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신고서 읽는 기자]공모가 산정에 PER 높은 해외기업 추가한 '노브랜드'
PER 11.33배 적용 공모 희망가 8700~1만1500원
국내업체 5곳 평균 PER 5배지만 20배 넘는 해외업체 2곳 추가
의류 제조자개발생산(ODM) 업체인 '노브랜드'가 코스닥 상장을 위해 본격적인 공모 절차에 돌입했습니다. 의류 생산 기업이 직상장하는 것은 2017년 호전실업 이후 처음일 정도로 굉장히 오랜만이죠. 회사는 공모자금을 통해 신규 공장 증설과 채무상환 등에 사용할 계획입니다.
다만 희망 공모가 선정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것 같습니다. 공모가 산정 시 비교기업으로 국내 5개 기업을 꼽았는데 추가로 해외기업 2곳을 더했기 때문입니다. 국내기업들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은 5배, 해외기업은 25배였습니다.
"고객사 제품 직접 기획하는 디자인 플랫폼 비즈니스 영위"
노브랜드는 1994년 설립됐습니다. 글로벌 패션 브랜드들의 의류 제품을 직접 디자인해 수출하는 디자인 플랫폼 하우스입니다. 특히 콘셉트 이미지 한 장만으로 디자인과 소재 결정은 물론, 계절별 시즌 기획부터 시장조사, 색감, 원단 개발까지 모든 과정을 자체 진행하는 ‘픽 앤 바이(Pick&Buy)’ 시스템을 2년 전부터 실행하고 있고 고객사의 제품을 직접 기획하기도 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타겟(Target), 월마트(Walmart) 등 빅 박스 리테일러 브랜드부터 갭(Gap)과 제이 크루(J.Crew), 메이드웰(Madewell), 랙앤 본(Rag & Bone), 에일린 피셔(Eileen Fisher) 등 다양한 브랜드들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습니다.
최근 실적은 주춤했습니다. 지난해(가결산) 매출액은 4591억원으로 전년 대비 16.96% 감소했습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05억원으로 78% 줄었으며 당기순이익도 6억6000만원으로 86.30% 급감했습니다. 전방 수요 위축에 세무조사로 인해 35억원의 법인세 추징액까지 납부하면서 실적이 좋지 않았습니다.
회사 관계자는 "미국의 고금리 및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소비위축과 코로나19 발생과 잇따른 글로벌 물류난으로 수년간 쌓였던 재고를 소진하기 위해 많은 바이어가 전략적으로 오더 감축을 진행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올해는 다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회사 관계자는 "새로운 디자인 개발의 건수가 늘어나는 올해 봄·여름(S/S) 시즌에 대한 주문량이 전년 대비 24% 증가했다"며 "카테고리 확장을 위한 신규바이어 비즈니스 확대와 지난해 말부터 바이어의 제품 디자인 기획을 노브랜드가 전부 일임하는 방식의 신규 비즈니스를 추진하는 등 매출 회복 및 증대를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7개 업체 비교기업으로 선정…국내 5곳 평균 PER 5.76배, 해외 2곳 평균 PER 25.26배
노브랜드의 희망 공모가는 8700~1만1500원입니다. 그런데 공모가 선정에 대해 이견이 있을 것 같습니다. 주관사인 삼성증권은 노브랜드의 공모가를 결정할 때 PER을 적용했습니다. 비교기업으로 신원, 한세실업, 영원무역, 태평양물산, 호전실업 등을 선정했습니다. 또 대만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에끌라 텍스타일 컴퍼니(Eclat Textile Company)와 마카롯 인더스트리얼(Makalot Industrial)을 추가했습니다.
그런데 이미 국내 비교대상 기업이 5곳이나 있는 상태에서 왜 추가로 해외기업을 넣었는지는 의문입니다. 국내 기업 중 비교기업으로 선정된 신원(PER 10.68배), 한세실업(6.72배), 영원무역(3.56배), 태평양물산(5.19배), 호전실업(2.64배)의 지난해 3분기 기준 연환산 실적을 적용한 PER 평균은 5.76배입니다. 하지만 20배가 넘어가는 에끌라 텍스타일(28.88배)과 마카롯(21.64배)이 들어오면서 결국 PER 평균이 11.33배로 높아졌습니다.
회사 관계자는 "노브랜드의 주요 고객은 글로벌 브랜드사"라며 "99% 수준의 매출이 북미를 비롯한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어 주된 경쟁시장이 국내에 국한되지 않는바, 국내뿐만이 아닌 해외에서 유사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상장사를 모집단으로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노브랜드는 주당 평가가액 1만2648원에 할인율 9.08~31.21%를 적용해 8700~1만1500원의 희망 공모가를 내놨습니다. 회사는 증권신고서를 통해 지난해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들의 할인율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합니다. 지난해 상장한 기업들의 평균 할인율은 22.2~33.6%였습니다.
120만주를 공모하는 노브랜드는 총 104억~138억원을 조달합니다. 공모가 하단 기준으로 신규공장 증설 및 시설 투자에 70억원을 소모할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약 100만 PCS(pieces·수량)의 추가 의류 제품 생산 설비를 확보할 예정입니다. 또 25억원은 생산 효율화 및 품질관리 고도화와 제조, 설비, 품질관리 등의 하드웨어 서비스, 기획, 소재, 디자인 개발 등 소프트웨어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풀 서비스 플랫폼(full-service platform) 효율성을 제고할 계획입니다. 나머지는 차입금 상환으로 사용해 이자 비용을 절감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할 예정입니다.
유현석 기자 guspo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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