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재 칼럼] 윤석열 정부 심판론, 유효하다
[이충재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일 경기 광명시 아이벡스 스튜디오에서 '청년의 힘으로! 도약하는 대한민국!'을 주제로 열린 열일곱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
ⓒ 대통령실 제공 |
요즘 윤석열 대통령의 모습은 무척 낯설다. 나흘이 멀다 하고 전국을 순회하며 고단한 민생을 챙긴다는 것부터가 우스꽝스럽게 느껴진다. 취임 후 2년 가까이하지 않던 일을 밀린 숙제 하듯 하는 것처럼 보여서다. 그 이유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선거가 없었어도 윤 대통령이 그랬을까를 생각해 보면 답이 떠오른다.
윤 대통령은 6일 민생토론회가 선거용이라는 지적에 "국민들의 어려움을 현장에서 듣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국민이 겪는 고통과 어려움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 이제야 알게 됐다는 것을 자인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대통령의 책임을 방기한 것부터 사과해야 되는 것 아닌가. 선거에 관여할 목적이 아니라면서 18차례에 걸친 토론회에 유독 호남은 빠진 이유는 설명하지 못한다.
민생 없는 '민생 토론회'
윤 대통령의 행보에 민생을 갖다 붙이는 것도 민망하다. 물가는 천정부지고, 가계부채는 늘고, 실질소득은 줄어든 서민들의 곤궁해진 살림살이를 해결하는 게 진짜 민생인데,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다. 온갖 개발공약과 퍼주기 정책을 쏟아내며 국민들에게 "부자 되세요"라며 헛된 꿈만 심어주는 꼴이다. 정작 서민들의 삶에 직결된 물가 얘기는 뒷전이니 그야말로 '민생 없는' 민생토론회다.
윤 대통령은 나라 경제가 골병이 들든 말든, 기둥뿌리가 썩든 말든 아무런 관심도 없어 보인다. 어설픈 보수와 시장자유주의로 무장한 우파 포퓰리즘의 전형적 행태가 바로 이런 모습이다. 세상 어디에도 감세와 퍼주기를 동시에 진행하는 나라는 없다. 논리도 없고, 현실과도 동떨어진 정책을 표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만으로 마구 퍼뜨린다.
윤 대통령의 '두 얼굴'은 익히 알려져 있다. 앞에서는 '자유' '공정'을 내세우면서 뒤로는 '반자유, 반민주, 반정의' 행태를 일삼아 왔다. 지금은 민생을 살뜰히 챙기는 척하지만 총선에서 이기면 윤 대통령은 '가면'을 벗어던지고 맨얼굴로 돌아갈 게 뻔하다. 누구의 견제도 받지 않고 마음대로 국정을 재단해 온 습성이 바뀔 리 없다.
공천 문제에 가려져서 그렇지 윤 대통령은 지금도 '폭주'를 멈추지 않고 있다. 채상병 사건 외압 의혹에 연루돼 공수처 수사를 받고 있는 전 국방장관을 외국으로 빼돌리려 한 장면을 보라. 대통령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수사를 방해해도 되나. 하긴 '친윤' 성향의 인사를 공수처장에 앉히려다 '공수처장 대행의 대행의 대행 체제'를 만든 것을 보면 얼마나 공수처를 우습게 여기는지 알 수 있다.
현재도 이런데 총선에서 이기면 윤 대통령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는 눈에 선하다. 민생과 개혁은 제쳐두고 자신의 소명처럼 여기는 '이념전쟁'에 다시 불을 지피지 않을까 싶다. 민주주의는 더 퇴행하고, 경제는 더 악화되고, 민생은 더 어려워지고, 평화는 더 위태로워질 게 명약관화하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의 권력형 부패의 그림자는 더 짙어질 수밖에 없다. 절대권력은 절대부패한다는 말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틀린 법이 없다.
민주주의에서 선거는 집권세력의 독주를 막는 역할을 한다. 총선에서 여당이 이기면 지금까지 윤석열 정부가 해온 실정을 용인할 뿐 아니라 더 가속화하는 결과를 낳는다. 야당의 잘못도 심판 대상이지만 그렇다고 정권의 무능과 무책임이 면죄부를 받아선 안 될 말이다. 집권세력이 정부에 이어 사법부, 의회까지 장악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과거 군부독재 시절 경험했던 바다.
현 집권세력은 권력쟁취라는 사익 추구가 우선일 뿐 공공선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자신들이 만들려는 한국 사회의 의제와 방향에 대해서도 아무런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 오직 선거 승리가 목적인 이들을 견제하지 않는다면 공동체는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남은 3년의 임기는 최소한의 견제 장치인 선거도 없다. 그야말로 윤석열의, 윤석열을 위한 시간이 될 것이다. 그래서 이번 총선에서 정권심판론은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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