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사설서버로 'GTA 산 안드레아스' 게임 멀티플레이 제공 20대 유죄 확정
외국 회사가 저작권을 갖고 있는 유명한 싱글 플레이용 게임을 사설 서버를 통해 여러 이용자가 함께 게임하는 멀티플레이(roleplay)가 가능하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후원금을 받은 20대들의 유죄가 확정됐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게임산업법위반죄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하고, 게임산업법위반방조죄로 기소된 B씨에게 벌금 250만원 형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게임산업법 위반죄 내지 위반방조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상고를 기각한 이유를 밝혔다.
A씨는 2017∼2021년 범죄 액션 게임 GTA 산 안드레아스의 모방 게임을 불법 사설 서버를 통해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이용자들로부터 계좌 이체나 문화상품권 등으로 후원금을 받고 게임 내 아이템을 구입할 수 있는 포인트를 제공했다.
검사는 A씨의 행위가 게임산업법 제32조 1항 9호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게임산업법 제32조(불법게임물 등의 유통금지 등) 1항은 '누구든지 게임물의 유통질서를 저해하는 다음 각 호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며 금지행위를 나열하고 있고, 9호에서 '게임물 관련사업자가 제공 또는 승인하지 아니한 게임물을 제작, 배급, 제공 또는 알선하는 행위'를 들고 있다.
B씨는 2020년 5월부터 2021년 9월까지 해당 사설 서버 관리자로서 게임 규칙 개설·변경, 게임 내 시설물(오브젝트) 및 조직(파벌) 등급 관리, 관리자 모집·관리 등의 역할을 담당, 서버 운영을 용이하게 한 혐의(방조)로 함께 기소됐다.
A씨와 B씨는 이용자들이 멀티(다중접속)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별도의 프로그램을 제공했을 뿐 게임물을 제공한 것은 아니라고 항변했다. 또 GTA5 제작사인 락스타 게임즈가 사설 서버 프로그램을 허용했으므로 죄가 되지 않는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1심 법원은 이들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B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각각 선고했다. 각각 80시간, 40시간의 사회봉사명령도 내렸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상당한 기간 동안 게임물 관련사업자가 제공하지 않은 사설 서버를 운영하면서 이용자들로부터 후원금을 받는 등의 행위를 함으로써 게임산업의 진흥과 건전한 게임문화를 확립하고자 하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의 목적과 취지를 훼손하고 게임물의 유통질서를 저해한 것으로 그 죄질이 나쁘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이 사건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고, 범죄전력이 없는 초범이며, 아직 20대 청년으로서 앞으로 적절한 교화를 통해 자신의 성행을 개선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2심 법원 역시 두 사람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2심 재판부는 양형부당 주장을 받아들여 1심 판결을 파기하고 A씨에게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하고, B씨에게는 벌금 250만원 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두 사람은 항소를 하면서 "이 사건 범행은 국내 게임물 관련사업자들에게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아니므로, 게임산업법 제32조 1항 9호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고, 저작권법 제140조와의 관계에서 게임물 관련사업자가 고소하지 않은 경우 게임물의 제작, 제공 등을 승인했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 사건 게임 제작사는 2023년 8월 11일 사설 서버 프로그램 회사와의 인수합병을 통해 사설 서버 프로그램 전반에 대한 허용 입장을 표명했으므로 피고인의 이 사건 행위를 묵시적으로 승인했다고 볼 수 있다"라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당초 싱글 플레이용으로 제작된 이 사건 게임을 멀티플레이가 가능하도록 이용자들에게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이용자들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금전을 지급받는 행위는 게임산업법 제32조 1항 9호로 의율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국내 사업자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기 때문에 게임산업법위반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해 해당 규정이 해외 게임사들이 국산 게임을 무분별하게 모방·복제하는 등 지식재산권을 침해해 국내 게임사들이 피해를 입는 상황에서, 온라인 게임의 불법 사설 서버 및 불법 위·변조 프로그램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처벌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목적에서 제정됐다는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그러나 게임산업법 제32조 1항 9호에서 정한 '게임물 관련사업자'는 게임산법법 제2조 9호(게임물 관련사업자 정의 규정)에 따라 게임제작업, 게임배급업, 게임제공업, 청소년게임제공업 등의 영업을 하는 자를 의미할 뿐이고, 달리 국내 게임물 관련사업자만으로 제한된다고 볼 별다른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저작권을 가진 외국 회사가 고소하지 않았으니 승인한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이 사건 게임 제작사에서는 2017년 3월 21일 두 개의 승인된 온라인 멀티플레이 서비스 이외의 다른 어떤 온라인 서비스도 승인받지 않은 것이고, 다른 서비스 사용은 이 사건 게임 저작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라며 "따라서 단순히 이 사건 게임 제작사에서 피고인을 직접 형사고소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의 이 사건 행위를 승인 또는 묵시적으로 승인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저작권법 제140조(고소)는 '이 장의 죄에 대한 공소는 고소가 있어야 한다'고 정하면서도 영리를 목적으로 또는 상습적으로 일정한 저작권법 위반 행위를 저질렀을 때는 예외적으로 피해자의 고소가 없어도 기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저작권법 제140조는 저작권법에 정한 죄에 대한 공소는 '고소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라면서도 "설령 게임산업법 제32조 1항 9호가 저작권법과 유사하게 게임물 관련사업자의 지식재산권 등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런 사정만으로 저작권법 제140조를 고려해 게임물 관련사업자의 직접적인 고소가 없다면 (묵시적) 승인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나아가 재판부는 "설령 이 사건 게임 제작사가 이 사건 게임을 멀티플레이가 가능하도록 한 피고인의 행위를 묵시적으로라도 허용한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이 사건 게임의 멀티플레이 이용자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금전을 지급받은 행위는 이 사건 게임 제작사가 명시적으로 조치할 것을 예고한 '상업적 이익의 창출'에 해당할 수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재판부는 게임 제작사가 사설 서버 프로그램 회사와 합병한 것은 사설 서버 프로그램에 대한 전반적인 허용 내지 묵시적 승인 입장을 표명한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이 사건 게임 제작사가 피고인과 유사하게 이 사건 게임에 대한 멀티플레이를 가능하도록 하는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는 업체와 합병했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의 이 사건 행위를 승인 또는 묵시적으로 승인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오히려 피고인이 제출한 증거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게임 제작사는 2022년 11월 23일 이 사건 게임을 비상업적, 싱글플레이로 이용하는 제3자의 계획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여기에는 '멀티플레이 또는 온라인 서비스'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은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2심 법원의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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