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관의 무게 견뎌라? 왕세자빈 건강이상설에 英왕실은 침묵만
광부의 후손에서 영국의 미래 왕비가 된 인물. 영국 캐서린 왕세자빈 이야기다. 케이트 미들턴으로 태어나 대학에서 윌리엄 왕세손을 만나 수년간의 연애와 이별 끝에 결혼에 골인한 그를 두고 심각한 건강 이상설이 돌고 있다.
그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것은 팩트다. 지난 1월, 영국 왕실은 "왕세자빈이 복부에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라는 짤막한 보도자료를 냈다. 이후 그는 왕실 행사에 일절 나타나지 않고 있다. 왕실은 3월 31일 이전까지는 왕실 업무에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 설명했다. 그러나 남편인 윌리엄 왕세자까지 지난 2월, 왕실 행사 중 갑자기 자리를 떴고, 부인을 보러 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영국 매체들은 물론 뉴욕타임스(NYT) 등 대서양 건너 매체들까지 건강 이상설에 주목하고 있다.
1월 말 스페인의 한 매체는 '왕실 소식통'을 인용해 "캐서린 왕세자빈이 수술 후 혼수상태에 빠지기도 했다"며 "의료진이 혼신의 힘을 다해야 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왕실은 즉각 부정했으나, 이를 두고 영국 왕실이 더 적극적으로 왕세자빈의 상태를 알려야 한다는 비판이 커졌다. 본래 영국 왕실의 대외 공보 정책은 "비판하지도, 설명하지도 않는다(Never complain, never explain)"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소셜 미디어와 가짜뉴스가 지배하는 21세기에선 이 정책 기조를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된다고 NYT는 지난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윌리엄 왕세자와 캐서린 왕세자빈의 집무실인 켄싱턴궁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윌리엄 왕세자가 3주 동안 대외 활동을 하지 않았음에도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다. 이에 데일리 메일은 "왕세자빈이 사라진 것은 국민에겐 마치 사별과 같은 상실감을 준다"며 "윌리엄 왕세자는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연설을 할 게 아니라 왕세자빈의 상태를 얘기해줘야 할 것"이라고 칼럼을 통해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켄싱턴궁은 7일 현재까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캐서린 왕세자빈은 이변이 없는 한 영국의 차기 왕비이며, 차차기 왕의 모후다. 영국 왕실 전문가인 크리스토퍼 안데르센은 폭스뉴스에 "케이트 미들턴의 조상 중 일부는 광부였고, 그는 진정한 의미로 평민이었던 첫 영국 왕비"라며 "귀족의 후손이었던 다이애너 전 왕세자빈과 카밀라 왕비와는 다른 존재"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캐서린 왕세자빈은 마음고생도 했다는 게 왕실을 둘러싼 추측이다.
안데르센은 폭스뉴스에 "카밀라 왕비는 한때 '케이트는 왕비 감이 되지 못한다'고 말하고 다녔다"며 "윌리엄 왕세자 역시 연애 시절 청혼을 오랫동안 하지 않아 애를 태웠다"고 전했다. 해리 왕자의 부인과도 불화설에 휩싸였다.
그러나 이런 추측과 소문에 철벽을 치는 인물이 바로 캐서린 왕세자빈 본인이다. 그가 왕실의 일원으로 성실한 모습을 보여왔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별로 없다. 별세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그에게 "일만 열심히 하지 말고,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취미를 하나 이상 꼭 가지도록 하라"는 조언도 했다고 한다. 왕관은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 자만이 써야 한다는 요지의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말처럼, 캐서린 왕세자빈은 그 무게를 감당하려 노력해왔다.
찰스 3세 국왕도 현재 암 투병 중이다. 캐서린 왕세자빈에 대한 침묵과는 달리 찰스 3세의 업무를 관장하는 버킹검궁은 관련 소식을 자주 공개하고 있다. 퇴원하는 사진 또는 리시 수낙 총리와 접견했다는 자료 등도 활발히 냈다. 시아버지와 며느리의 건강 이상설이 다른 방식으로 공개되고 소비되고 있다. 이를 두고 NYT는 "영국 왕실이 비밀주의를 어떻게 진화시켜 갈지를 고민하게 되는 시점"이라고 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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