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미술관, 전시공간서 대화의 장으로 진화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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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술 역사 속에서 아르코미술관은 독특한 지형도를 형성한 곳이다.
아르코미술관 개관 50주년을 맞은 올해, 임근혜 관장은 공간을 넘어 미술관의 새로운 역할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될 것 같다고 설명한다.
-공공미술관임에도 아르코미술관의 전시는 뭔가 다르다는 인상, 미래지향적인 분위기를 항상 주는 것 같다.
-50주년전 '어디로 주름이 지나가는가'는 미술관과 관장님께 있어서도 남다른 의미가 있는 전시였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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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체가 아니라 과정에서 모멘텀 이루는 공간
인적 자산에 중점 두고 네트워크 개발해나갈 것
한국 미술 역사 속에서 아르코미술관은 독특한 지형도를 형성한 곳이다. 공공영역의 전시공간임에도 소장품 중심의 연구 활동보다 동시대 작가들의 프로젝트와 교류에 초점을 맞춰 이들이 성장하는 만남의 공간으로 네트워크를 쌓아온 독특한 행보를 보여왔다. 아르코미술관 개관 50주년을 맞은 올해, 임근혜 관장은 공간을 넘어 미술관의 새로운 역할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될 것 같다고 설명한다. 다음은 임 관장과의 일문일답.
-공공미술관임에도 아르코미술관의 전시는 뭔가 다르다는 인상, 미래지향적인 분위기를 항상 주는 것 같다.
▲미래의 미술관이라고 하면 기술적인, 테크놀로지 적인 그런 부분을 많이 이야기한다. 디지털 환경의 발달에 초점을 맞추는데, 기술적인 부분을 주로 다루지만, 아르코미술관 같은 경우는 훨씬 더 소셜 이노베이션 쪽으로 미술관을 통한 사회적 변화를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이를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 그쪽으로 더 좀 관심을 많이 기울이고 있다. 다양성과 접근성, 지속 가능성은 사실 ESG의 언어인데 우리는 ESG와 상관없이 이미 2000년대 초부터, 또 제가 온 이후 이걸 어떻게 예술의 언어로 우리가 실천할 것인가, 또 어떻게 발화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논의해왔다. 그 결과가 전시를 통해 관객에게 전달된 것이 아닐까.
-50주년전 ‘어디로 주름이 지나가는가’는 미술관과 관장님께 있어서도 남다른 의미가 있는 전시였을 것 같은데.
▲50주년을 계기로 ‘아르코미술관’의 정체성이 무엇인가. 우리 안에 어떤 DNA가 있는가를 한번 쭉 살펴보는 기회가 된 것 같다. 아르코미술관은 1974년 서울 종로구 관훈동에 '미술회관'으로 개관해 1979년 현 위치인 동숭동으로 이전했다. 초기엔 대관 중심으로 공간을 운영해 일주일에 전시가 세 개씩 열리기도 했다. 서울에 전시 공간이 많지 않던 시기인데다 대관료가 저렴했기 때문에 당시 미술회관은 작가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졌다. 1990년대 이후 미술관과 갤러리가 늘어나면서 대관을 줄이고 기획전 중심으로 공간 운영을 전환했고, 2002년에는 '마로니에 미술관'으로 명칭을 바꾸고, 현대미술의 패러다임을 이끄는 공공미술관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2005년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 전환되면서 현재의 '아르코미술관'으로 재탄생하게 됐다. 반세기 역사 동안 아르코미술관에서 진행된 전시만 2000회가 넘는다. 이번 전시 중엔 아카이브 공간에서 미술관의 역사를 연도별로 톺아볼 수 있는 도록, 출판물, 사진, 영상 등 다양한 자료도 함께 공개하며 창작산실로서의 미술관의 기능을 돌아보는 시간도 함께 기획했다.
-이번 베니스비엔날레에서는 한국관 개관 30주년 특별 전시를 기획 중이다.
