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는 이재명 후원, 與는 나경원 연판장…"충성도가 공천 갈랐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현역 공천 기준은 충성도”라는 말이 나온다. 야권에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여권에선 용산 대통령실의 뜻에 호응한 현역 의원 상당수가 공천장을 받았기 때문이다.
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따르면 2021년 민주당 대선 경선 때 이재명 대표에게 후원한 현역 의원은 총 25명이다. 이 중 불출마·탈당 등을 제외한 22명이 공천을 신청했다.
이 가운데 조정식·정성호·박홍근·김성환·김병욱·강준현·김병기·김승원·박찬대·이해식 의원 등 13명은 단수공천을 받았다. 윤후덕·이학영·남인순·이수진(비례) 의원 등 4명은 경선에서 이겨 공천이 확정됐다. 여기에 경선에 붙여진 현역 2명을 포함하면 최대 16명이 본선에 진출할 수 있다. 생환율은 63.6~72.7%다.
이들은 이 대표에게 100만원부터 최고한도액인 1000만원까지 후원금을 냈다. 당시 이 대표는 대선주자 지지율 20~25%로 당내 1위였지만, 이낙연 전 의원을 미는 친문 의원이 많아 당에서는 비주류로 통했다. 야권 관계자는 “이 대표를 오래 도운 사람도 있지만, 일부는 이 대표에게 잘 보이려 후원금을 내지 않았겠냐”며 “이들 중엔 결격사유가 있는데도 경선을 붙여준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22명 중 공천배제(컷오프)된 이는 안민석·이수진(서울 동작을, 탈당)·양이원영 의원 등 3명이다.
당시 다른 후보에게 후원금을 낸 현역은 이번 공천에서 컷오프되기도 했다. 박용진 의원에게 300만원을 후원한 기동민 의원이 대표적이다.
여권에서는 지난해 1월 나경원 전 의원을 향해 “대표 경선에 나서지 말라”고 촉구하는 초선 의원 연판장에 이름을 올린 이들 중 다수가 본선에 진출했다.
연판장에 서명한 초선 48명 가운데 불출마·탈당 등을 제외한 이는 총 41명이다. 이 가운데 강민국·권명호·박수영·박정하·배현진·서일준·유상범·윤창현·정동만·정희용·조은희·태영호·한무경 의원 등 13명은 단수공천을 받았다. 구자근·김선교·김승수·서범수·장동혁·엄태영·이인선·백종헌 의원 등 8명은 경선에서 이겨 공천을 확정했다. 경선을 앞둔 8명(동일 선거구 경쟁 1명 제외)을 합치면 최대 29명이 본선에 진출할 수 있어 생환율은 51.2~70.7%다.
지난해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나 전 의원은 여러 여론조사에서 대표 적합도 1위를 달렸다. 하지만 김기현 전 대표를 미는 친윤계는 나 전 의원을 압박하기 위해 연판장을 돌렸다. 용산 대통령실의 뜻으로 읽힐 만한 사안에 초선 다수가 동참한 것이다.
연판장에 서명한 초선 중에 컷오프된 이는 5명이다. 계파색이 옅은 양금희·홍석준·안병길 의원과 비례대표인 최영희·서정숙 의원이다. 정치권에서는 “쇄신공천이 없다는 비판이 일자 친윤색채가 덜한 현역만 잘랐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판장에 서명하지 않은 초선은 대거 낙마했다. 현재까지 당에 남아있는 연판장 불참자 12명 중 4명(생환율 33%)만 본선에 진출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권력자 입장에서 볼 때 후원금이나 연판장은 충성의 징표일 수 있다”며 “특정 개인에 대한 충성도가 공당의 공천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정당 정치의 후퇴”라고 지적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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