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이민 美대선 '쟁점' 한눈에...오늘 국정연설 외빈 살펴보니

조슬기나 2024. 3. 8.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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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를 거부당한 여성, 불법 입국한 갱단 조직원에 딸을 잃은 아버지, 총기폭력 예방 운동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집권1기 마지막 국정연설에 초청된 외빈 리스트들을 살펴보면 오는 11월 대선의 주요 쟁점들이 고스란히 확인된다.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리턴매치가 확실시된 상태에서 7일(현지시간) 밤 황금시간대 수천만명이 시청하는 국정연설은 미 대선 캠페인 과정을 요약한 예고편이나 다름없다는 평가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더힐을 비롯한 현지 언론에 따르면 백악관과 민주당 의원 등 여권의 주요 초청 외빈들로는 '낙태' 이슈 관련 인물들이 대거 확인된다. 임신 중 낙태를 금지하는 텍사스주 법으로 인해 태아의 유전질환 진단에도 낙태 시술을 거부당한 케이트 콕스, 성폭행당해 임신한 미성년자에게 임신중절 수술을 해준 일로 공격을 받은 산부인과 의사 케이틀린 버나드, 노스다코타주의 낙태금지법 입법 이후 미네소타주로 옮긴 태미 크로메네이커, 미국 최초의 시험관 수정 탄생인물인 엘리자베스 카 등이다.

낙태권 이슈는 올해 대선의 주요 쟁점 중 하나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보수 우위로 개편된 연방대법원이 2022년 여성의 낙태 인정권을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한 이후, 주마다 낙태권을 둘러싼 법 현황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이는 임신 출산 과정에서 '자기 선택권'을 주장하는 여성·진보성향 유권자들의 강력한 반발로 이어졌고 민주당 지지자들의 결집 요소로도 작용하고 있다. 낙태권은 진보와 보수진영이 첨예하게 대립해온 사안이다. 이날 여권에서 낙태 관련 인물들을 대거 국정연설에 초청한 것도 올해 대선에서 진보 진영의 표심을 적극 흡수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백악관이 사전 공개한 국정연설 발췌록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밤 의회에서 진행되는 연설에서 낙태권을 언급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인들이 만약 내게 '선택의 권리'를 지지하는 의회를 만들어 준다면 나는 '로 대 웨이드'를 이 땅의 법률로서 회복시킬 것"이라고 밝힐 예정이다. 반면 낙태권과 관련해 구체적인 언급을 꺼려온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한 외신인터뷰에서 임신 15주 이후 낙태 금지 추진 가능성을 시사한 상태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연설은 낙태와 관련, 트럼프 전 대통령과 노골적으로 대조를 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공화당의 초청 외빈들에게서는 불법 이민 키워드가 눈에 띈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의 초청을 받은 인사 중에는 미국에 불법 입국한 갱단 조직원에 의해 딸을 잃은 태미 노블스, 지난 1월 뉴욕 타임스스퀘어 인근 이민자 쉼터에서 이민자들의 공격을 받은 경찰관인 벤쿠리안, 티엔쭌쉬 등이 확인된다. 이민 정책은 남부 국경을 통한 불법 이민자들이 폭증하면서 올해 대선의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달 공개된 갤럽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의 직무 수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들 중 20%가량이 불법 이민을 그 배경으로 꼽은 것으로 확인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 역시 바이든 행정부의 국경 및 이민정책을 앞세워 행정부 심판론을 주장하고 있다.

미국 내 뜨거운 감자인 총기 규제 관련 외빈도 이날 국정연설에 초청됐다. 이날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재스민 카자레스는 초등학교 총격사건에서 자매를 잃은 후 텍사스에서 총기폭력 예방 운동을 펼치고 있는 인물이다. 총격사건이 잦은 미국에서는 각종 선거때마다 강력한 총기 규제가 필요하다는 민주당과 수정헌법 2조를 강조하는 공화당이 충돌하고 있다.

아울러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공식 지지를 표한 숀 폐인 전미자동차노조 위원장, 전기차 충전기제조사 두마니스 차지의 나탈리 킹 최고경영자(CEO) 등도 초청리스트에 포함됐다. 각각 바이든 행정부의 친노조, 친환경 기조를 보여주는 인물들로 꼽힌다. 이와 함께 의약품 가격 억제로 혜택을 본 백혈병 및 당뇨 환자 스티븐 해드필드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성과를 자랑하기 위한 외빈으로 평가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올레나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영부인과 러시아 야권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의 부인인 율리아 나발나야는 바이든 대통령의 초청을 거절했다. 이밖에 이날 미 국무부에 공식가입문서를 전달하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32번째 회원국이 된 스웨덴의 울프 크리스테르손 총리도 공화당측 초청으로 의사당을 찾는다.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연설은 이날 미 동부시간으로 오후 9시(한국 시간 8일 오전 11시)부터 진행된다. 지난해 국정연설은 2700만명 이상이 시청한 것으로 추산됐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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