▲개관 30주년은 내년이지만, 미술전이 개최되는 올해 한국과 이탈리아의 외교 수교 140주년을 기념하고, 한국관 개관 30주년을 축하하는 차원에서 4월 중순부터 9월 말까지 12세기 건립된 몰타 기사단 수도원이었던 베니스 오르디네 디 몰타에서 특별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역대 베니스비엔날레 미술전 한국관 참여작가 39명의 '하이라이트 전시'와 '아카이브 전시' 등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해 약 100여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 전시를 계기로 아르코가 가진 네트워킹이 글로벌 네트워크로 확장되고, 또 이를 통해 우리나라 작가들이 더 넓은 곳에서 뜻을 펼칠 수 있게 다른 차원의 판을 새롭게 구성해야 하는 게 우리에게 주어진 향후 과제다.
-앞서 언급하셨듯 최근에는 미술관의 역할에 변화가 요구되고 있는데, 아르코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기존의 제도권 미술관은 미술사적 가치가 있는 중요한 작가, 작품 위주로 선보이는 전시 위주로 운영되는, 지식생산과 교류를 목적으로 한 공간이었다. 그런데 아르코미술관은 인사미술공간과 같은 젊은 관객과 작가들이 선호했던 굉장히 아방가르드 한 공간도 있고, 기존의 제도권 미술관의 성격도 있고. 그 두 개의 DNA가 함께 흐르고 있다. 사실 국공립 미술관은 미술사 연구라는 미션이 강하다 보니 미술사에 남을 작가들, 옥석을 가리는 작업이 중심이 되는 경향이 있다면, 우리는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공간이 운영되는 과정에서 신진 작가가 첫선을 보이고, 또 중견 작가가 또 한 번 도약하는 공간으로 전시를 하는. 그러니까 뭔가 완성체가 아니라 과정에서 하나의 모멘텀을 이루는 작가를 조명하는 전시가 매우 많았다. 아르코는 연간 소장품 예산이 있어서 집중적 전략을 수립해서 장기적 작품 수집을 하는 조직이 아니다. 이점은 아르코의 장점이자 단점인데, 갖고있는 소장품들이 국전 수상작들이 꽤 있고 그때그때 위원회 상황에 따라 기증받은 작품들이라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작품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물질성에 구애받지 않고, 오히려 그 작가라는 네트워크, 인적자산을 물질적 자산보다 중점을 두고 어떻게 개발할 수 있을까를 놓고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다. 50주년 기념전은 그런 고민의 결과물이었고, 장점이 잘 반영된 전시였던 것 같다.
-공공미술관으로서의 아르코미술관의 존재 의미를 어떻게 보시는지.
▲사실 50주년을 앞두고 임용됐을 때 굉장히 많이 고민했다. 전에 있던 서울시립미술관이나 국립현대미술관과는 너무 다른 환경이어서 기도 했는데. 그래서 아르코에 어떤 정체성을 확립하면 좋을까. 그 출발점이 앞서 말씀드린 과거의 DNA를 살펴보고, 이를 통해 더 미래지향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이었다. 최근에 미술관과 박물관의 역할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데, 전통적이고 보수적 의미에서 탈피해 대화의 장소, 네트워크의 장으로 규정되는 사고가 전 세계적으로 굉장히 확산하고 있다. 소장품 중심의 연구가 아니라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과정, 완성되지 않은 아이디어들이나 작품, 프로젝트를 놓고 서로 교류하고 일시적인 만남을 갖고 서로 필요한 부분을 나누면서 성장하는 장소로 미술관을 규정하는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아르코미술관은 이미 그런 활동을 해오고 있었고, 전통적인 미술관에 비해서 시스템화가 안 돼 있다고 보실 수도 있지만, 다른 관점으로 보면 그런 대안적인 미술관으로 나아가기에 훨씬 유연한 구조를 갖고 있다고 자부한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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