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쓰는 신용카드를 네임택으로…기업 쓰레기의 변신 [비크닉]
■ B.애쓰지(ESG)
「 저 회사는 정의로울까? 과거 기업의 평가 기준은 숫자였습니다. 요즘은 환경(Environmental)에 대한 책임, 사회(Social)적 영향, 투명한 지배구조(Governance) 등 이른바 ‘ESG 관점’에서 기업을 판단합니다. 비크닉은 성장과 생존을 위해 ESG에 애쓰는 기업과 브랜드를 조명합니다.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격언은 잠시 잊어주세요. 착한 일은 널리 알리는 게 미덕인 시대니까요.
」
복잡하고 어려웠던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활동이 쉽고 재미있게 진화하고 있다. 기업 경영 활동에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쓰레기를 재활용해 의미 있는 굿즈로 만드는 시도가 늘면서다. 자신의 신념에 따라 착한 기업 제품이나 친환경 제품 등을 구매하는 ‘가치 소비’를 추구하는 젊은 세대의 큰 호응으로 이어지면서 브랜드의 이미지를 선하게 바꾸는 중요한 전략이 되고 있다.
못 쓰게 된 플라스틱 카드 5만장, 여행템으로 변신하다
금융사인 신용카드사에서도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생한다. 더 이상 발급이 중단된 공카드들이다. 크기는 작지만 수만장이 모이면 어마어마한 양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된다.
우리카드는 이 공카드 1만장을 고객용 굿즈로 만든다. 집적회로(IC) 칩을 뺀 자리에 고리를 달아 만든 네임택(Name Tag)으로, 캐리어나 골프백 등에 활용할 수 있다. 디자인은 쿼카 캐릭터로 1020세대 사이에서 유명한 ‘다이노탱(Dinotaeng)’과 협업해 꾸민다. 올해 상반기에 출시해 여행객이 자주 찾는 영업점에 배포할 예정이다.
지난해에는 공카드 4만장을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새활용플라자’에 기부했다. 서울새활용플라자에는 버려지는 자원에 디자인을 더해 더 가치 있는 제품으로 만드는 기업들이 입주해있다. 이 기업들은 공카드에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더한 굿즈를 만들 계획이다. 여기서 나온 굿즈는 향후 우리카드와 협업해 전시 등을 개최할 예정이다.
세상에 하나뿐인 친환경 아이템이 된 항공기
전 세계 95개 도시를 총 1만1274회 누빈 항공기.
지난해 대한항공의 보잉777-200ER 모델의 한 항공기가 은퇴했다. 은퇴한 항공기는 통상 해체 절차를 밟는다. 그 과정에서 나온 자재의 양이 상당하다.
대한항공은 은퇴한 항공기 동체 표면으로 특별한 굿즈를 만들었다. 세상에서 하나뿐인 네임택과 골프 볼마커다. 항공기 동체 부분에 따라 두께와 색상이 다르기 때문에 만들어지는 제품도 각양각색이다. 제품마다 부여한 고유 번호까지 새긴다. 더구나 항공기 표면은 무게가 가벼우면서도 단단한 알루미늄·구리 합금의 ‘두랄루민(Duralumin)’ 소재여서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다.
대한항공은 이미 2021년부터 지금까지 은퇴 항공기 3대를 업사이클링 제품으로 만들었다. 항공기를 좋아하는 덕후들과 특별한 제품을 찾는 사람들 사이에 입소문 나면서 첫 굿즈는 하루 만에 모두 팔렸다. 지난해에는 승무원의 헌 유니폼을 500개의 의약품 주머니로 업사이클링해서 필수 의약품을 담아 복지관과 초등학교 등에 기부한 바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지난해 패션브랜드 ‘단하’와 손잡고 폐유니폼을 활용한 여행용 파우치를 만들었는데, 아시아나항공 취항지인 하와이·방콕·홍콩·다낭의 이미지가 연상되는 디자인으로 관심을 모았다.
폐페트병, 유니폼이 되다
고객 접점이 많은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도 폐기물을 활용한 업사이클링에 적극적이다. 파파존스는 피자와 함께 배달하는 페트병 가운데 버려지는 것들을 모아 유니폼과 앞치마를 만들고 있다. 글로벌 본사의 정책으로, 한국에선 지난해 12월부터 순차 도입해 최근 42개 매장에서 업사이클링 유니폼과 앞치마를 사용하고 있다. 유니폼 상의에는 폐페트병 16명, 앞치마에는 18병이 사용된다.
기업들이 버려진 물품을 활용해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는 굿즈를 만드는 시도는 계속될 전망이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 소비자가 기업과 브랜드를 평가하는 데 있어서 윤리적인 기준에 관심이 계속 커지는 추세”라면서 “지속가능하고 친환경적인 제품을 선보이면 기업과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와 충성도를 함께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이담 기자 park.id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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