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 '제 2의 부영'도 좋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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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 건설사 부영이 출산장려금을 직원당 1억원씩 지급한 뒤, 한 달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미 부영이 출산 장려금 지원을 발표한 이후 롯데그룹은 전 계열사 직원 중 셋째를 낳은 직원들에게 2년간 카니발 승합차 렌트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남성 직원들이 육아휴직을 쓰고 싶어도 쓰지 못하고, 출산 지원금은 꿈도 꾸지 못하는 곳에 환한 등불을 비출 때 비로소 출산율 반등의 신화가 쓰여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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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만에 세제 개편안 마련해
전체 취업자 90%는 중소기업에
이들을 위한 저출산 지원안 필요
중견 건설사 부영이 출산장려금을 직원당 1억원씩 지급한 뒤, 한 달밖에 걸리지 않았다. 지난달 5일 거액의 지원금을 받은 직원들이 수천만 원에 달하는 세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라는 소식에, 정부가 해결책을 내놓기까지 걸린 기간이다.
정부는 앞으로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출산지원금을 비과세하기로 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출산지원금을 비용으로 처리해 법인세를 줄일 수 있게 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일 "기업이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출산지원금은 전액 비과세해 기업의 부담을 덜고 더 많은 근로자가 혜택을 받도록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예를 들어 연봉 5000만원을 받는 근로자가 1억원의 지원금을 받을 경우, 기존에는 근로소득세 2750만원을 내야 했다. 그런데 개정안이 적용되면 연봉에 대한 근로소득세 250만원만 내면 된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의 기본 원칙을 무너뜨리더라도, 국가적 과제를 해결하겠다는 정부의 굳은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정부가 이번 조치로 실속을 챙길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같은 제도 개편에도 불구하고 제2의 혹은 제3의 부영은 나오기 어렵다. 수억 원의 지원금을 낼 만한 기업들은 국내 주요 기업들로 축약된다. 이들 대부분은 상장사로, 주주들의 의견이 중요하다. 그런데 주주들은 직원들의 출산 장려를 위해 막대한 자금을 쓰는 것이 기업의 목적에 부합한다고 판단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보다는 당장 이번 분기 배당 여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할 수 있다. 비상장사이면서 회사 지분 대부분을 이중근 회장이 쥐고 있는 부영과는 다른 점이다.
대기업들이 비과세 한도가 부족해 출산지원금에 인색했던 것도 아니었다. 2022년 귀속 근로소득 중 출산ㆍ보육수당에 대한 비과세를 신고한 근로자는 전체 근로소득자의 2.3%(국세 통계)에 불과하다. 신고액은 1인당 연 67만9000원 수준으로, 2022년 비과세 한도(연 120만원)나 현재의 비과세 한도(연 240만원)에 모두 못 미치는 액수다.
인사 관리 측면에서도 거액의 지원금은 부담스럽다. 최근 몇 년 이내 출산한 직원만 거금을 지원받는다는 점에서, 기존 출산자들이 제기할 차별 논란 등을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해야 한다. 아이를 갖지 못하는 직원들과의 위화감도 조율해야 할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런데도 출산 지원금을 기획하는 기업들은 나올 수 있다. 제2의 부영이라고 불릴 만큼의 막대한 자금을 쏟아 넣지 않는다고 해도 말이다. 이미 부영이 출산 장려금 지원을 발표한 이후 롯데그룹은 전 계열사 직원 중 셋째를 낳은 직원들에게 2년간 카니발 승합차 렌트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쌍방울도 최대 1억원을 셋째 출산 장려금으로 지급한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가 눈여겨봐야 할 것은 이런 변화가 저출산 문제 해결에 있어, 매우 미미한 변화일 수 있다는 점이다. 취업자 90%가 속한 중소기업에서는 이런 지원금을 쏟아낼 자금적 여유가 없다. 특히 최근 경기침체 상황에서는 꿈도 꿀 수가 없다.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들이 출산 지원금을 받았다는 얘기는 상대적 박탈감마저 일으킬 수 있고, 이는 출산 계획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
앞으로 정부가 눈높이를 맞춰야 할 곳은 이런 기업들이다. 저출산 해결에 대한 굳은 의지를 중소기업 근로자나 자영업자들에게도 보여줄 때다. 남성 직원들이 육아휴직을 쓰고 싶어도 쓰지 못하고, 출산 지원금은 꿈도 꾸지 못하는 곳에 환한 등불을 비출 때 비로소 출산율 반등의 신화가 쓰여질 수 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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