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지연에 줄줄이 석방 앞둔 '주가조작' 피고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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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조작, 횡령, 배임 등 중대 금융·증권범죄 사건이 몰린 서울남부지법에서 핵심 피고인들이 줄줄이 석방을 앞두고 있다.
형사재판 피고인들은 보석으로 석방된다 하더라도 일정 금액의 보증금 및 증인·참고인 접촉 금지, 주거지 제한 등 엄격한 조건이 따라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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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조작, 횡령, 배임 등 중대 금융·증권범죄 사건이 몰린 서울남부지법에서 핵심 피고인들이 줄줄이 석방을 앞두고 있다. 사건이 워낙 복잡하고 공소사실에 다툼의 여지가 많은 데다 각종 절차상 이유로 재판이 지연되는 탓이다. 형사재판의 1심 최장 구속기간(6개월)이 가까워지면서 보석 신청이 인용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의 핵심 피고인인 라덕연씨는 오는 5월이면 구속기간 만 1년이 된다. 그는 지난해 5월26일 구속돼 두 차례 구속기간 갱신을 거쳐 구속기간 만 6개월이 다가오자 보석을 신청했으나 기각됐다. 라씨는 파악된 범행 기간이 약 3년으로 긴 데다 부당이득 규모가 총 7305억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 주가조작 범죄의 핵심 피고인이다. 수사량이 워낙 방대해 1심 재판이 진행 중인 동안에도 검찰의 수사가 계속 진행됐고, 지난해 11월 추가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구속기간이 6개월 연장됐다. 그럼에도 여전히 1심 재판이 진행 중이고, 두 달 뒤면 또 구속기간 만료를 앞두게 된다. 라씨 측이 또다시 보석을 신청할 가능성도 있고, 재판부로서도 3차례 구속영장 발부는 매우 이례적인 만큼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피카코인 시세조종에 연루된 혐의로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진 이른바 '청담동 주식부자 형제' 이희진·이희문씨도 현재 보석을 신청한 상태다. 이씨 형제는 지난해 9월17일 구속돼 오는 17일이면 구속기간이 만료되는 만큼 재판부가 조만간 석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씨 형제와 함께 구속기소된 다른 피고인들은 이미 풀려나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형사재판 피고인들은 보석으로 석방된다 하더라도 일정 금액의 보증금 및 증인·참고인 접촉 금지, 주거지 제한 등 엄격한 조건이 따라붙는다. 하지만 석방된 피고인의 불법적 행위를 완벽히 차단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가상화폐거래소 빗썸 관계사 주가조작 등으로 구속됐던 강종현씨는 구속 약 10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보석으로 석방됐는데, 불구속 상태로 재판받던 중 강씨 측이 법정에 출석할 예정인 증인을 사전에 접촉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지난달 27일 강씨의 '코인 상장 뒷돈' 사건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강씨의 고교 동창 김모씨가 증언 과정에서 강씨가 보석으로 풀려난 뒤 수 차례 전화통화를 했고, 강씨 측 변호인을 직접 만났다는 사실을 털어놓은 것이다. 재판부는 "보석 이후에 피고인과 증인이 통화를 하고, 변호인이 증인을 만난 것은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며 강하게 질타했다. 증인을 향해서도 "사전에 진술 내용을 서로 협의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피고인이나 변호인과 만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행동"이라고 경고했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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