그가 이번 시즌 처음으로 결장한 경기다.

투헬 감독의 설명처럼 김민재가 못했다는 얘긴 아니지만 다이어와 더리흐트 조합이 오랜 기간 이기지 못했던 라이프치히를 지난달 25일 이기는 원동력이 되는 등 다이어가 승리를 몰고오는 중이라는 점에서 김민재는 험난한 경쟁에 직면한 셈이 됐다.

다이어의 좋은 기록은 다른 곳에서도 드러난다.

글로벌 축구 통계 업체 옵타는 7일 SNS를 통해 다이어가 2023-2024 시즌 단 한 번도 드리블 돌파를 허용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옵타는 "다이어가 이번 시즌 최소 500분 이상 뛴 선수 중 단 한 번도 드리블 돌파를 허용하지 않은 유일한 필드 플레이어다"라고 소개했다. 

다이어는 축구 통계 업체 폿몹 기준 공격 포인트는 없지만, 패스 성공률 90.4%, 롱패스 정확도 51.2%, 볼 뺏긴 횟수 0회, 지상 경합 성공률 64.7%, 공중볼 경합 성공률 66.7%로 수비와 볼 배급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독일 유력 매체 '빌트'도 대체로 뮌헨 선수들에게 호평을 내린 가운데 다이어에게 높은 평가를 했다. 멀티골을 작렬시키며 승리의 주역으로 활약한 케인은 1점, 르로이 사네와 뮐러는 2점을 받았다. 자말 무시알라는 3점. 허리를 받친 알렉산다르 파블로비치와 레온 고레츠카도 각각 2점과 3점이 주어졌다. 수비진에서는 풀백들이 3점, 센터백들은 2점을 받았고 마누엘 노이어 골키퍼는 3점으로 만족해야 했다.


다이어에게 2점을 줬다는 점에서 '빌트'의 기준에 의문이 생긴다. 이날 다이어는 더리흐트의 파트너로 무난한 경기를 펼쳤지만, 그렇다고 특별한 활약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뮌헨이 경기를 주도하는 와중에 높은 패스 성공률로 팀의 빌드업 작업을 도왔으나, 클리어링과 인터셉트만 있었을 뿐 태클과 경합은 한 차례도 시도하지 않았다.

'폿몹'의 경우 필드 플레이어들 중 다이어에게 가장 낮은 평점을 줬다. 다이어가 못했다기보다 뮌헨이 승리하는 과정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클린시트로 경기를 마쳤지만 이날 선방을 한 차례도 하지 않았던 노이어가 6.8점을 받은 이유도 같다.

하지만 '빌트'는 다이어에게 추가골의 주인공 뮐러, 어시스트를 기록한 더리흐트와 같은 2점을 부여했다.

'빌트'가 선수들에게 평점을 후하게 주는 매체라고 하기는 어렵다. '빌트'는 무실점으로 마친 팀 수비진에 활약에 따라 2점에서 3점 정도를 주는데, 4-0 대승으로 마쳤던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전이 끝난 뒤에는 다요 우파메카노를 제외한 뮌헨 수비진 전원이 3점을 받았다.

정작 시즌 내내 좋은 활약을 보여줬던 김민재는 득점을 터트렸던 슈투트가르트전(1점)을 제외하고 높은 평점을 받지 못했다. 김민재가 아무리 경기마다 좋은 모습을 보여주더라도 김민재에게 주어지는 평점은 대부분 3점이었다. 그리고 김민재가 못하는 날에는 김민재에게 유독 혹평을 내렸다. 

축구 통계 매체 '마크스태츠'의 라치오전 그래픽에서도 다이어의 영향력이 잘 드러난다.

라치오전에서 후방에서 공을 전개할 때 대부분의 패스가 다이어에게서 시작되는 모습이 나왔다.

다이어는 센터백 파트너인 더리흐트와 공을 주고받는 건 물론 3선의 알렉산다르 파블로비치와 레온 고레츠카, 그리고 높은 위치에서 공격에 가담한 알폰소 데이비스에게도 공을 뿌렸다.

이런 통계와 투헬 감독이 대만족을 표시한 라치오전 수비력을 감안할 때 김민재의 가시밭길은 라치오전 한 경기에 머무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가오는 분데스리가 경기 역시 벤치에서 시작할 것이란 전망이 등장했다. 김민재가 사력을 다해 뮌헨의 방어선을 지켜낼 때도 냉정하다는 말이 어울릴 만큼 비판을 쏟아냈던 독일 최고 축구전문지 키커가 해당 의견을 전했다.

여기에 다이어의 인간성이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극찬도 나오고 있다.

지난 2일 '스카이스포츠 독일'에서 뮌헨 구단을 전문 취재하는 플로리안 플레텐베르크에 따르면 뮌헨 구단 새 스포츠디렉터 막스 에베를은 2일 프라이부르크전(2-2 무승부)을 앞두고 진행한 인터뷰에서 "다이어와 계약이 1년 연장 됐다"고 확인한 뒤 "라이프치히를 상대로 한 그의 성격은 우리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칭찬했다.

이는 크리스토프 프로인트 단장도 마찬가지여서 그는 "에릭은 우리와 함께한 이후 정말 잘해주고 있다. 성격이 훌륭하다. 말을 많이 하며 팀에 좋은 사람이 되고 있다"고 극찬했다. 이어 "우리가 그에게 기대했던 것을 가져다주고 있다. 매우 만족하며 우리 팀을 위한 좋은 퍼즐 조각"이라고 했다.

이보다 얼마나 더 좋은 말을 할 수 있을지 물음표가 들 정도의 호평을 쏟아냈다.

다이어는 지난해 3월 안토니오 콘테 감독이 토트넘에서 전격 퇴진했을 때 손흥민이 A매치 기간 중 책임을 느낀다는 식의 발언을 하자 "손흥민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발언, 빈축을 산 적이 있다. 여러모로 기량은 물론 품성에서도 토트넘과 어울릴 수 없는 존재로 여겨졌지만 뮌헨에선 180도 대반전을 하고 있다.

그저 축구를 잘 하는 수비수를 넘어 좋은 사람 대접을 받고 있다.

뮌헨은 9일 오후 11시30분 홈구장인 뮌헨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이재성이 뛰는 마인츠와 분데스리가 25라운드 홈 경기를 치른다. 

뮌헨은 현지시간으로 나흘 만에 다시 공식전을 벌이는 셈인데 키커는 이 경기에서도 김민재의 결장을 예고하고 있다. 역시 다이어와 더리흐트의 선발이 예상된다.

키커는 3-0 완승을 거둔 라치오전 선발 라인업이 고스란히 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마누엘 노이어가 골문을 지키는 가운데 백4는 왼쪽부터 하파엘 게헤이루 에릭 다이어, 마테이스 더 리흐트, 유수아 키미히가 차지할 것으로 나왔다. 더블 볼란테는 알렉산다르 파블로비치, 레온 고레츠카다. 2선은 자말 무시알라, 토마스 뮐러, 리로이 사네, 원톱은 해리 케인이 선발 출격할 것으로 분석된다.

김민재는 주전을 유지했을 경우 마인츠에서 뛰는 4년 선배 이재성과 모처럼 분데스리가 코리안 더비를 펼칠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제는 출전 시간을 걱정하는 고비에 놓였다.

사진=연합뉴스, 바이에른 뮌헨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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